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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Aug 16. 2017

기행문 - 강릉, 두 번째 날 (2)

게스트하우스에서 남자들이 하는 행동과, 남자들이 받는 오해에 대하여

여자들의 테이블을 관찰하던 남자는, 남자가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골든OB라거 캔 두 개를 발견하였다. 

여자들은 이제 막 맥주캔을 따고 있었고 남자는 다급하게 그들의 테이블을 향해 다가갔다.

"저기요."

"네?"

"그거 제껀데."

여자들은 당황한듯 테이블을 살폈다. 남자는 집게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들어 골든OB라거 캔 두개를 가르켰다.

"그 맥주. 제껀데."

"앗.."

여자들은 잠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더니 남자에게 상황 설명을 시작했다.

자신들은 체크인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체크인을 했을 때 매니저가 냉장고에 있는 맥주캔들은 자신의 물건임으로 마셔도 된다고 했다는 것.

과연 여자들의 설명에 근거가 될 만한 아사히 캔 두 개가 테이블에 올려져 있었다. 옳거니. 남자는 상황 파악이 되었다.

저 아사히 캔 두개가 매니저의 것이고, 나는 맥주를 넣어 놓은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아마 여자들은 내 맥주캔도 매니저의 맥주라고 판단해서 꺼낸 거구나. 남자는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괜찮습니다. 어차피 마시려고 했던 것 들이에요. 아직 드시진 않았으니까 그냥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아. 넵. 죄송합니다."

남자의 맥주캔을 들고 있던 여자 한 명이 남자에게 맥주 캔 두개를 내밀었고, 남자는 다시 한 번

"괜찮습니다. 신경 안쓰셔도 되요."

라고 말하며 맥주캔을 받아 들고, 그림을 그리러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참 애매모호하게도, 꽤 넓은 휴게공간에 구석에 있는 남자의 이젤 바로 옆에 여자들이 앉아 있었기에 거의 바로 옆에 앉아 버리는 셈이 되었다. 남자는 맥주를 마시며 그림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으나 바로 옆에 여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여간 신경쓰이지 않았다. 마침, 남자가 필요한 물감도 다 떨어졌고 술을 마신 상태라 운전을 해서 화방까지 갈 수도 없는 상태였다. 어찌할까..고민하던 남자에게 갑자기 여자들이 말을 걸어왔다.

"저기...혹시 치킨 드실래요?"

남자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들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 넵. 감사합니다."

접시에 치킨을 받아든 남자가 우물쭈물하다가 다시 이젤앞에 앉았다. 그림을 마무리 하고 치킨을 다 먹은 남자는 그림을 정리하고, 여자들에게 다가가 치킨을 받았으니, 자신도 치킨을 조금 대접하고 싶다. 라고 대답했고 여자들도 그런 남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남자가 치킨을 사오고 같이 자리를 하기로 하였다.

남자가 나가서 치킨을 사오자, 처음보는 남자 둘이 여자들과 같이 자리에 앉아 맥주를 한 잔 하고 있었다. 남자는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하며 치킨을 테이블위에 준비했다.


그렇게 테이블에는 여자 넷, 모르는 남자 둘, 남자 하나. 이렇게 총 일 곱명의 사람이 맥주를 마시게 되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여자 넷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었다. 전공은 정치외교라고 해서, 남자는 와. 대단한 과를 다니시네요. 하고 감탄했으나 여자들은 뭐. 웬만한 서울에 있는 대학은 다 있는 과인데요. 하고 대답했다. 그렇구나. 남자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여자들은 나이가 스물둘이라고 했다. 저는 서른이에요. 하고 남자가 자신의 나이를 소개하자 그렇구나. 하고 대답이 돌아왔다. 남자 둘은 나이가 스물 넷이라고 밝혔다. 아. 부럽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술자리는 흥겹게 진행되었다. 각자의 전공이야기, 영화이야기, 드라마이야기등이 오갔다. 남자는 용접을 전공했고, 지금은 그림을 그린다. 라고 밝히자 사람들의 이목이 남자가 그리던 그림과 이젤에 집중이 되었고, 왠지 모르게 박수가 나왔다. 남자는 부끄러워하며 손을 내 저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뭐랄까..예술을 한다고 하면 꽤나 대단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왜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남자가 조금 불편함을 느낀 대화주제가 있었다. 그것은 모르는 남자 둘이 여자들에게 어떤..약간의 추파를 던지는 것이었는데, 나가서 한 잔 할까요. 남자친구 있어요. 등등의 이야기를 던지는 것이었다.


물론 여자들은 매력이 넘치는 여성들이었다. 외모도 아름답고, 박식했으며, 유명한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이었다. 남자도 꽤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었지만, 남자의 나이는 서른이었고, 술을 마시는 상태였기 때문에 감정이 올바르지 않은 상태였으며 혹여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실례일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그런 이야기들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여자들도 남자 둘이 그런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정중하고 예의바르게(그러나 조금은 어색하게. 아마 그녀들의 사회생활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탓일까. 조금은 어색한게 사실이었다. 남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좀 더 완숙한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거절했다)거절의 의미를 꺼냈으나. 남자들은 계속해서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그 와중에, 남자는 왠지 모르게 여자들이 남자를...그 남자들과 한 통속이라고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단지 느낌이기에 어떤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남자가 마시던 술이 다 떨어져 술을 사올까요. 하고 물어봤을 때 여자들이 긴장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술자리는 새벽 두 시에 끝났다. 남자는 모두들에게 오늘 자리는 즐거웠고, 모두들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란다고 인사를 건넸다. 여자 넷은 남자에게 답 인사를 하고, 자리를 치우는 것을 도와주고 자신들의 방으로 사라졌다.

남자 둘은 꽤 술이 올라보였으며, 종종 "내 진짜 나이가..", "아후. 내가.." 등등의 말을 내뱉었다. 진짜 나이? 남자는 저 둘은 나이를 속인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왜 나이를 속였는지 생각해봤으며, 여자들과의 술자리가 끝나자 자신에게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는 태도를 보며 매우 불쾌함을 느꼈다.


남자는 늘 혼자 여행을 한다. 가끔 게스트하우스에서 사람들과 같이 술을 한 잔 하는 경우도 있었고, 게중에는 여성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도 있었다.


남자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즐거웠다.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았던 세계를 알게 되는 것이고, 그것은 마치 책 한권을 읽는 것처럼.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것이기에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가끔 여성들이 남자를 지나치게 경계하는 일이 있었다. 마치 남자가 여자를 유혹해 하룻밤을 보낼려는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남자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나, 상대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그것에 대해 해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해명을 한다고 상대가 믿어줄지도 의문이고, 그런 해명을 하는것이 더 오해를 사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을 체험해 본적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남자는 여자들의 그런 오해를 이해하기도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는 수많은 남자들이, 그동안 자신들에게 그렇게 행동을 했었기에 여자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편견이 생기는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자는 다소 불쾌한 기분으로 방으로 들어가 잠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에 짐을 정리해 게스트하우스를 나설때, 어젯 밤에 같이 한 잔 했던 사람들을 만났다.

여자 넷은 남자가 인사를 하자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받고 서둘러 길을 떠났고, 모르는 남자 둘은 남자의 인사를 받지도 않고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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