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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Jul 17. 2017

잠이 오지 않는 밤

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남자는 잠에 들기 위해 바닥에 눕고, 베개에 머리를 묻었다. 그리고 잠든 동안에 적당한 온도가 유지가 되게끔 선풍기를 설정하고, 이불을 덮고, 내일을 위해 알람을 설정한 후에 눈을 감자 짙은 피로에 잠긴 육체가 어두움속에서 잠을 불러내었다. 

그러나 잠이 오지 않았다.


내일은 준비가 되어 있는데, 잠이 오지를 않는다. 잠을 잘 자고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는 것도 내일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것이지만, 그 마지막 퍼즐이 맞아 들어가지를 않는다.

어쩔수 없이, 남자는 핸드폰을 집어들고 유투브를 킨다. 평소 관심있어하던 가수와, 게임과, 동물까지 모든 분야를 한 번씩 둘러보고, 심지어 네이버를 켜서 시사와 경제란까지 다 훑어보았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시간은 새벽 세 시. 남자는 잠들기를 포기하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남자는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남자는 혼자 식사를 하는 것을 선호하고 또 조용한 식당을 좋아했다. 이런 새벽에 문을 연 식당은 대부분 그런 조건을 만족하고 있기에, 만족스러운 식사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자가 들린 곳은 순두부찌개 집이었다. 식사가 나오기 전에 먼저 가져다 주는 숭늉을 숟가락으로 저어가며, 남자는 생각했다.


왜 잠이 오지를 않는가. 피곤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동네에서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다니는 날도 아니다. 열어놓은 창문 밖으로 발정기에 접어든 고양이들이 시끄럽게 구는 날도 아니고 오토바이를 탄 집단이 자신들의 젊음을 발산하느라 동네를 몇 바퀴 도는 것도 아니었다.

식사가 나올때까지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남자는 식사를 할 때, 어떤 생각을 하는 부류가 아니었다. 남자는 핸드폰 게임을 키고 천천히 식사를 즐겼다.


식사를 마친 남자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가게 앞에 준비된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웠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게 빨아들이자 잠시 묻어두었던 질문의 꼬리가 다시 등장했다. 왜 잠이 오지를 않는가.

남자는 집에 도착해서야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남자는 조급해하고 있었다. 그림. 소설. 어떤것도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결실을 볼 수 있을까. 남자는 문득 인터넷으로 보고 있던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마치 사막의 한 가운데 먹음직스럽게 등장한 오아시스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남자는 펜을 잡고 태블릿에 그림을 그렸다. 남자가 최근 시도한 또 하나의 장르였는데, 이번 장르는 학원을 다니지 않아(남자는 소설 학원을 1년, 미술 학원 취미반을 3년 다녔다) 배우는 속도가 매우 더뎠다. 그러나 남자는 이번만은 학원을 다니지 않는 것이 맞다고 느꼈기에, 더디더라도 자신의 방식으로 진행해 갈 생각이었다.


카페에서 근무하는 남자.



남자는 약 한 시간에 걸쳐 그림 하나를 완성해놓고, 한숨을 쉬었다. 아직도 너무나 더뎠고, 익혀야 될 것이 많았다. 언제쯤이면 남자는 빛을 볼 수 있을까.


이제야 잠이 오기 시작한다. 남자는 잠이 오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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