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왕국

Where are you from?

by Jackie Song

코로나 시국으로 잠깐 돌아가보면 그 끔찍했던 시간들이 남겨주었던 악몽도 많았지만 돌아보면 사람들은 내면적으로 참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내일을 알 수 없었던 불안과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지내던 2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 신체와 건강한 정신으로 매일을 살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2021년 9월, 가을 하늘의 문이 열리고 다시 비행이 시작되었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나의 국적기인 아시아나를 타고 일등으로(비행기는 일등석은 아님) 태국 방콕으로 날아왔다.


2019년 11월, 갑자기 사람이 없어지고 친구가 사라지고 회사가 폐업했다. 하늘 길이 막히기 전에 빨리 한국으로 가야 했다. 푸껫에서 방콕으로 먼저 오기까지 2달이 넘게 걸렸고(지방 국도 폐쇄), 여기 방콕에서 다시 서울로, 서울에서 다시 부산으로 가야 했다. 아니다 다를까, 그로부터 2주 후 태국과 한국사이 왕복 노선은 모조리 하늘을 닫았다. 서둘러 챙겨서 탑승한 소지품은 여권과 노트북 하나였다. 다행히 우리 가족은 이산가족의 불행을 면할 수가 있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지금은 다시 내가 살던 나의 왕국으로 다시 돌아와서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꿈만 같다. 아직도 여전히 고마운 꿈을 꾼다.


한국에 도착 후 1주일간 격리 생활을 하고 눈을 뜨니 16년 전 한국이었고 별로 변한 게 없었다. 변한 게 없다고 하면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모양들이 변한 것 말고 사람들이 많이 변했기를 내심 기대했다. 한국은 코로나 시국에 모든 환경은 비대면이었지만 정부 자체의 방역시스템이 완벽했기에 학교나 사회 활동은 크게 재재를 받지 않았다. 모두들 새로운 환경과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큰 숙제였다. 세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빨리 변할 것 같다!


처음 인천에서 환승해 내린 김해 공항 도착층에서는 짧은 영어로 나에게 "Taxi Taxi"라고 손짓하고 있었고(겨울에 여름옷을 입고 나오는 사람은 한국 사람은 없을 테니..) 나의 뇌가 한국 모드로 전환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난 애쓰지 않았고 주어진 시간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 했다. 문제는 날씨다. 춥고, 익숙하지 않은 공기, 무표정한 사람들, 짧은 질문(:어디서 왔어요?)을 반복해서 들어야 했고 당황하는 나 자신이 너무 서툴다. 내 나라, 나의 언어를 쓰는 곳에서 난 또 다른 이방인임을 새삼 느낀다.


마지막 거주지가 푸껫이었고 직업 상 바다 생활에 노출되어 다니던 나의 피부색은 거의 흑인종이다. 간혹 지하철을 타게 되었는데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남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고 반대로 남들에게도 나의 시선을 많이 집중한다. 그 당시, 나의 피부색은 남들의 시선이 집중되는데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는 지하철 환승역을 물어보는 여자 외국인도 많다(그것도 영어로...) 단언컨대, 왠지 하얀 피부의 학생들 보다는 내가 더 친근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난 아직도 이 작은 도시에서 문화의 단일성이 심하게 느껴진다. 자랑스러운 대한만국은 아쉽지만 아직도 하나의 피부색을 가진 정체성에 길들여져 있다.

그렇다면, 나의 정체성은 I'm from korea, but not made by Korea.


전세게 50개의 나라와 100개의 도시를 '국외여행인솔자'로 다년간 출장을 다녔다. 그 시절에는 내가 너무 어려서 몰랐던 걸까? 아니 냬 기억으로는 그때도 난 '오리너구리' 였던 것 같다. 남들과 비교되는 것을 싫어했고 나름 자존감을 높이려 했던 삶을 살아왔었다. 누구보다 세상에 호기심이 많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즐겼다. 깨지기도 하고 부서지기도 하면서 생긴 상처들은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 나갔다. 그 많은 경험들은 지금 내 인생의 자산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문화적 충격이 문화 이해로 이어지고 다양한 정체성들이 서로 연결될 때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고 수용할 수 있다. 나는 내심 그런 기대를 조금은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한강의 물줄기는 아직도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이었다. 수년간 많은 나라들을 경험하면서 문화의 보편성과 다양성이 조화를 이루고 편견 없이 살고 있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이 내용은 다음 연재에서 다시 언급하기로 한다.


사와디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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