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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운 Nov 08. 2015

고등어

생존일기

우린 그때 파도에 밀려 온 고등어 같았다.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웃었다.
살고자 모래 위에서 펄떡이는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고는 웃어줬다.
지금도 그 미소의 온도는 기억나지 않는다.
조소인지, 미소인지.
우리를 보고 웃어주니 그저 눈 시리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 날 하늘은 어찌나 파랗던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새벽이 와도 쉽게 잠들 수 없었다.
우리는 밤새 결정짓지 못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 했다.
창 밖에 노래방 간판 불빛이 번쩍번쩍 거리며 밤새도록 우리의 방에 냉기와 함께 스며 들어왔다.
새벽빛이 검은 색에서 파란 색으로 조금씩 변해갈 쯤 우리는 잠이 들었다.

밤에는 불을 낮추고 우리는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고는 바보 같은 춤을 추었다.
언제 그렇게 환히 웃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웃어뒀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그 사람은 항상 좋아했다.
내가 좋아해서 그 노래를 좋아한 것인지,
그 사람이 춤추고 싶은 노래 들이 나와 같은 취향의 노래였는지 나는 아직도 묻지 못했다.

겨울이면 방 창문에는 문풍지를 붙였다.
너무 추워서 그것들을 붙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그것을 본 그의 어머님은 나를 괜찮은 아이라고 이야기 해주셨다고 한다.
뿌듯했다.
문풍지라도 붙일 수 있어서.
내년에는 더 튼튼히 창문을 여미리라, 생각했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여름이면 에어컨에서는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배수관이 잘못 연결되어 항상 그랬지만 그 아래에는 수건을 받쳐 놓았으니 내일 아침까지는 괜찮을 것 같다.

멀미가 돌아 파도에 밀려 온 고등어.

우리가 다시 그 바다에 갈 수 있을까.
많은 것들을 미루어도 결국에는 고이 가지런히 놓인 끝이 있었다.
고등어는 끝내 살지 못했다,
비가 그렇게 내리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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