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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Jun 19. 2017

나를 보러 와요 -3-

60호 캔버스의 첫 완성. 그리고 인물이 주는 느낌에 관하여







남자는 여자의 허리에 벨벳의 느낌이 나는 허리띠를 표현하고, 드레스의 주름을 표현하기 위해 선을 그어보았다

남자는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약 1m 정도 거리를 두고 그림을 바라보았는데, 글쎄...그릴 때는 곡선으로 그린다고 그렸지만 캔버스가 워낙 큰 탓인지 마치 직선처럼 그려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자는 드레스의 주름을 곡선으로 다시 바꿔주고, 창문에 달린 커튼을 묘사하기 시작했다. 흰색과 검정색을 섞어 어둠과 빛이 공존하며 바람에 휘날리는 커텐을 묘사하고, 왼쪽 위에 찍어둔 하얀 점(달의 위치를 표현하는 그 것)을 기준으로 마치 물결처럼 달빛을 표현했다.

아차. 달빛을 먼저 표현하고 창문을 표현 할 걸 그랬네.



커텐을 어느정도 묘사하고 난후에, 여성의 머리를 먼저 표현했다. 커텐과 비슷하게, 달빛을 받으며 흘러내리는 생머리를 표현하고, 달빛의 위에 다시 한 번 창문을 그렸다.

달빛이 미치는 범위에 대해 어느정도 묘사를 마치고 나서, 남자는 왼쪽 위의 흰 점을 지웠다.




남자는 창틀에 대해 달빛에 대한 묘사를 해주고 마지막으로 드레스의 주름에 대한 묘사에 착수했다.

달빛에 가까운 부분은 조금씩 흰색의 물감을 발라주고, 달빛과 먼 부분과 반대편에 위치하는 주름은 어두운 색으로 칠해주었다. 그리고 여성의 다리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나머지 부분은 조금 더 어두운 붉은 색으로 칠해주었다.



전체적으로 다시 한 번 그림을 훑어보던 남자는 커텐 위 부분을 다시 한 번 자연스럽게 다듬어주고, 그림을 완성했다.


그림을 완성하고, 남자는 한참동안 그림을 바라보았다. 

이 그림이 '29'보다 아름다운 그림인가.

한참을 고민하던 남자는 결론을 내렸다. 알 수 없다. 

남자에게 남자가 그린 모든 그림은 소중했다. 처음 그렸던 '멀라이언 스노우볼', '바다로 부터 바다로', '생각보다 달지 않던 케잌', '29', '꺼지지 않을 횃불', '휴식이 필요해', 그리고 이번에 완성한 '나를보러 와요' 까지.

모든 그림을 그릴 때 너무나 즐거웠다. 행복했고, 누군가 남자의 그림을 보고 

"이쁘네요."

라는 말을 해 줄때 마다, 그 사람이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너무나도 기뻤다.

남자는 문득 '나를 보러 와요'가 '29'보다 반드시 뛰어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굳이 '29'보다 훌륭한 그림이 나오지 않아도. 별로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왠지 지금까지 자신이 잘못 생각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느꼈지만, 그 마저도 별로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마치 '멀라이언 스노우볼'을 처음 완성했던 그 때 처럼, 그저 그림을 그리는 기쁨을 만끽하고, 그 그림을 누군가 봐주고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기로 했다.


캔버스를 들고 미술학원을 나선 남자는 늘 앉던 벤치에 그림을 내려다두고, 담배를 물었다. 워낙 큰 사이즈의 캔버스라 벤치 하나의 앉는 부분을 거의 다 채워버렸기에, 남자는 혹여 누군가가 벤치에 앉을 기세가 보이면 캔버스를 치울 요령으로 주위를 힐끔거리며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는 도중에 전화가 왔다. 남자가 '멀라이언 스노우볼'로 응모한, 미술대회 관계자로부터 온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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