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커피 애호가들이 스타벅스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이탈리아에 한참 출장을 가던 시절(25년 전?)에 에스프레소 바에 커피 한잔은 1유로였다. 지금은 물가가 많이 올랐고 가게마다 다르겠지만 그 시절에도 이탈리아 커피 마니아들은 특정 원두가 가진 고유한 풍미, 로스팅과 추출 방식에 따른 섬세한 맛의 차이, 바리스타의 숙련도에서 오는 특별한 경험을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은 한국도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활성화되어서 다양하고 개성 있는 커피맛을 좋아하는 커피마니아들이 늘었지만 반대로 커피 시장은 값이 싸거나 회전율이 높은 비니지스에 유리한 마케팅이 우세이기도 하다.
진정한 커피 마니아들은 커피를 대할 때,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선 예술이자 탐구의 대상이며, 예측 가능하고 획일적인 맛보다는 다양성과 개성이 있는 커피문화를 선호한다.
✒︎ 그렇다면, 스페셜티 커피와 스타벅스 커피 마니아들 사이의 간극은 '모두에게 통하는 무난함'과 '소수의 깊이 있는 취향'이라는 차이에서 오는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타벅스는 좋은 기업이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만족할 만한 보편적인 맛과 접근성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어디에서든 같은 맛을 기대할 수 있고, 분위기도 비슷하며 특별한 변수가 없어 익숙한 정점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커피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달콤한 음료와 분위기를 제공한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과 경험을 제공하는 스타벅스만의 가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이탈리아와 전 세계적으로 다수의 커피 마니아들은 스타벅스의 가격이 커피의 품질에 비해 비싸다고 여기고 있으며 비슷한 가격으로 고품질의 스페셜 커피를 제공하는 일반 카페나 프랜차이즈가 많다는 것을 봤을 때 가성비와 실용적인 측면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스페셜티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스타벅스 커피를 선호하지 않거나 비판적인 이유는 복합적이다.
첫째, 맛의 일관성과 개성 부족을 든다 - 스타벅스는 전 세계적인 체인점으로서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맛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다크로스팅"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는 원두 본연의 섬세한 풍미나 산미보다는, 쓴맛과 탄맛을 강조한다. 스타벅스의 로스팅 방식이 그들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는 이유는 다양한 원두에서 오는 다채로운 맛보다는, 어딜 가도 비슷한 '무난한 맛'이 개성 없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스타벅스의 커피'는 '음료' 중심의 메뉴 - 스타벅스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메뉴들은 대부분 캐러멜 마키아토, 프라푸치노 등 시럽, 크림, 소스등이 풍부하게 들어간 '가공음료'가 많다. 이러한 메뉴들은 단맛과 풍부한 질감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만, 커피 본연의 맛을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 순수한 커피의 맛과 향을 즐기려는 마니아들에게는 이러한 메뉴 구성이 커피 본연의 느낌보다는 '다채로운 디저트 카페'처럼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셋째, 대량 생산 및 효율적 추출방식을 사용한다 - 수많은 고객들로 영업의 회전율을 높이고 빠르게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스타벅스만의 자동화된 에스프레소 머신과 표준화된 추출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바리스타의 숙련도나 추출 과정의 섬세함을 강조하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과는 정반대 개념이다. 커피 마니아들은 원두의 특성에 맞는 정교한 추출, 바리스타의 기술과 노하우가 담긴 한 잔의 커피를 높이 평가하는데, 스타벅스의 시스템은 이러한 가치와는 대비된다. 만약 스타벅스 마니아들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심심한 사과를 표한다.
넷째, 스타벅스는 공간의 정체성을 대표한다 - 스타벅스는 '집과 직장' 학교 이외에 제3의 공간이라는 개념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편안한 분위기, 무료 와이파이, 좌석 배치 등 공간이 주는 가치가 크지만 반대로, 커피의 맛을 추구하는 마니아들은 커피 자체의 품질에 더 집중하기 때문에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공간 경험'이 '커피 맛 경험'을 압도한다고 느낀다.
다섯째, 가격 대비 가치 - 이탈리아의 사례처럼 많은 커피 마니아들은 스타벅스 커피의 가격이 품질에 비해 여전히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이탈리아로 출장을 다닐 때 휴게소나 에스프레소 바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매우 독특해 보였다. 꼭 "삶의 에너지가 커피에서 얻어지는 특별한 유전자를 타고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커피는 치열한 일상의 활력소가 되고 있었다.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음료 이상의 의미를 넘어 "커피가 삶의 방식이자 에너지"로 작용한다. 커피를 즐기는 방식은 대부분 바(Bar)에 서서 빠르게 에스프레소를 한 두 모금에 들이키는데 짧지만 강렬하게 순간적인 에너지와 각성의 효과를 얻는다. 이탈리안들은 커피의 작은 잔에 담긴 농축된 에너지를 통하여 하루를 시작하거나 오후의 나른함을 쫓아낸다. 또한 하루하루 커피를 통해 삶을 긍정적으로 마주하고 주어진 순간을 집중하는 의식적인 모습이 경이롭다.
이탈리아에서 하루 중 "에스프레소 타임은 단순한 커피 타임이라기보다는 짧은 사회적 소통의 순간"이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바리스타와 짧게 대화를 나누거나(한국은 '커피'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반면 그냥 '일상'에 관한 스몰 톡을 한다), 모르는 옆 사람과 눈인사를 하는데 익숙하다.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다른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소통하며 활력을 얻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강렬한 맛과 열정적 감정의 표현은 이탈리아 인을 닮았다!" 에스프레소의 쓴맛, 단맛, 신맛이 나는 진한 바디감은 폭발적인 미각의 경험을 준다. 어쩌면 이탈리안들은 에스프레소의 강렬함을 통해 내면의 잠재된 감정과 에너지를 표출하고, 삶의 희로애락을 커피 한잔에 담아 마셔버리는 느낌이다.
"한잔의 커피에 이탈리아의 문화가 살아 숨 쉰다." 사실 이탈리아 문화 전반에는 삶을 즐기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적 태도가 묻어있다. 에스프레소 한잔에도 이러한 태도가 배어 있는데, 잘 추출한 에스프레소의 크레마를 감상하고 그 맛과 향에 온전히 집중하는 모습이 마치 짧은 순간 예술 작품을 음미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 이탈리아의 일반적인 바에서 판매하는 커피의 종류를 소개한다.
1, 에스프레소(Espresso) - 이탈리아 커피 바(BAR)의 기본이자 핵심 메뉴이다. 한두 모금 짧게 마시고 커피 위의 크레마(Crema)가 잘 형성되어 있다.
2, 카페 마키아토(Caffe Macchiato) - 에스프레소에 우유 거품을 소량 얹은 커피(마키아토는 '표시하다'라는 뜻)이다. 우유가 혼합되어 에스프레소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부드럽다.
3, 카푸치노(Cappuccino) - 에스프레소, 우유, 스팀 우유가 각 1:1:1의 비율로 만들어진다. 보통 아침 식사와 함께 마시며 점심이나 저녁에는 잘 마시지 않는다.
4, 카페라테(Caffe Latte) - 에스프레소에 우유만 넣은 커피(라테는'우유'라는 뜻)이다. 부드럽고 카푸치노 보다 우유 맛이 강하다.
5 라테 마키아토(Latte Macchiato) - 따뜻한 우유에 소량의 에스프레소를 부어 만든다. 카페라테와 비슷하지만 우유가 훨씬 많고, 에스프레소 층이 혼합되지 않고 분리되어 있으므로 유리잔에 서브된다.
6, 아메리카노(Americano) -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추가한 커피이다. 연한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물의 양으로 커피 맛을 조절한다.
7, 카페 룽고(Caffe Lungo) - 에스프레소 추출 시간을 약간 길게 한다. 기본 에스프레소 보다 양이 많지만 물을 추가하지 않고 추출시간으로 조절한다.
8, 카페 리스트레토(Caffe Ristretto) - 에스프레소 추출 시간을 약간 짥게 해 더 농축된 진하고 강렬한 맛이 나온다.
9, 카페 코레토(Caffe Corretto) - 에스프레소에 약간의 알코올(브랜디, 이탈리안 리큐르 등)을 첨가한 커피이다. 코레토는 이탈리아로 '교정, 정정된'이란 뜻이다. 이탈리아는 식후에 카페 코페토를 즐기는 경향이 많다.
♥︎ 내가 좋아했던 이탈리아 커피는 '에스프레소 콘파냐'다. 이 맛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국외 여행 인솔자 시절, 이탈리아를 좋아했고 커피를 사랑했지만 이탈리아 도시를 안내하는 '투어 코디네이터'란 직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에 나는 공감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어도 매우 훌륭한 일이 될 것이다."라고 했던 <워런버핏>의 말도 기억이 난다. '좋아하는 일'의 최대 장점은 열심히 해도 덜 지친다는 것인데,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직업을 '오래 할 수 있느냐'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며 축복이다." 오랫동안 좋아하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문 사람이 승리의 과실을 얻는 것처럼, '나는 강해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아서 강해질 것'임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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