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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Sep 12. 2017

고장난 것들에 관하여

그리고 고칠 수 없는 것들에도 관하여

최근 남자는 구직활동을 아주 열심히 펼치고 있었다.


컴퓨터가 고장났었고 오래된 노트북은 실행 속도가 느려 페이지를 하나 여는데 꽤 시간이 오래 걸려서 핸드폰에 잡코리아,알바몬,사람인,건설넷 등등 다양한 구직 앱들을 깔아놓고 계속해서 남자가 원하는 일자리들을 찾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작은 화면으로 그 많은 정보를 빠르고 간편하게 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었고, 그 때문에 한동안 다니지 않았던 PC방에 가서 구직활동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 남자는 생각했다. 컴퓨터를 고쳐야 하지 않을까.


사실 남자는 컴퓨터를 고쳐보기 위해 방법을 취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두 달 전쯤, 처음 컴퓨터가 고장이 났을 때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수많은 방법을 써보았으나 고쳐지지 않아 수리기사를 불렀으나 분명 광고에는 3만원이면 된다는 수리비가 기사가 막상 오니 약 10만원에 육박한 것이 영 찝찝했고, 수리를 마쳤으나 한 달만에 또 고장이 난 것은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 어떤 기사를 보았는데 그 기사의 내용은 유명한 컴퓨터 수리업체가 일부러 손님의 컴퓨터 부품을 망가트리고 바이러스를 심는등의 행위로 총액 수십억의 사기를 쳤다는 내용도 있었다.

결국, 남자는 컴퓨터를 다시 스스로의 힘으로 고쳐보기로 하였다.


사실 남자는 어릴적에 컴퓨터를 제법 다뤘던 경험이 있었다. 어릴적에 게임을 워낙 좋아했던 탓에 컴퓨터에 나름 해박한 지식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절은 정말 오래전의 일이었고 그 때 가졌던 지식들은 대부분이 남자의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때문에 남자는 나이 서른의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하였다.


남자의 컴퓨터가 고장이 난 증상은 컴퓨터를 켰을 때, 윈도우의 로고가 켜지고 약 몇 초 후에 컴퓨터가 다시 꺼지는 것이었다. 

수리 기사는 남자의 컴퓨터의 증상이 하드 디스크에 윈도우가 깨졌다는 말을 했었다. 윈도우가 조각 났기 때문이라고.

남자는 수리 기사의 말을 근거로 스스로 윈도우 10 부팅디스크를 만들어 몇 번이나 윈도우를 설치하려 시도해보았지만, 무슨 일인지 윈도우가 설치되지 않았다.

남자는 생각해보았다. 혹시 하드 디스크의 하드웨어적인 문제가 생긴게 아닐까. 

남자는 쿠팡에 들어가 새로운 하드 디스크를 주문해서, 그 하드 디스크에 윈도우를 설치하고 다시 컴퓨터에 시동을 걸어보았다. 그러나 증상이 해결되지 않았다.

하드 디스크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스마트폰을 열어 이 증상에 대해 검색해보았다. 컴퓨터가 고장 났을 때 한 가지 원인에는 정말 수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컴퓨터는 꽤나 복잡한 장비이기 때문이다. 라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남자는 그 정보들을 종합해서 남자의 컴퓨터가 고장 난 원인의 종류를 종합해 보았다.


1.하드 디스크 문제(그러나 이 문제는 남자가 새로 하드 디스크를 구입했기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

2.메인 보드 문제

3.파워 문제

4.그래픽 카드 문제

5.램 문제


1번을 제외하면 총 네 가지의 원인이 있었는데, 남자에게는 4~5번의 부품의 예비는 있었으나(4번은 메인 보드 자체에 내장된 그래픽 카드로, 5번 문제는 남자의 램이 두 개였기 때문이다), 2~3번의 예비부품은 없었다. 때문에 먼저 남자는 4~5번 문제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나서야 4~5번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렇다면 남은것은 2~3번인데,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2번 문제는 남자의 메인보드가 상당히 오래된 것이었기 떄문에 A/S를 받거나 동일한 성능을 가진 메인 보드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래. 일단 그나마 가격이 싸고 구하기 쉬운 파워 부터 한 번 구입해보자. 남자는 다시 쿠팡을 켜서 파워를 구입했다.


문제는 파워였다. 남자가 파워를 갈아주자 컴퓨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하게 돌아갔다. 물론 하드 디스크를 바꾼 것도 한 몫하지 않을까. 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뭐. 정확한 것은 남자가 A/S를 보낸 하드 디스크들이 돌아올때면 밝혀질 것이다.


여튼, 남자는 컴퓨터를 자체적으로 고치는 것에 성공했다. 꽤나 막대한 시간(2~3일)과 돈(파워 33,400 하드디스크 68,000)이 들었지만, 어쨌든 컴퓨터는 수리에 성공했고, 남자는 그동안 컴퓨터로 하지 못한 작업들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남자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컴퓨터 수리를 완성한 날. 남자는 간만에 컴퓨터로 음악을 틀어놓고 잠에 들기로 했다. 잠에 들기전 남자는 어떤 생각을 했는데, 그것은 고장이 났으나 고치지 못한 것들에 관한 생각이었다.

사실 남자가 고장난 것은 비단 컴퓨터 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열심히 정보를 수집해 거의 코앞 까지 왔던 취직이 어이없는 불법으로 인해 코 앞에서 좌절된 일도 있었고, 그림과 소설이 아직 빛을 보지 못한 것도 있었다. 그동안 해왔던 서비스직에서 왔던 수많은 상처들. 손님들의 모욕과 발길질. 그리고 낫지 않는, 영원히 낫지 않을 사랑의 상처.

그것들은 어떻게 고쳐야 하는 것일까. 남자는 컴퓨터를 고치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실패한 것 같았고, 이번에 스스로 컴퓨터를 고친 것처럼 그 모든 것을 스스로 고치려고 노력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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