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의 감정 기록소》
의뢰인: 한참 웃음 꾹 참으며 로그를 적는 중
등장인물: 의뢰인 밑에 직원, 직속 부하이자… 자칭 차기 컨트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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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지, 사람이 왜 이렇게 눈치가 없을 수 있어?
그녀는 내게 먼저 말하지 않았다.
다짜고짜 내 보스에게 가서 먼저 말했다고 한다.
“저, 외부 오퍼 받았어요.
근데 이 회사가 좋아서 남고 싶어요.
조건만 좀 바꿔주시면…”
바로 꺼낸 조건은,
타이틀 업그레이드 + 보너스.
그것도 그냥 타이틀이 아니라,
… 나랑 같은 직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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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는 그 요청을 거절했다.
“성과가 있어야 보상도 있지,
지금은 시기상조야.”
그리고 “기다리라”라고 말했다.
열 번도 넘게.
결국 그녀는, 거절당한 뒤 나를 찾아왔다.
“혹시… 저 대신 보스에게 다시 한번 얘기해 주실 수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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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이 얘길 왜 나한테 하는 거지?”
“나를 먼저 찾았어야지,
왜 결과 다 보고 와서
‘처리’하듯 넘기는 건데?”
하지만 겉으론 이렇게 말했다.
“음… 네가 원하는 방향이 명확하니까,
그걸 위해 네가 직접 설득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거야.”
“그리고 새로 갈 회사가 진짜 좋은 조건이면,
망설이지 말고 가는 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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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나 사실 그녀 안 좋아해.
언제나 내 말을 건너뛰고,
내 자리를 넘보는 태도였으니까.
그런데도 나는, 내 감정을 숨기고
프로페셔널한 조언을 줬어.
그게 내가 지키고 싶은 태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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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감정 기록
허탈함 기시감 억지웃음 감정 절제 프로페셔널의 품격
사람 사이에는 선이 있다.
선 넘은 태도에는,
침착한 태도로 선을 다시 그으면 된다.
당신은 내 상사가 아닙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처럼 행동하지 않을 겁니다.
• 데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