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시누 Dec 29. 2016

기억에 남는 2016년 개봉작 10

2016년을 정산하며

    작성된 영화들간에는 순위를 매기지 않았습니다. 순위 없이 2016년 개봉작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10편에 관해 작성한 글입니다. :-)



1. 캐롤



          ◆  초반 줄거리:  1950년대 뉴욕, 두 여성이 우연찮게 백화점에서 눈을 마주친다. 캐롤은 현재 남편과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 그녀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캐롤은 딸을 아끼지만 남편과는 더 이상 함께 하고 싶지 않다. 테레즈에게도 남자친구가 있다. 남자 친구는 테레즈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테레즈와의 관계에 낙관적이다. 하지만 두 여성은 백화점에서 우연찮게 만난 이후로 서로에게 매력을 느낀다. 주변에서 그들을 비난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그들은 점점 가까워진다. 캐롤의 남편은 캐롤과의 이혼을 막기 위해 딸 양육권을 빌미로 캐롤을 협박한다. 하지만 테레즈는 남편에게 맞서며 법적 절차를 정당히 밟겠다고 말한다.



          ◆  관련 주저리: 영화 <캐롤>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소금의 값>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레즈비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두 인물 간의 감정 선을 세심하게 또 서서히 그려낸다. 원작의 작가인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실제로 동성애자였는데, 이 이야기 자체도 그녀가 백화점에서 근무하며 우연히 본 금발 여성에 대한 감정으로 시작된 이야기이다. 당시 사회분위기는 동성애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그들을 정신병의 일환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극 중 테레즈와 캐롤의 로맨스도 쉽지 않은 길을 걷게 된다. 한편, 이 영화는 1950년대 장소와 소품들의 미장센을 수려하게 그려낸다. 단지 배경과 소품만 봐도 마음이 설렐 정도로 따뜻하게 말이다. 이러한 미장센들과 인물간의 미묘한 감정선은 적절히 배합되며 분홍빛의 영화를 탄생시킨다. <캐롤>은 칸 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기는 했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6부문에서 후보로 올랐지만 결국 상을 타지 못했고 작품상에는 후보에조차 오르지 않아 많은 평론가들이 이를 두고 비판한 적이 있다.


         ◆  [캐롤] 예고편:



2. 로스트 인 더스트



          ◆  초반 줄거리: 아침 시간, 변두리 마을 은행에 강도 사건이 발생한다. 2인조로 구성된 이 은행 강도들은 손님이 거의 없을 때만을 노려 두 개의 은행을 연속적으로 습격한다. 이 2인조 강도의 정체는 ‘토비’와 ‘태너’로 둘은 형제 사이다. 그들은 빚더미에 앉아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농장 땅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해있다. ‘태너’는 전과자 출신으로 여기저기 말성을 피우고 다니는 트러블메이커지만 동생을 아끼는 마음만큼은 엄청난 형이다. ‘토비’는 동생으로 수려한 외모에 똑똑한 두뇌를 가진 인물로 이전까지는 범죄와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한편, 연속적인 은행 강도 사건에 은퇴를 앞둔 ‘마커스’ 형사는 그의 인디언 출신 파트너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수사망은 점점 좁혀오고 형제의 범죄는 점점 과감해진다.



          ◆  관련 주저리: <로스트 인 더스트>는 <Hell or High Water>라는 원제가 한국에 들어오며 변형된 이름이다. 원제인 ‘Hell or High Water’는 직역하면 ‘지옥이나 풍파를 거치더라도’, 좀 더 순화하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극 중 한 등장인물의 입에 나오는 말이기도 하며 두 형제의 상황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이 의역에 대해서는 좋은 평도 있고 나쁜 평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극의 분위기를 살려 잘 의역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서부극의 변조된 형태를 띄고 있다. 배경은 여전히 황량한 서부다. 그러나 마피아 갱단이나 민간인들을 괴롭히는 범죄 조직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사방에 대출 광고와 은행들이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폭발적인 액션이나 화려한 총격씬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현실적인 인물들이 극의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현 미국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이 영화는 텍사스 주를 배경으로 미국의 시스템과 자본주의의 공포를 그려내고 있다. 일종의 느와르 영화 같은 이 작품은 잔잔하면서도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  [로스트 인 더스트] 예고편:



3. 룸



          ◆  초반 줄거리: ‘조이’는 열여섯의 나이에 한 남자에게 납치당해 좁은 방에 감금 당한다. 그녀는 지하의 작은 방에 갇힌 채 무려 7년이라는 시간동안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 기간 동안 그녀는 남자의 아이인 ‘잭’을 가지게 되고 잭도 어느덧 다섯 번째 생일을 맞게 된다. 아들의 다섯 번째 생일을 지켜본 조이는 꺼져가던 희망을 다잡고 탈출을 결심한다. 그녀는 틈을 보이지 않는 납치범을 따돌리고 어떻게 탈출을 시도할지 고민하던 차에 하나의 방법을 떠올린다. 다만 그 계획은 지금껏 세상 밖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잭이 직접 행동해야 하는 방법이었다. 엄중한 감시를 뚫고 그들은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선다.



          ◆  관련 주저리: <룸>은 괴상한 탈과 독특한 스타일로 유명한 블랙코미디 <프랭크>의 감독 ‘레니 에이브러햄슨’이 연출한 작품이다. <프랭크>라는 작품을 연출할 때와 달리, 레니 감독은 <룸>에서는 좀 더 세심하고 깊게 작품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초반에는 은근히 긴박한 장면들이 많이 나타났으며, 후반부에는 등장인물 개개인의 심리 상태의 묘사가 뚜렷하게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연출을 바탕으로 배우들 역시 각 캐릭터에 100% 몰입한다. 실제로 영화의 주연인 ‘조이’ 역할의 ‘브리 라슨’은 이 영화를 통해 제 88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거머쥐기까지 한다. 한편, 깜짝 놀랄만한 배우도 한명 등장하는데 아들 ‘잭’ 역할로 나오는 ‘제이콥 트럼블레이’라는 배우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브리 라슨에 절대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이 아역 배우는 자신의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 낸다. 좋은 각본에 좋은 연출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이 두 주연 배우의 역할이 영화의 깊이를 두 배, 세 배는 더 깊이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  [룸] 예고편:




4. 아가씨



          ◆  초반 줄거리: ‘숙희’는 소매치기가 전문인 고아 소녀다. 그녀는 유명한 장물아비의 밑에서 자라 독하게 성장해왔다. 어느 날 스스로를 백작이라 칭하는 사기꾼이 장물아비를 찾아온다. 그는 자신에게 엄청난 계획이 있다고 밝히며 장물아비에게 사람을 부탁한다. ‘숙희’는 스스로가 자진해서 그 사기극에 참여하고자 했고, 그를 통해 대부호의 저택에 하녀로 들어가게 된다. 그 저택에는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아가씨가 살고 있었으며, 백작은 그녀를 꾀기 위해 하녀와 함께 아가씨가 그를 사랑하게 만들고자 한다. 백작은 백작의 방법으로, 숙희는 숙희의 방법을 통해 각자가 아가씨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하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외로운 아가씨는 그들의 작전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편, 숙희는 아가씨와 생활을 같이 하며 아가씨의 후견인인 고모부를 포함, 저택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어내기 시작한다.



          ◆  관련 주저리: <아가씨>는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2016년 작품이다. 이 영화는 사실 많은 해외 언론들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자주 언급 된다. 특히나 연말이 다가오며 각 언론에서 선정한 올해의 영화 리스트에까지 아가씨가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웹상에서는 해외 출품작에 <밀정>이 아닌 <아가씨>를 제출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이 작품은 총 3개의 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각 장이 각기 다른 등장인물들의 시각에서 그려지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이에 따라 전장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뒷장에서 나타나기도 하며 각기 다른 인물들의 속마음이 새롭게 그려지기도 하는 등 흥미로운 전개가 이어진다. 또한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장기인 강렬한 미장센이 연속적으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아가씨가 살고 있는 대저택부터 시작해 여러 아름다운 장면들과 개성있는 소품들이 관객들의 시각을사로잡는다. <핑거스미스>라는 원작을 바탕으로 각색된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의 색깔이 잘 들어간 매력적인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  [아가씨] 예고편:




5. 캡틴 판타스틱



          ◆  초반 줄거리: ‘벤’과 그의 가족들은 도시를 떠나 산속에서 살아간다. ‘벤’에게는 여섯 명의 아이들이 있다. 첫째인 ‘보’부터 막내인 ‘나이’까지. 그들은 현대 문명을 거부하고 산에서 사냥을 하고 절벽을 타며 생활하며, 매일 신체 훈련과 과학, 철학서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병원에 입원해 있던 벤의 아내가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아내는 벤을 포함한 가족들과 오랜 기간 함께 생활을 하다 정신병 문제가 악화되어 병원에서 요양 중이었다. 아내이자 어머니의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은 가족들. 그들은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숲 속 세상을 떠나 낯선 현대 문명으로의 긴 여행을 출발한다. 하지만 이전에 경험해 본적 없는 낯선 환경과 사람들의 시선으로 인해 여행이 그저 녹록치만은 않다.



          ◆  관련 주저리: <캡틴 판타스틱>은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개봉작으로 상영된 영화로 국내에서는 겨울에 들어 소규모로 개봉하여 곳곳의 예술 영화관에서 상영된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으로는 많은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한 ‘비고 모텐슨’이 출연한다. 이 영화는 하나의 어드벤쳐 영화이자 성장 영화이기도 하다. 통상적인 어드벤쳐 영화들은 문명 속의 사람들이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그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이러한 이질적인 환경의 충돌로 인해 벌어지는 모습들은 은근히 날카롭게 현대 사회의 모습을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벤의 방식이 무조건 옳은 것이라고도 영화는 말하지 않는다. 타협할 줄 모르던 이들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타협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와 주변 이들을 성장시키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부분들을 떠나서라도 이 가족들의 괴상한 여행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럽고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발랄함을 선보인다.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선보이기도하나, 그들의 삶은 배려와 존중이라는 모습으로 낯설면서도 매혹적인 모양새를 보인다.



          ◆  [캡틴 판타스틱] 예고편:




6. 빅 쇼트



          ◆  초반 줄거리: ‘빅 쇼트’라는 단어는 하락하는 것에 투자를 하는 것을 말하는 경제 용어다. 영화 <빅 쇼트>도 이와 관련이 있다. <빅 쇼트>는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 사건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주 내용은 미국 내의 부동산 거품이 터지기 약간 전의 시간대에서 시작된다. 당시 미국의 부동산 거품은 투자 은행들과 금융기관의 탐욕에 의해 심각할 정도로 심해졌고, 부동산 담보 대출 또한 점점 그 양과 액수가 치솟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몇 사람들이 문제를 발견한다. 투자회사 대표 ‘마이클 버리’, 도이치 은행의 ‘자레드 버넷’, 펀드 매니저 ‘마크 바움’, 또 다른 젊은 펀드매니저 2인방인 ‘찰리’와 ‘제이미’가 그러한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당시 위험 리스크가 높았던 부동산 시장 몰락에 투자했고 결과적으로 2008년 버블 사건이 터지면서 큰 수익을 걷게 된다.



          ◆  관련 주저리: <빅 쇼트>를 본 사람들 중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 영화 같다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영화의 편집 스타일이 실제 사건의 발자취를 쫓는 듯한 느낌도 강하고, 각기 다른 네 명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중간 중간 어려운 경제 용어가 나올 때마다 유명한 사람들이 갑자기 등장해 그를 쉽게 설명해 주는 것도 그러한 느낌에 일조했을 것이다. <빅 쇼트>는 여러 가지 면에서 영리한 영화다. 특히나 이 영화는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관객들을 극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시도한다. 이러한 노력은 관객의 몰입을 높일 뿐 아니라 관객들로 하여금 그와 같은 사태의 원인과 결과에 분노하게 함으로 비판 정신까지 솟구치게 만든다. 행여나 관객들이 한명의 등장인물에 몰입하여 그들의 성공에 함께 도취할까하는 마음에 여러 인물들을 산발적으로 뿌려놓고 심지어 ‘배팅에 이겼다고 즐거워하지 말라.’라는 말을 극 중에서 직접 언급하기까지 한다. 이 영화는 확실한 사회 비판 영화다. 관객들이 이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며 비판의 날을 세워주길 바랬고, 이 탐욕이 불러온 재앙이 제대로 처벌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아담 맥케이 감독의 연출은 영리했으며 매우 효과적이었다.



          ◆  [빅쇼트] 예고편:




7.  헤이트풀 8



          ◆  초반 줄거리:  엄청난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 마차가 눈길을 급히 달리고 있다. 저 멀리서 한 남자가 길 앞에 서며 마차를 막아선다. 그의 정체는 ‘마커스 워렌’, 과거 남북전쟁에서 소령으로 활약했으며 현재는 현상금 사냥꾼으로 활약하는 자다. 그 또한 엄청난 눈보라에 곤혹을 치르던 차에 마차를 얻어 타기 위해 길을 막은 것이다. 마차에 타고 있던 자들은 ‘교수형 집행인’이라 불리는 유명한 현상금 사냥꾼, 그리고 한명의 여성 죄수였다. 몇 차례의 투닥거림 끝에 그들은 합류하게 되고 도착할 마을에 새로 취임하게 된 보안관까지 길에서 만나 함께 마차에 동행하게 된다. 마부는 엄청난 눈보라 탓에 마을까지 가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중간의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내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그 산장에는 먼저 도착한 4명의 손님들이 있었다. 서로의 정체를 모르는 이들에겐 알 수 없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교수형 집행인’은 마커스 워렌 소련에게 이들 중 여성 죄수의 동료가 숨어있으며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8명의 사람들 중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  관련 주저리: <헤이트풀 8>은 해외에서는 2015년에 개봉을 한 작품으로 국내에는 2016년 2월에 CGV 단독 개봉을 통해 관객들을 찾아왔다. <저수지의 개들>의 서부판이라 불리는 이 영화는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답게 엄청난 수다쟁이들로 가득 차 있다. 마치 말하지 못해 안달난 사람들이 모인 집단처럼 그들은 167분, 거의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 타임동안 끊임없이 이야기꽃을 피워낸다. 하지만 극이 점점 말미로 이어질수록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증오스런 8명은 서로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기까지 한다. <헤이트풀 8>은 개봉 전부터 휘청휘청 말이 많았던 영화다. 이 영화는 사실 타란티노 감독이 보안에 특별히 신경을 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 각본이 외부에 유출되는 사고를 겪게 된다. 이에 분노한 타란티노 감독은 이 영화를 때려 치고 이를 소설로 출판하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주변 사람들이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 각본이 수정에 들어가게 되고 최종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 좋은 작품이 유출 사건 탓에 세상에 빛을 못 볼 뻔 했으니 참으로 아찔하다.



          ◆  [헤이트풀 8] 예고편:



8. 곡성



         ◆  초반 줄거리: 곡성은 산골에 위치한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종구’는 마을의 경찰로 게으르고 나태한 성격의 소유자다. 살인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밥까지 느긋하게 먹고 현장에 지각한 ‘종구.’ 연속적으로 일어난 원인불명의 일가족 살해사건은 이 평화로운 마을에는 낯선 일이었다. 사실 이 마을에 낯선 것이 또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일본에서 넘어 온 외지인이다.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는 외지인이 이 마을에 오고부터 마을에 흉흉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소문이 돈다. ‘종구’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무명’이라는 여인을 만나며 외지인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며 그를 직접 조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편, 일가족 살해사건의 피의자들은 피부 발진과 함께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다. 경찰에서는 이를 보고 집단 독버섯 감염 증상이라 결론을 내리지만 ‘종구’는 여전히 외지인이 의심스럽기만 하다. 그 와중에 ‘종구’의 딸이 그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  관련 주저리: <곡성>은 <추격자>,<황해>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앞선 두 작품과 달리 <곡성>은 오컬트적인 요소가 강하게 들어간 작품이다. 사전에 작품에 대한 정보 없이 영화를 접한 관객들의 경우, 그러한 요소에서 당황스러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나홍진 감독은 주술과 무당, 악마와 신앙 등의 요소를 버물려 ‘믿음’,그리고 ‘의심’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들로 하여금 직접 체험하게 만든다. 그는 극 중 인물들을 혼란에 빠뜨릴 뿐 아니라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마저도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리게 만들며 극을 절정으로 이끌어간다. 한편, 전작의 작품들에서 보여준 그만의 긴장감 넘치는 연출법은 <곡성>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스릴러 영화의 성격도 띄고 있는 이 영화는 추리적인 부분들과 함께 공포 요소들까지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156분이라는 긴 상영 시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관객들의 정신을 이리저리 주물럭대며 롤러코스터처럼 질주한다. 비록 온갖 요소들이 뒤섞여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나, 한국 영화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개성 넘치는 작품이 탄생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곡성] 예고편:




9. 나, 다니엘 블레이크



          ◆  초반 줄거리: ‘다니엘’은 심장병이 악화되어 주치의에게 일을 그만두라는 조언을 받는다. 하지만 그에게는 당장을 먹고 살 생활비가 필요하다. 그는 국가로부터 질병 급여를 받기 위해 행정 기관과 접촉한다. 하지만 기관의 의료 전문가라는 사람은 심장이 아닌 다른 부위에 대한 질문만을 던지더니 그에게 급여 대상 부적합 판단을 내려 버린다. 그는 재심사를 받고 싶지만 그 과정마저 복잡하게 꼬여버리고 언제 재심사를 받을지도 미지수가 되어 버린다. 어쩔 수 없이 다니엘은 질병 급여를 포기하고 실업 급여를 받으려 방향을 선회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업 급여를 받기 위해 취업 특강을 듣고 이력서를 내고 다니라는 명령을 받는다. 졸지에 일도 못하는 데 이력서를 돌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진 다니엘. 일터에서는 이력서만 내고 막상 일을 시키면 일을 못한다고 말하는 다니엘을 비난한다. 한 평생을 성실히 살아 온 다니엘은 점점 자존감이 무너진다.

 


          ◆  관련 주저리: ‘켄 로치’ 감독은 오랜 시간 현 시스템을 비난하는 영화를 만들어왔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도 그러한 작품들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한국과 달리 복지 시스템이 많이 발전되어 있는 유럽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된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행정기관의 공무원들은 철저히 주어진 업무만을 처리하려 하고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도울 생각이 없다. 오히려 고객들을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도우면 안 좋은 선례를 남긴다고 상사에게 타박을 받기까지 한다. 위기에 빠진 저소득층은 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해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위기를 이겨나간다. 어느새 사회 시스템은 그들을 돕는 대상이 아닌 그들이 싸워 이겨내야 할 대상으로 변질되어 버렸으며, 주인공 ‘다니엘’과 두 아이의 어머니인 ‘케이티’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 차가운 현실을 버텨나간다. 복지제도가 ‘복지’가 아닌 ‘제도’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지고, 그 제도에 의해 기계적으로 업무가 처리되다보니 정작 진정한 복지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예고편:




10. 라라랜드



         ◆  초반 줄거리: ‘미아’는 배우 지망생이다. 그녀는 관객들의 사랑과 성공적인 데뷔를 꿈꾸며 끊임없이 도전하지만 차가운 심사관들 앞에 매번 좌절하곤 한다. ‘세바스찬’은 재즈를 사랑하는 피아니스트다. 그는 재즈 카페를 개업해 재즈의 역사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쌓여만 가는 미납 고지서와 누나의 구박만이 있을 뿐이다. 미아는 길을 걷던 중 우연히 들린 매혹적 멜로디에 이끌려 지하의 바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는 세바스찬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게의 주인은 자신이 주문한 캐롤 송이 아닌 재즈를 연주했다는 이유로 세바스찬을 해고해 버린다. 기분이 상한 세바스찬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던 미아를 무시하고 가게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러나 그들은 우연찮게 다른 장소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조금씩 마법 같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  관련 주저리: 사실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단순하고 익숙하다. 하지만 똑같은 이야기를 답보한다 하더라도 그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영화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재탄생 된다. 데미안 차젤레 감독은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기 이전부터 이 작품을 연출하고 싶어했다. 마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오래 전부터 <인셉션>을 구상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함께 영화를 만들기로 약조한 음악 감독과 함께 훌륭한 영화를 구현해낸다. 이 영화는 색감과 카메라 구도, 그리고 배우들의 시선을 통해 꿈과 사랑을 노래한다. 현실주의와 낭만주의, 꿈과 사랑, 전통과 미래, 영화는 극 중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며 캐릭터들을 줄다리기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기나긴 여정은 영화의 말미에 불꽃놀이처럼 폭발하며 절정을 이룬다. 데뷔작인 <위플래시>부터 두 번째 작품인 <라라 랜드>까지. 데미안 차젤레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 수 없다. 꿈을 가진 분들에게 특히나 더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라라 랜드>를 2016년 한해 최고의 영화로 꼽는다.



          ◆  [라라랜드] 예고편:




매거진의 이전글 차기작이 기대되는 신예 감독 6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