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 명치가 계속 답답했다. 무엇인가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기면 가슴 부위 쪽이 뻐근하거나 하는 일이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몸을 통해 알 수가 있었다. 마음으로는 수 없이 긍정적인 마음들을 주입하여도 몸이 받아들이지를 못 했던 것 같다.
내가 일하고 싶었던 부서로 옮겨와 일을 배우기 시작하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주변의 환경이 많이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새로운 무엇인가 하나를 들이 밀어 바꾸어 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을 새삼 깨달았다.
새 해가 되어도 거창한 계획이나 목표를 세울 틈도 없이 그래야 하는 이유도 찾지 못 한채 한 주가 지나가버렸다. 나는 쫓아가지 못하는 일 진도를 야근으로 때워 가며 최소한 나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1월 3일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는 신년회 임을 자축하는 사람 2 명과 1월 3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사람 1명으로 나뉘었지만 나이 먹음에 대해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모두 비등한 태도로 품고 있었다.
안정적인 직장이 그의 심리적인 불안정을 감추어 주지는 못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그의 소주잔의 꼭대기까지 잔을 가득 채워 주었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지 않아 1000원짜리 노가리 세 마리와 3000원짜리 쥐포 하나면 소주 3병을 마시고도 집에 돌아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나의 새 해 계획 같은 것은 사실 끗발 조차 서지 않는다.
가진 것은 실패한 경험뿐인데도, 성공하는 법을 잘은 모르면서도, 친구들과 직장에서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조차도 우습게 느껴지면서도, 그래서 신년의 계획 같은 것을 세우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바보 같은지도 알 것 같다.
매 년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그 일부를 수정하고 재단하며 다시 또 결국엔 실패로 이르는 와 중에 나는 어떠한 일이 기적처럼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게 되었다. 다만 우리의 결심 같은 것이 10이라면 그중에 1만이라도 그쪽 방향으로 넘어지며 나아가고 있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떠한 성명서나 계획서, 또 기획서 같은 것과 우리는 어울리지도 않는 삶을 살면서 단순하고 소박하고 초라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예단하긴 이르지만 이렇게 우리는 모두 사실 속에 살고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