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운 Sep 19. 2015

떡볶이, 그거 맛있지 않아요?

네. 맛있네요.

울었어요?
네, 울었어요.
왜 울었어요?
눈물이 나서 울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네, 무슨 일이 있었어요.
안 좋은 일이?
네 안 좋은 일이 있었죠.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아니요 그러고 싶지 않아요. 다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그래요,  이야기하지 마요.
..
오늘 아침, 출근길에 나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소망해 본다. 오늘은 앉아갈 자리가 있기를.
하루를 버티려면 틈이 날 때마다 눈을 붙여야 했다. 사실 나는 잠이 많은 편이지만 요즘에는 4시간 정도를 자며 버티고 있었다.
..
중학교 때는 책을 펴 놓고 수업시간에 졸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고뇌하는 포즈를 취하며 선생님의 눈을 피한다. 5분씩 조는 거다. 수업이 지루하면 이만한 방법이 없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가기 전 1시간 정도의 시간에는 소파에 누워서 또 낮잠을 잔다. 이러면 적어도 저녁 학원 수업에는 집중이 잘 된다.
고등학교 때는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공을 차긴 했지만 쉬는 시간 10분은 온전히 나를 위해 투자했다. 졸리면 바로 책을 베개 삼아 눈을 붙이는 거다. 정확히 8분 정도를 눈 붙이고 나면 그 후 수업시간은 훨씬 수월했고 이건 성공한 거다.
..
그렇지만 이제는 잠을 줄여야 할 상황이 많아졌다. 새벽에 너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나는 마지막 버스를 타며 다음 출근길을 걱정한다. 내일은 어떻게 버티지 하며 하품을 한다. 우리가 일을 마치고 만날 수 있는 시간이면 이미 깊은 한 밤 중이니 할 수 있는 거라곤 금방은 따뜻해지지 않는 조그마한 전기 난로를 우리의 사이 딱 중간에 틀어놓고 마주 앉아  포장해온 떡볶이를 먹는 정도인 것이다.
..
우리는  고해성사하듯이 떡볶이를 나눠 먹으며 하루의 사소한 일들을 털어 놓는다. 성능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 난로의 주황 불빛은 참 좋았다. 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만남은 항상 불안했다. 항상 서로를 다독이며 토닥였지만 주위를 둘러 싼 모든 순간들이 지난 아침 출근길처럼 지치게 만들었다.
..
진을 빼 놓는 상황들이랄까.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며 나는 너를 첫 번째에 두었다. 
왜냐하면 나는 잠보다도 네가 훨씬 좋았으니까. 나중에 헤어지기 전에야 들은  이야기이지만 너도 나도 그때 잠이 너무 부족해서 서로 힘들었다며. 웃었다. 그 이야기를 하는데. 
같았구나.
..
나 사실 그때 하루하루 너무 피곤했어.
나 때문에?
응, 너 때문에.
나도 그랬어. 그때 정말 잠이 부족했어.
나 때문에?
응, 너 때문에.
미안,
응. 나도 미안..
..
그게 마지막 말이 될 줄은 몰랐는데 
마지막 말이 되었다.
마지막 말은 준비하지 못했는데 마지막이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반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