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운 Dec 17. 2016

연말

어른이라고 판단되는 시점이 오면 우리의 대화 방식은 조금 바뀌게 된다. 그 판단의 시점은 내가 시간에 집착하고 있는 순간을 느끼게 된 그 이후인 듯하다. 순수를 품었던 적에는 무엇인가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말을 했다. 요즘에는 내가 말을 하면서도 어떤 마음을 전하고 싶은 건지 잘 알지 못한다. 화법은 좋아졌지만 생각이 또렷하지 못하고 대화 사이의 여백과 공음을 견디지 못하도록 교육받은 것 마냥 다음 말을 굴린다.  패턴의 대화를 하는 사회인이 된 듯하다.


대화의 위험과 위협은 잠깐 또 항시 여기서 비롯된다.


대화를 할 때에 가끔은 도박을 한다. 패를 던지고 상대방의 기분과 반응을 보고 다른 패를 둘러보게 된다. 진심으로 말을 할 수 있는 나의 마음과 여유는 지켜내지 못한 누군가의 유산과 같다.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은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고 거짓으로 살고 있지 않은 데에도 거짓으로 순간을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청문회에 쏟아지는 위증의 장면들을 손가락질하면서도 가끔은 본인의 삶을 위증하고 있기도 한다. 

다 빼앗겨 버린 나의 무언가는 소매치기에게 버려진 지갑처럼 찾을 수도 없고 매우 속상한 일일 뿐이다.

다가온 연말과 떨어진 기온이 야속한 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집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