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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Jun 12. 2017

나를 보러 와요 -1-

그림은 왜 어려운 것인가

남자는 '휴식이 필요해'를 완성하고 나서, 한동안 그림을 쉬었다.


그러면서, 주위의 사람들에게 그동안 그린 그림들을 자주 보여주었다. 그림을 본 사람들은 '29'를 제일 마음에 들어했고, 그리고 대부분 '그림이 어렵다'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어렵다고요?"

"네. 무슨 뜻인지 알기가.."

"..."


남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까지 남자가 그린 그림의 대부분이 주제가 담겨있고, 만들어진 이유가 있었지만 해석을 강요하는 그림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해보자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책'을 매우 어려워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것은 대부분의 교육에서 '책읽기'를 강요하기 때문이었다. 교육과정에서 읽어야 할 책들은 대부분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그 훌륭한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경 지식과 야트막한 독서의 경험들이 쌓여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강제로 읽어야 되는 상황이 대부분이었고, 이게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꼭 '주제'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게 생각되어지는 것이었다.

아. 이제야 알겠구나. 그림이나 소설이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늘 어려운 것으로 존재 할 수밖에 없었구나.

남자는 슬펐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나 이야기로 문화를 접하면 이렇게 사람들이 문화를 어려워 하진 않았을 텐데.


남자는 좀 더 자신의 소설이나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로 했다.  원래 남자가 그림을 그리는 두 개의 법칙인


1. 일단 볼때 아름다워야 한다.

2. 주제를 담고 있어야 한다. 


중에 1에 좀 더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또 신경쓰이는 것이 있었다. '29'가 남자가 제일 아끼는 그림인건 사실이긴 했으나, 나머지 작품들이 의외로 사람들에게 남자가 생각한 것 보다는 좋은 평을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남자는 '29'보다 더 뛰어난 그림을 그리기로 하였다.


미술학원을 한 달 쉬고 나서, 남자는 새로운 그림을 구상했다.

옛날에 남자가 꿈에서 본 풍경이었다. 내용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았지만, 어두운 밤에 고성에 어떤 여자가 앉아 남자를 뒤돌아 보는 풍경이었다. 꿈을 꾼지 몇 년이나 지났으나 그 이미지가 지워지지가 않았고, 때문에 남자는 그 풍경을 소설이나 그림으로 표현해야겠다. 라고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래. 그 풍경을 그리자.





남자는 이번 그림을 위해 캔버스 60호를 구입했다. 15호, 20호, 30호 등 다양한 크기의 그림을 그리다보니, 큰 그림이 주는 웅장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남자의 그림에서 처음으로 인물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그림이었기 때문에, 크고 세세하게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일단 창문을 스케치하고, 땅에 주저 앉은 여성의 모습을 스케치 했다.

그리고, 치마가 바닥에 늘어져 있을 것이기에 치마가 어느정도 퍼질것인가, 하는 범위를 대강 스케치 했다.




스케치를 마친 남자는 캔버스에 배경이 될 검정색을 칠했다. 과연 60호 사이즈 (약 130.3cm x 97.0cm)답게, 매우 많은 물감이 소요되었다. 남자는 평소 쓰던 물감 1팩 (약 25mm)를 5팩이나 써야했다. 

그래도 검정만 칠했지만, 뭔가 느낌이 있었다. 이게 역시 커다란 캔버스의 힘인가. 남자는 생각했다.





검정바탕이 다 마르고 나서, 창틀을 제일 먼저 그렸다.




창틀을 다 그린 남자는, 그 위에 여성의 모습을 일단 칠해보았다. 역시나, 인체가 제일 어려웠다. 게다가 면적이 훨씬 커졌기에 좀 더 세심함이 필요했다. 남자가 여성의 어깨를 1cm만 넓게 그려도, 그것이 그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할 것이었다. 클 수록 더 자세히 보이니까.



남자는 왼쪽 상단에 하얀색의 점을 찍었다. 하얀점은 달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위치로써 참고할 만한 어떤 부표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여성의 머리와 눈을 조금씩 그리고, 피부색이 너무 하얗게 보여 조금은 사람의 피부색깔 같이 노란색을 추가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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