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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운 Feb 10. 2016

소묘는 불가능

집에 돌아오는 길에 두 권의 시집을  사놓고는 나는 그것을 내 방, 한 켠의 볕이 제일 잘 드는 장소에  놓아두었다.

볕이 머물고 간 자리에 여백 없이 밤이 들어오면 매일 책을 펼쳐 놓고는 이제는 멀어진 빛에 반사된 단어들을 골라 각종 의문문 형태의 문장들을 입에 올려 외워 두었다.

질문들로 당신을 소묘할 수 있을까 싶어 나는 단어들을 들여다 보고 시간이 나면 밤에는 밖에 나가 혼자 한참을 앉아도 있어 보고 이틀은 밥도 굶어 보았다.

적어도 오랜 시간을 나는 구겨진 나의 미간으로 당신을  들이밀어 놓고 간격을 두어 시종일관 당신을 묻고 있었다.


시집의 단어들로 나는 오늘 당신을 온전히 적시어 내고 비어낸 후 제 자리에 다시 놓아주겠다고 생각했다.

어떠한 호기심으로도 이해를 품을 수 없어서 몹시도 외로웠다.

그리고 새벽의 말미에 나는 아래의 사실들을 온전히 혼자서 품어 내었다.  

너를 통한 모든 문장들은 다시 단어가 되고 그 단어들은 다시 자음과 모음으로 나뉘어 지는 것들을 반복했다.

당신의 존재에 대한 소묘는 거진 불가능.

다시 오후 4시가 되기 전, 시인은 죽고 말았다면.

잘 모르기 때문에.


모든 단어는 생략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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