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운 Oct 29. 2017

[책일기]바깥은 여름

바깥은 여름     

오늘 나눈 생각과 단상들이 휘발되어 버리기에는 아쉬워 생각나는 단어들을 나열한다.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에 단편집에 수록된 이야기는 가족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단편들을 읽고 눈길이 갔던 점이나 인상 깊었던 작가의 글 쓰임에 대해 간단히 적는다. 문단의 마지막에 두는 의미를 품은 듯한 문장(펀치라인)들이 주는 긴장감과 장면전환은 좋았다. 대부분의 단편들이 가진 긴장의 방식이 그러한 부분에 기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점은 역으로 아쉽기도 하였다. ‘풍경의 쓸모‘는 차분한 감성의 주인공이 바라보는 객체에 따라 그 감정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는 참으로 입체감을 갖는 기분이었다. “참 전형적으로 사신다”라는 주인공의 한 마디가 강인한 인상을 주었다. ’입동‘은 에필로그 부분에서는 타인이 되어버린 그녀를 그 이후에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공을 들였고 차분한 톤과 뒤섞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을 일으키게 하지 않았을까 예측해 본다.

 ’노찬성과 에반‘은 어린 주인공인 노찬성의 어투와 생각에 주된 포커스를 맞추며 이야기를 전개 시키는 데에 3인칭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노 찬성에게 동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노화되어가는 개를 보는 것에 자신이 비추어 할머니와 수술을 하여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동물병원 의사들의 희미한 욕망들을 통해 첨예하게 대립하지 않은 각 개인들의 이야기를 어찌 긴장을 줄 수 있는지. 스마트 폰을 욕망하는 어린아이들을 그려냄으로서 시대의 자화상 중 일부를 그려냄으로서 디테일에 강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건너편’의 이수와 도화의 이야기가 나는 가장 좋았는데 그 이야기들 중 가장 으뜸으로 꼽는 것은 크리스마스 날 도화와의 데이트, 노량진 수산 시장에서 25만원의 줄돔을 흥정하는 장면이었다. 줄돔을 흥정 후에 구매하여 먹는 장면을 통해 심리적인 묘사와 이 둘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잘, 또 흥미롭게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성공할 수 없고, 또 성공하지 못 하여 죄책감을 등에 업고 사는 우리 세대의 자화상과 연애를 잘 섞어내 온 단편이라고 생각했다. ‘침묵의 미래’의 소재나 구상은 참신하다고 생각하였으나, 소설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아 아쉽기도 하였다. ‘가리는 손’의 재이의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엄마는 한국 사람이라 모른다고 했던 말. 그녀는 혼혈아였다. 김애란 작가는 우리가 타인으로 생각하기 쉬운 것(늙은 강아지, 자식을 잃은 엄마, 혼혈아)들을 사람으로 만들어 내어 사람 대 사람으로 이해시키려 하였다. 걱정과 근심을 얹어 타인의 불행을 가십으로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의 소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