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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시누 Jun 28. 2016

직장인들을 위한 판타지 힐링 무비

영화 리뷰 : 인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고통받는 신입사원 연기를 한 앤 해서웨이. 그녀가 9년만에 유사한 오피스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입사원이 아닌 어느 스타트업 패션회사의 CEO로 대폭 승진을 한 채 나타난다. 영화 [인턴]의 국내 마케팅이 이처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앤 해서웨이라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홍보를 했지만 사실 두 영화는 닮은 듯 하면서도 전혀 다른 영화다. 극 중 앤 해서웨이는 까탈스런 보스로 묘사되곤하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와 비교하면 세 발의 피 수준이다. 또한 [인턴]은 영화의 전반적인 공기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비해 훨씬 따뜻하고 코믹한 분위기로 흘러가며 더 나아가 판타지스러운 이야기처럼 보여지기까지 한다.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한 밴 휘태커는 신사적이면서도 유연성 있는 노인으로 묘사된다. 그는 한때 전화번호부 회사의 부사장 자리에까지 올라가지만 지금은 그저 은퇴한 노인에 불과하다. 실제로 많은 노인들이 은퇴 이후 삶의 허무함을 느끼고 우울증에 걸린다고 한다. 밴 휘태커 역시 그러한 수많은 사례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는 우연히 길을 걷던 중 60세 이상의 노인 인턴을 모집한다는 홍보 문구를 보고 회사에 지원한다. 그에게 있어서 인턴으로 일을 한다는것은 월급이나 구색의 문제라기보다는 삶의 활력을 찾고자 하는 새로운 도전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노인 인턴들을 모집한 것은 그저 사회적 홍보 차원에서의 이벤트에 불과했고, CEO인 줄스 오스틴은 노인 인턴들을 조금도 신뢰하지않아 자신의 보조 인턴이 된 벤을 가만히 앉혀놓기만 한다.





          그러나 휘태커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다. 일이 없더라도 자기스스로가 일을 찾아나서기 시작하며 이를 본 줄스 오스틴의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또한 그는 회사의 다른 동료들과도 차츰 정을 쌓아나가며 어느덧 회사에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등극한다. 벤이 가장 빛을 발할 때는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연륜을 통해 모두의 멘토 같은 존재로 활약할 때다. 그는 단순 회사 업무 뿐 아니라 직장동료들이 가진 연애 문제, 거주 문제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언을 가하며 많은 이들에게 신뢰를 준다. 이는 회사의 CEO인 줄스 오스틴에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그를 단순 오지랖 넓은 노인으로만 판단했던 그녀도 어느새 밴을 신뢰하고 자신의 민감한 부분들까지 상담하게 되며 둘의 관계는 절친한 사이로까지  발전한다.



          [인턴]은 보고 있자면 참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다. 극 중 보여지는 코믹스러운 씬들은 때로는 황당하기도하고 비현실적이기도하지만 확실히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 등장하하나하나의 캐릭터들 또한 비중의 크고 작음은 있겠지만 충분히 관객들의 기억에 박힐 정도로 각자의 매력이 잘 표현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회사의 모습에서는 직원들간의 신경질적인 갈등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서로가 서로를 독려하고 이끌어주는 팀 플레이를 보고 있자면 직장생활의 바람직한 교과서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다. [인턴]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완벽한 사람은 없다. 모두가 조금씩은 허술하고 실수를 저지르며 후회한다. 어찌보면 인턴으로 들어간 밴 휘태커가 극 중 가장 낮은 직위에 있지만 사실 가장 완벽한 인물에 가까우며 모든 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는 현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밝은 분위기가 일부 관객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요소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극 중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긴박한 갈등은 사실 찾기 힘들고 대부분의 갈등무난하게 풀려나간다. 이러한부분은 회사에서의 드라마틱한 사건과 전개등을 기대한 관객들에게조금 아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주인공인 밴 휘태커가 워낙 왕년에 산전수전을 다 겪고 성장한  완벽에 가깝게 표현되는 인물이니만큼 주인공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도 하나의 마이너스 포인트이기도 하다. 본인이 휘태거같은 사람이 되기가 힘든 것은 물론이고 주변을 둘러봐  정도의 인물찾기린 힘든 일이다. 여기에 더해 실제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상적인 오피스 라이프를 보는것이 너무 공상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져 조금은 지루하게, 혹은 어이없게 느껴질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에 다양한 장르가 있고, 또 같은 소재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수많은 방법들이 존재하듯이 이 영화는 회사의 삶을 단순 팍팍한 것으로만 풀어나가는 것을 거부한다. 일에 열정을 보이는 CEO, 갈등 없이 즐겁게 일을 헤쳐나가는 신입들, 탁 트인 공간에 출근복 제한도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사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회사 생활을 보고있음에도 답답한 마음이 아닌, 청량한 느낌을 주어 힐링 영화로서의 배경을 수려하게 형성해 낸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인상을 찌푸리며 극에 몰입하는 것이 아닌, 흔들의자에 앉듯 편안히 영화에 시승하는 것뿐이다.





          [인턴]의 감독인 낸시 마이어스의 다른 작품들 또한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은 유사하다. [로맨틱 홀리데이], [왓 위민 원트], [페어런트 트랩] 등이 그녀가 연출해온 작품들이다. 이 영화들은 [인턴]과 비슷한 감성을 가진 채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그녀가 연출에 일종의 일관성을 가지고 있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 반복과 재생산이 아닌 감독이 가진 하나의 색깔이자 개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앞의 영화들을 보고나서 그 감성이 마음에 들었다면 다음 영화로 [인턴]을 선택하는것도 나쁘지 않은 결정일것이다. 살짝은 시트콤 같은 느낌을 주면서 가벼운 드라마의 느낌으로 진행되는 영화 [인턴]. 힐링하고 싶은 직장인, 멋진 노년의 삶을 보고 싶은 중장년층,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는 부부들, 그리고 앤 해서웨이와 로버트 드니로의 또 다른 연기를 보고 싶은 영화 팬들에게 일종의 추석 선물 같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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