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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Aug 13. 2017

기행문 - 강릉 두 번째 날. (1)

열심히 돌아다닌 하루. 그리고 식도락.

남자는 아침 열 시경에 일어났다. 간밤에 꽤 푹 잔것 같았고,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허리 통증도 많이 괜찮아 진 것 같았다. 좋아. 여행을 시작하기 좋은 날이구먼. 남자는 샤워를 하고 캐리어에서 옷을 꺼내입고 마지막으로 거울을 본 다음 핸드폰 보조배터리와 책,생수등이 들어있는 가벼운 짐을 챙겨 방을 나섰다.


일단 아침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남자는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있는 식당들을 둘러보다가 한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보통 이 근방의 식당은 미역국과 황태국, 그리고

초당순두부를 하는 것 같았고, 남자는 얼큰순두부 하나를 주문했다.

7천원. 나쁘지 않은 구성이다. 특징이라면 크게 간이 쌔지 않고 다른 구성물(해산물등)보다는 두부가 많이 들어있었는데, 그것은 두부에 대한 자신감같았다. 실제로 두부는 남자가 부천에서 먹던 두부보다 조금 더 고소하고, 담백한 것 같았다.

아침을 다 먹은 남자는 다음 목적지인 카페거리를 향해 출발하기전, 게스트하우스 바로 앞인 정동진 해변으로 가서 잠시 바다를 둘러보았다. 날씨는 다소 흐렸고, 파도도 다소 높았다. 남자는 한참을 멍하니  해변에 서서 파도가 오고 가는 모습을  보다가, 기습적인 큰 파도에 발이 젖었다.

이런. 버캔스탁은 습기에 약한데. 남자는 젖은 모래투성이가 되어버린 신발을 바라보다가, 숙소에 다시 돌아가 신발을 정리할것인지, 그대로 출발할지를 고민했다. 그러나 이 상태로 여행을 돌아다니는 것도 왠지 괜찮아보였고, 그 상태로 출발하기로 했다. 버캔스탁은 남자가 카페거리에 도착할 때 쯤, 다 말랐다.




카페거리는 매우 혼잡했다. 사람들도 너무 많고, 주차장도 협소했다. 남자는 거북이 같은 속도로 주차할 곳을 찾아 천천히 전진하다가, 결국 카페거리에서 꽤 먼 거리에 주차를 하고 걸어오기로 했다.

이 때쯤은 날씨가 개어 꽤나 더웠다. 남자는 지친 몸을 이끌고 어떤 카페를 들어갈까 고심하다가 '커피아메리카'라고 적혀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에 들어간 남자는 아이스아메리카노(4500)을 주문하고, 앉아서 쉴 만한 자리를 찾아다녔다. 마침 제일 높은 층인 4층 테라스에  자리가 있었고, 남자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하고, 망중한을 즐겼다.



어느정도 체력이 회복되자, 남자는 점심을 먹기위해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남자의 눈에 띈 곳이 있었는데, '버거웍스'라는 이름의 수제햄버거집이었다. 이 곳은 남자가 아까 전에 주차를 하기위해 돌아다닐때에도 만석이었는데, 아직도 만석을 유지하고 있었다. 유독 장사가 잘 되는 이유가 있겠지?

남자는 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섰고, 메뉴판을 보고는 웍스버거세트(12500)를 시켰다.

잠시 후에, 아주 푸짐한 버거세트가 등장했다.

남자는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버거를 잘랐고, 미처 그 반이 잘린 모습을 사진을 찍을 생각도 하지 못한채 모두 먹어치워버렸다.

번의 표면에 대한 바삭함과 안쪽의 쫀득함. 고기의 적당한 익힘정도와 꽤 많았던 양. 넉넉한 피자치즈와 신선했던 양배추. 두툼한 토마토는 또 어땠는가.


정신없이 먹어치우자 식사량이 꽤 많은 남자도 배가 불러오는 것을 느꼈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그 가격은 충분히 해내는 식사였다. 남자는 아주 만족했다.



욕망은 욕망을 부르는 법이다. 남자는 버거웍스에 아주 만족했고, 이 상태로는 이 카페거리를 떠나기 아쉬워 주위를 서성이다가, 다소 특이한 카페를 발견했다. '카페 안목역'이라는 이름의 이 카페는 카페거리 입구에 위치한 자그마한 카페였는데, 입구에 세워진 '뜨르돌로'라는 특이한 빵에 대한 광고가 흥미로웠다. 맛있겠다. 남자는 다시금 끓어오르는 식욕을 느끼며 카페에 들어섰다.

가게의 카운터에는 중년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서있었다. 남자가 뜨로들로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아저씨가 앞치마를 아주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착용하더니, 카운터 뒤에 있는 주방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그 모습이 왠지 믿음직스러워 남자는 자리에 앉아 카페내부사진을 찍고, 즐거운 마음으로 뜨로들로를 기다렸다.


뜨로들로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아마 주문을 하면 바로 구워내시는 것 같았는데. 약 15분 정도 걸린듯하다. 남자는 먹음직스러운 뜨로들로를 바로 먹어치울까. 하고 생각했다가 테이크아웃를 하기로 했다. 남자의 다음 목적지가 수제맥주로 유명한 '버드나무 브루워리'였기 때문이다.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다소 의아한 위치에 있었다. 옛날부터 이 곳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상권이 발달한 곳에 있을 줄 알았는데. 주위에는 변변한 상권조차 형성 되어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런 소문이라니. 남자는 주위에 차를 주차하고 브루어리애 들어섰다.


아직 채 해가 지지 않은 시각에도 불구하고 가게내부는 제법 많은 인원이 있었다. 가게 인테리어는 공장과 카페 중간. 그 어딘가에 위치해 있는 것 같았는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양조시설이 인상적이었다.

남자는 차를 가져왔기 때문에, 이 곳에서 술을 마실 순 없었다. 직원에게 문의한 결과 테이크 아웃은 1L기준으로 페트병에 담아준다는 답변을 들었고, 테이크 아웃 메뉴판을 보며 고민하던 남자는 사천쌀의 풍미가 느껴진다는 라이스 에일. '미노리 세션'을 포장해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온 남자는 '미노리 세션'과 '뜨로들로'를 같이 먹었다. 예상한대로 아주 훌륭한 조합이었다.


미노리 세션은 쌀의 고소한과 약간의 단맛, 그리고 에일 특유의 부드러운 거품. 그리고 뒤에 가볍게 남는 귤향이 마음에 들었고, 뜨로들로는 안쪽의 쫀득함과 겉면의 아주----얇은 바삭한 층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좋아.좋아. 아주 맛있어. 남자는 흡족한 표정으로 왼손으로는 뜨로들로를, 오른손으로는 미노리세션을 들이켰다.


어느새 미노리 세션을 다 마신 남자는 방에서 그림도구들을 들고 와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해놓고,편의점에가서 맥주 두 캔을 사와서 공용냉장고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담배를 피고 와서 냉장고를 열어 맥주를 꺼내려 했으나, 맥주 두 캔은 사라져 있었다.


?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남자의 등 뒤에서 치킨과 맥주를 차려놓고 막 식사를 시작하려는 여자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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