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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시누 Sep 12. 2016

성공적 리메이크 혹은 실패한 아류작?

드라마 리뷰: 국내판 라이어 게임

 


          원작 만화로 큰 인기를 끈 [라이어 게임]이 국내에서 방영되었다. 국내 제작이 확정되자 많은 라이어 게임의 원작 팬들, 그리고 일드 [라이어 게임]의 팬들은 한편으로는 기대를, 또 한편으로는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드라마가 끝난 지금도 여전히 반응갈린다. 한국판 리메이크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의견과 원작에 비해 너무 한국식으로 만들다보니 메인 디쉬인 게임 부분이 묻히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한국판 [라이어 게임]은 12부작으로 짧게 끝난 감이 있는데  탓에 이야기에 대해 좀 더 풀어 나갈 여지가 있었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빠른 호흡으로 전개가 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사실 시즌 1의 초반부까지만해도 이 드라마를 계속 볼지에 대한 갈등이 생길 정도로 연출이 불만족스러웠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일드로 만들어진 [라이어 게임]에서도 동일한 느낌을 받았지만 일본 드라마만이 가진 만화적인 분위기라 생각해 넘길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판 라이어 게임이 상정하는 바는 전혀 달랐다. 국내판 [라이어 게임]은 애초에 여러 설정들을 국내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함으로 "우린 좀더 현실적인 느낌으로 간다."라는 이미지를 강렬히 심겨줬다. 원작에서 게임을 주최하는 측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밀 조직이었다면 리메이크판에서는 거액의 상금이 걸린 방송쇼에서 게임을 주최한다. 이러한 점부터 시작해 게임 외적으로도 돈 때문에 갈등하는 인물들의 모습, 사채업자, 생활고등의 요소들을 비춰줌으로 시청자들에게 좀더 현실적인 느낌의 드라마라고 인식해 달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겼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드라마의 초반부까지만 해도 그 부분에 대한 핀트가 맞지 않았다. 연출상의 문제였는지, 각본상의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노다메 칸타빌레의 국내 리메이크 판에서 느껴진 현실성과 비현실성 사이의 괴리로 인한 부자연스러움이 똑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초반부의 잡다한 이야기가 끝나고 [소수결 게임]에 들어선 이후로 드라마는 차차 자리를 잡아가는 듯 보였다. 초반부 산만했던 분위기의 캐릭터들은 회를 거듭함에 따라 차차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만화적인 느낌 탓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일부 캐릭터들도 각자의 강약을 조절해 감에 따라 점차 드라마의 분위기에 안정감을 가져다 주었다. 여기에 제이미와 강도영이라는 두 악역은 각자의 역을 훌륭히 소화해 냄으로 극의 느낌을 더욱 잘 살려주었다. 가장 우려되던 부분은 악역들이 된통 당할 때 일드에서처럼 오버스러운 분위기가 그대로 연출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는데 다행히도 국내판은 국내의 정서에 맞춰 그러한 과장된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국내판 [라이어 게임]에서 가장 강력한 캐릭터는 강도영이라는 인물인데, 이는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캐릭터로 주인공인 남다정, 그리고 하우진보다 되려 더 큰 비중을 가진 인물이기도하다. 라이어 게임 원작에서 요코야 캐릭터를 가져다 왔다고는하지만 실제로 뛰어난 게임 플레이어라는 점을 제외하면 요코야와 크게 겹치는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요코야는 플레이에서 상대방을 지배하려는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한 인물이었고 극이 진행됨에 따라 주인공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 지금에 와서는 조금 귀여운 느낌도 준다. 하지만 강도영이라는 캐릭터는 자신의 철학으로 게임을 풀어나간다기보다는 하우진과 엮인 과거로 인해 완벽한 복수를 하기 위한 집착에 사로잡힌 캐릭터라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극 중의 설정에도 포함되어 있지만 드라마 내내 화를 내는 모습은 모여주었어도 당황하거나하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아 마지막까지 소름돋는 인물이기도 하였다. 강도영 역을 맡은 신성록이 별그대에서 보여준 소시오패스역을 뛰어넘는 또다른 사이코 배역을 훌륭히 소화해 낸 것이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깅점이 아니였나 싶다. 이야기의 비중상 강도영이 갖는 중요도가 높긴 하지만 이를 자신의 것으로 완벽히 소화해낸 신성록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생각이 든다.


 


 

          한편, 하우진과 남다정의 역할을 맡은 이상윤과 김소은 또한 나쁘지 않은 연기를 선보였는데 사실 둘의 캐릭터가 그리 부각되는 성향은 아니라 그야말로 무난했다고 볼 수 있다. 주인공인 남다정은 캐릭터가 답답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만큼 드라마를 보는내내 속 터지는 그림들을 성공적으로 그려냈는데, 사실 이 캐릭터가 본 극의 주제를 가장 극명히 드러내는 캐릭터다보니 계속 보다보면 익숙해진다. 이런 부분을 잘 살린 것도 어찌보면 김소은이 캐릭터를 잘 소화해 냈기 때문이라고도 판단할 수 있겠다. 이상윤은 처음에는 하우진 캐릭터와 잘 맞을지 의문도 들었지만 하우진이라는 캐릭터가 워낙 무뚝뚝한 스타일이다보니 크게 흠잡을만한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원작을 답습하는 남다정의 캐릭터와는 달리 하우진이라는 캐릭터는 미묘하게 바뀐 부분이 있는데, 원작의 완벽한 스타일의 아카야마와는 반대로 은근히 허술한 부분도 많고 감정적인 부분도 살아있는 캐릭터로 바뀌었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주인공이 완벽한 승리를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쾌감을 얻게 한다는 부분은 많이 약해졌지만, 극 전체를 조금 더 드라마틱하게 끌고 가는데 있어서는 좋은 변화였다. 각본을 쓸 당시에도 이러한 득과 실을 어느정도 고려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리메이크 [라이어 게임]에서도 아쉬운 점은 있다. 초반부의 연출력 문제는 앞에서 이미 언급했고, 그 밖에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문제로 삼는 게임에 대한 문제다. 사실, 원작의 게임을 그대로 옮긴 파트는 상당히 잘 연출되었다. 게임 세트장이나 인물간 갈등 양상 부분도 좀더 현실성 있게 잘 표현되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원작을 이미 접한 시청자들이라면 전부 알고 가는 내용이기도 한 터라 게임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느끼는 재미는 원작을 접하지 않고 보는 이들에 비해 그 흥미가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리메이크 버전의 드라마에서는 새로운 게임을 몇차례 집어 넣는다. 하지만 새로이 만들어진 게임들이 그리 잘 만들어졌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원작에서 주어진 게임에 대해 필승법을 아카야마가 찾아내는데에서 재미가 나오는 것에 반해 국내판 리메이크에서 보여주는 새 게임들은 각 게임들이 크게 전략적이라는 느낌도 들지 못했고 결과도 두리뭉실하게 포장된 느낌이 느껴졌다.


 

          게임의 중간에 나온 [대통령 게임]의 경우 게임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매우 훌륭했다. 중간중간 펼쳐진 전략이라던지 속임수라던지 수 계산은 원작의 게임들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했다. 하지만 그 결말부는 백프로 공감하기에는 심리적으로 우위를 점했다라는 다소 갸우뚱할 수 있는 설명으로 마무리 됨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물론 게임이 끝나고 탈락자가 선정되는 부분은 [정리해고 게임]의 결말부만큼이나 괜찮은 결말이었다 생각된다. 가장 아쉬운 것은 결승부의 게임인데, 사실 지금까지 펼쳐놓은 떡밥을 회수하느라 게임 자체에 대한 집중도가 상당히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게임 내에서 펼칠 수 있는 전략은 거의 없고 강도영도 게임 외적의 부분을 끌어와 인질극이라는 요소를 사용함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드라마의 내용상, 강도영의 복수심이 게임을 이끌었다고 생각한다면 그의 마지막 선택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라이어 게임]의 팬들이 바라는 것은 조금더 지능적인 플레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드라마의 최종적인 결말은 시즌 2를 암시하는 형태로 끝이 났는데, 사실 결말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많았던 터라 마지막 화에서 지금까지의 퍼즐을 모두 해결하고 안정적인 결말을 선택했다는 부분은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괜한 무리수를 뒀다던지 하는 부분도 없고, 다소 뻔한 느낌은 없지 않아 있지만 아예 대놓고 시즌 2를 예고하는 결말을 냄으로서 결말에서 아쉬운 부분은 차기 시즌으로 달래라는 메세지를 주며 드라마의 종방을 아쉬워하는 팬들에게도 나쁘지않은 선물을 주었다. 다만, 일부 캐릭터들의 경우 마지막화까지 함께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비중없이 소모된 감이 있다. 또, 너무 해피 엔딩에 치중해 지나친 포장 위주의 결말을 보여준다는 느낌도 받았다. 물론, 마지막 장면에 나올 시즌 2의 예고에서 앞의 분위기와 180도 전환되는 반전의 느낌을 꾀한 것이라면 성공적이라고 보여지지만, 한 시즌 단위로 봤을때 억지스런 부분도 많아 그 부분은 확실히 아쉽다.



          [라이어 게임]측에서 시즌 2에 대해서 반응을 보고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 비록 시즌 1의 결말부가 즌2의 예고 느낌으로 종료되었으나 사실 이대로 끝내도 크게 상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시즌제 드라마가 연계성에 상관없이 매 시즌마다 그 생명줄이 심판대에 놓여지는 것은 굳이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방송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잔인한 현실이다. 반응이 좋지 않으면 굳이 내용을 이어나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마무리 지은 거, 다음 시즌으로 이어 나갈 확률이 높지 않을생각이 든다. 시청률이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케이블 드라마 자체가 시청률이 엄청 높게 나오는 편이 아닌데다가 인터넷 상에서의 화제성으로 치면 [라이어 게임]이 타 드라마에 비해 크게 묻히는 드라마였다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tvN측에서 매번 색다른 형태의 프로그램과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찾는데 요즘 들어서는 가장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내는 방송사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라이어 게임] 시즌 2에 대해서 아직 확정된 바는 아무 것도 없지만 사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려질 것이라 예상이 들고, 못다한 이야기도 다음 시즌을 통해서 계속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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