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ck Kim Jun 05. 2017

휴식이 필요해 -2-

휴식과 열정 사이

남자는 정말이지 쉬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쉬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그리기 시작한 그림으로 인해 퇴근을 하고 나서도 미술학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남자는 지난번에 그리던 캔버스를 가져와 주인공이 누워있을 섬과 배가 떠있을 강을 색칠했다. 



나무는 남자가 좋아하는 개체였다. 그 얼기설기 뻗어져 나가는 가지 특유의 느낌을 살리고자, 빠르게 작업을 진행했다. 자연물은, 좀 더 잘그리고 세밀하게 그리려고 할 수록 점점 더 인위적인 느낌을 띄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보트는 세심하게 단계별로 색칠을 해갔다. 


어느정도 색칠을 진행하고 나서, 남자는 언덕의 색깔을 조금 더 밝은 색으로 바꾸었다. 뒤에서 석양이 지고 있는 중이라 하여도, 빛이 완전히 없어진 상태는 아닐거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고, 이번 그림은 밝게 그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나무의 나뭇잎의 밑색을 칠했다.




남자는 주인공을 그리고, 옆의 고양이, 그리고 새를 그렸다. 남자는 고양이를 키운다면 꼭 검정색으로 키워보고 싶었는데, 그 마음을 반영하여 검정색의 고양이와, 그와 대비되는 흰색의 새를 그려넣고는, 나뭇잎의 색을 좀 더 밝게 올렸다.



그림은 빠르게 완성되었다. 지는 석양아래서 나무 그늘에 누워 편하게 쉬고 싶은 남자의 마음을 담은 그림이었다. 정말이지 단촐하고, 여백이 많은 그림이었지만 남자는 만족스러웠다.

남자는 이번 그림을 완성하며 뭔가를 깨달았는데, 휴식이라는 것은 단지 육체적인 휴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휴식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남자에게 그 느낌을 준것은 그림을 그리는 그 과정 자체였다.

남자는 그림을 그리며 쉬고 있었던 것인가. 라고 생각하고는, 완성한 그림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휴식이 필요해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