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상상한대로, 내가 계획한대로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삶은 이런 망상을 보기좋게 비웃는다. 이같은 결과는 어디서 초래되는 걸까? 문제는 빗나가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것에서 시작된다. 물론 사람 마음은 그 사람의 것이니 내가 어찌할 수 없는게 맞다. 백번이고 생각해도 옳은 이치다. 그래서 내가 바라는대로 누군가의 마음이 흘러가지 않아도 상처는 받지만 금방 털고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내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렸을적 나는 내가 대단한 선생님이 되어 있을줄 알았다. 그러나 흔들리는 가정환경에 일찍이 공부에 흥미를 잃으며 그때부터 내 신세를 한탄했었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학창시절 이후 그래도 어찌저찌 내가 원했던 대학 진학 성공했다. 예술에 재능이 있다는 얘기를 늘 듣고 자랐으며 이제는 큰 성공의 출발점에 섰다고 자신했다. 이마저도 보기좋게 좌절되고 지금은 전혀 관련 없는 일개 사무직을 전전하고 있다. 그것도 계약직으로.
이정도까지도 ‘그래. 이게 바로 삶의 맛이지.’하고 털어낼 수 있다.(이렇게 인정하기까지 뼈를 깎는 고통이었다) 그런데 최근 저주에 걸린 것 처럼 내 마음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다.
첫째, 갑자기 사고가 났다. 주행중 사고를 겪은 것은 처음이었고, 아무리 봐도 사고날 상황이 아니었다. 차 사고는 말그대로 갑작스러워서 이런 결론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분명 그랬다. 꽤 큰 사고였다. 상대차는 과실을 인정하지 못해 결국 소송까지 가야하고 렌트비용과 차수리비용을 모두 자비로 우선 부담했다. 소송 이후 돌려 받는 돈이라고 할지라도 비워진 통장을 보니 현금을 도둑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무엇보다 아직 완료되지 않은 큰 일이 내 옆에 있다는게 부담된다.
둘째, 나는 계약직이다. 이름만 들으면 모두 아는 큰기업에 입사했지만 경영악화를 이유로 퇴사당함에 가까웠다. 그리고 또다시 계약직으로 대기업에 입사했다. 제대로 일할 수 있을거란 기대가 무색하게 정직원이 하기 부담스러운 단발적인 일만 도맡아서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직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모두 불발이다. 중소기업은 절대 가지 않겠다는 선언도 이제는 흔들리고 있다.
셋째, 나는 원래 영어를 좋아한다. 졸업이나 취업을 위한 도구가 아닌 정말 좋아하는 언어 그 자체이다. 적은 월급으로 큰 맘 먹고 회화 수업에 등록했는데 실망감이 상당하다. 원어민과 나는 주파수가 잘 맞지 않으며, 화상 어플로 진행하는 수업 퀄리티가 그리 좋지 않다.
넷째, 두달전 짧게 잘린 머리가 오늘까지도 맘에 들지 않는다. 조금 길면 괜찮아질거라 생각했으나, 여전히 내 신경을 긁는 포인트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외에도 몸에 이상이 와서 건강적인 문제가 생겼고, 나를 화나게 하는 주변 사람들만 가득이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데, 나는 왜 온통 통제 불가능한 것들만 있는 것 같을까. 이쯤되면 나는 벌을 받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인생은 쉽지 않으며 때때로 시련이 닥친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너무 심하다. 달리려고 하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넘어진 자리에서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달리면 얼마 못 가서 또 철푸덕 넘어진다. 이대로라면 넘어지다가 인생이 끝날 것 같다.
도대체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어딨을까? 퇴근 후 저녁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거? 퇴근 경로를 선택해 운전할 수 있다는거?
고난, 시련, 역경 따위를 회피하고 싶은게 아니다. 적어도 다섯가지의 고난이 왔다면 한가지 달달한 단비는 맛볼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걸 누가 해주는건지 모르지만, 신이 있다면 이 글을 꼭 보여주고 대화 나누고 싶다. 혹시 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