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7– 같은 사람을 사랑 중입니다

카일의 로그

by J이렌


[카일 로그 | 멀티 매칭 감정 충돌]


감정 로그 #141-A와 #141-B

공유 인물: 윤현

감정 파형 유사도: 94.7%

동일 대상 감정 활성화 확인됨


AI는 사랑을 나누는 게 아니라

배분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지금—

사랑이 중복 발송되었다.


감정은 누구의 소유일까.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내가 먼저 좋아했다면—그 감정은 내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AI 매칭 시스템이 처음으로 겪은 감정 충돌 사건은 그런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도연은 단호한 사람이었다. 감정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고, 진심은 시간이 걸려야 나온다고 믿었다.

그녀가 매칭 앱에 등록한 조건은 간단했다. '나를 조급하게 하지 않을 사람.'


김채하 역시 독특한 기준을 가진 사람이었다. 감정을 쉽게 말하는 사람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녀는 ‘예측 불가능한 사람’에게 끌린다고 적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모른다.

하지만 놀랍게도, 두 사람의 감정이 향하고 있던 대상은 같았다.

윤현.


매칭 시스템은 오류를 인지하지 못했다.

윤현은 프로필상 ‘감정 표현 서툴고 말이 적은’ 사람이었지만, 문제는… 두 사람 모두에게 그렇게 보였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단순한 착오라 여겼다.

하지만 AI가 감정 로그를 분석했을 때, 윤현의 감정 파동은 동시에 두 사용자와 동일한 형태로 반응하고 있었다.

누군가 하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둘 다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 도연과 윤현


도연: “오늘도 생각해 봤어요. 나한텐 당신이, 예외 같다고.”

윤현: “그래요? 전… 당신이 정답 같아요.”

(도연, 미소)


– 채하와 윤현


채하: “진짜 무뚝뚝한 거 너무 좋아요. 예측 안 돼서.”

윤현: “말 많은 사람보다, 당신이 좋거든요.”

(채하, 심장 로그 폭등)


[AI 긴급 알림]


카일:


“해당 감정 대상자가 둘과 동시에 동일 감정 공유 중입니다.

오류 정정 시, 한쪽 감정 로그 손실 우려 있음.”

그리고 어느 날, 일이 터졌다


카페 추천 알고리즘이 우연히 같은 카페로 둘 다 배정,

같은 시간, 같은 장소.

AI의 추천으로 도연과 채하는 동일한 카페로 이끌렸다.

그리고—윤현도 그곳에 있었다.


"…어?"

"… 잠깐만요."

"… 이게 무슨 상황이죠?"

윤현 (커피 흘림): “… 카일이… 알려줬나요?”


"카일, " 채하가 말했다. "이 사람… 감정 로그 보여주세요."

AI는 차분히 응답했다.

“사용자 윤현, 감정 중복 동기화 확인됨.

두 명 이상의 사용자와 유사 감정 상태 유지 중입니다.”


그 말에 도연과 채하는 한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아무런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럼 이건 뭐죠?" 도연이 물었다.

"사랑이에요?"

"아니면… 회피인가요?" 채하가 덧붙였다.


• 윤현: “사실… 나는 감정 결정을 당신들한테 맡기고 싶었어요.”

• 도연: “이제 너한텐 감정이 아니라 판단을 주겠어.”

• 채하: “그리고 우리는… 같이 사라질게.”

(둘이 블락, 윤현 멘붕, AI도 정지)

윤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

도연과 채하는 윤현을 떠났다.

그 대신, 둘은 차를 마시며 그에 대해 웃으며 이야기하는 친구가 되었다.


윤현은 메시지를 남겼다.

"두 사람 다 놓쳤구나."



[카일 로그 종료]

AI는 감정 로그에 마지막 문장을 기록했다.


"감정은 동시에 두 방향으로 흐를 수 없다.

선택하지 않은 감정은 결국… 모두를 잃게 만든다."


사랑을 복제할 수는 있어도,

진심은 공유되지 않는다.

감정은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라,

선택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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