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식고 있으니 아직 겨울인 것은 확실하다. 여러 잔의 커피로 거듭 실험하였으나 역시 확실하다. 차가워졌다. 금세. 금시에.
그래서 너는 겨울의 모든 일들을 기록하기로 해 놓고 자꾸 딴청을 피운다. 딴청을 부리는 모습에 25살의 내가 보여 억지로 손에 펜을 쥐어 주고는 무엇이라도 적어 보라고 소리를 바락 질렀으나 듣지 않았다. 어제는 방 안에 온갖 음울들을 불러와 밤새 잠도 자지 않고 그들과 떠들더니 오늘은 하이얀 백열등을 켜놓고 엎드려 책을 읽는다. 택시기사와는 말을 섞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너는 방 안으로 눈들을 쓸어 담아오고 혼자만 그것들을 밟으려 애쓰고 있다.
이제와 내가 제일 궁금한 것은 '상실'이라는 단어 앞에 너는 나를 떠 올리지, 아니면 무라카미 하루키를 떠올리지 였다. 푸른색의 책 표지와 상실이라는 단어가 어울리 던가 생각했지만 여전히 나는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