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운 Feb 28. 2016

대필代筆

2.생선

웃고 싶다2. 울고 싶다1. 숨고 싶다2. 죽고 싶다5.


강혁은 죽고 싶다는 소리를 내게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도 그에게 죽음이 찾아온 이유를 묻는다면 그는 너무 치열하게 살았다. 단순하지 않은 치열함이 그의 삶 곳곳에 배어 있었다. 나는 강원도  앞바다에서 그의 아버지를 보고 더욱 확신했다. 저들은 물고기 정도의 삶을 살게 될 거라고. 물고기 중에서 꽁치나 갈치 같은 ‘치’ 자가 들어가는 녀석들은 잡히면 지 성질을 이기지 못 하고 배 위에서 발버둥을 치다가 금세 죽어버린 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고등어는 어떨까? 문득 궁금해졌다. 강혁도 비슷한 이유와 맥락에서 죽음을 집어 들었을 것이다. 사회의 모든 환경들이 우리 같은 물고기들에게 숨을 쉬도록 허락해 주지 않았다. 아가미로 숨을 쉬려 하려 하면 할수록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하루는 강혁은 내게 학자금 대출에 대해  이야기했다. 동생과 본인의 학자금 대출을 갚으려면 앞으로 몇 년을 일해야 할지 함께 계산해 보곤 하였다. 강혁은 나의 자취방에 술을 마시러 와서는 컴퓨터에 글을 적고는 했다. 그가 유명 작가가 되었다면 나는 이 유작들로 큰 돈을 벌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생각이 너무 적나라하게 적힌 글 들이여서 나는 그 글을 읽고 나면 강혁의 심연 속으로 몹시  동화되는 기분이었다. 사실 그 글들을 오래 들여다보는 것은 내게도 매우 두려운 일이었다.


나는 술에 취한 채로 택시에 타고는 목적지를 말하고 잠이 들어. 또 다른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술자리로 향해, 가서 한참을 웃기고 또 웃고 와. 너도 알다시피 나는 꽤 유쾌한 사람이야. 근데 나를 걱정해주어. 어렴풋이 든 선잠에 그렇고 그런 단어들이 들려.


2014년 12월 2일, 그 날 저녁, 나는 강혁의 아버지를 동네의 작은 술집에서 만났다. 나는 오늘 죽은 친구의 아버지에게서 살아 있는 친구 강혁의 얼굴을 보았다. 아버지는 내게서 강혁을 보려고 하는 듯 보였다. 나는 강혁을, 아버지는 강혁을, 우리는 서로를 통해 강혁을 보았다. 사실 나와 강혁은 아무래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20살에 처음 대학교에 올라와 내가 강혁에게 신입생 환영회 날 점심 값 만원을 빌려준 것이 계기가 되어 안면을 트게 되었고 강혁도 나도 축구를 좋아했으며 학교를 다니며 꽤 많은 문학 수업들을 함께 들었고 고민들을 공유했다. 심지어 우리는 체격도 비슷해서 친한 친구들은 우리를 형제처럼 생각하기도 할 정도였다. 강혁의 관심사는 학교를 다닐 때에부터 극단적으로 나뉘어 있었다. 일 학년 때의 그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 했고 4학년 때에는 대기업의 신입사원이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강혁은 그 무엇도 될 수 없다는 것을.


내일의 겨울밤에는 우리 모두 외로울 권리를 갖게 되고 그것을 익숙한 듯 말없이 등에 업고 꽁초 담배 태우며 광화문 앞에서 청계천을 따라 종로 5가까지 걷게 되면 이상적인 청춘의 그림자가 당신과 동행할 것입니다. 

말은 섞지 마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대필代筆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