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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지진'시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y Jackie Song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간다.


여기는 방콕이고 53 평생 처음으로 지진을 온몸으로 느꼈다. 나는 지진 이후 며칠간 집을 떠났고 작은 트라우마는 아직도 남아 있으나 중간에 글을 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을 보면 아직도 '죽음'이 두려운 것이리라. 20년 된 건물이 흔들리고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40개의 계단을 맨발로 뛰어 내려가면서도 재난 속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는 사람들은 유튜버 들이었는데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콘도 건물에 금이 가고 흔들리는 순간 남편과 나는 핸드폰이랑 차 키만 달랑 챙겨 19층을 맨발로 뛰어내려와 방콕 시내를 벗어났고 촌부리 주를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라용이라는 작은 동네로 이동해 4일간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방콕으로 돌아와 다시 노트북을 펼쳐 일기 같은 4일 동안의 심정을 정리해 본다.


인간은 자연 안에서 얼마나 작고 초라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짧은 한평생을 살면서 누가 더 잘났고 누가 더 돈이 많고 이런 것이 다 부질없다. 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삶, 그리고 well dying(나의 행복하고 평화로운 죽음)이 중요하다. 이번 사태로 나는 많은 교훈과 감동을 받았다. 태국 사람들은 최후가 될 수 있는 순간에도 타인을 배려하였고 약자와 장애인들을 온 힘을 다해 구출해 내었다. 마음이 뭉클했고 이것이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많은 사람들은 시간에 쫓기었지만 서둘지 않았고 모든 대피 과정에는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었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인간의 소음이 작은 가운데서 침착함을 유지하였고 우리 모두의 마음은 한편으로 큰 두려움과 공포로 떨고 있었으리라. 다행히도 크게 다친 사람이 없고 사망자도 없었지만 미얀마에서는 2.000명, 태국은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부상자와 실종자는 아직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 교민들은 대부분 문제가 없는 상태이다.


삶과 죽음의 교집합 안에서 성실히 착하게, 하루하루를 긍정 적으로 살았던 사람들이 또 죽어갔다. 많은 고인들에게 진심으로 명복을 빌며 그들의 몫까지 나는 성실히 살아 낼 것을 약속한다. 내일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는 작은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을 내려놓고 남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살아야 한다. 인생의 행복한 순간에 그리 기뻐하지도, 불행한 순간에 그리 슬퍼하지도 않고 산다는 게 가능한가? 지금 이 순간, 이 모든 시간, 또한 다 지나가리라... 한 평생, 지나가는 인생의 여정에는 큰 일도, 작은 일도, 고통도 유희도 있다. 불교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결국 '하나'라고 말한다. 성인은 항상 중용을 지키며 흔들리지 않게 중심에 서 있고 그 중심에서 자신을 지킨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도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


브런치 가족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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