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키워드는 '국민체육센터'다.
네이버 지도에 국민체육센터로 검색하면,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또는 지자체 체육회, 시설관리공단 등이 운영하고 있는 시설이 나온다.
일일 이용권은 3,000원 남짓하다.
나는 강원도 바다로 낚시를 다니기에 속초에 있는 국민체육센터를 이용했다.
1. 장단점 및 이용 후기
가장 큰 장점은 싸다는 거다. 통상 헬스장 일일권은 싼 곳 만 원에서 보통 이만 원, 비싼 곳은 삼만 원 정도 한다. 그에 비해 여긴 3천 원으로 매우 싸다. 이용하면서도 커피 한 잔 가격도 안 되는 비용에 스쾃 렉과 암컬 머신을 신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기분을 좋게 해 주었다.
'내가 낸 세금이 이렇게 쓰이다니 이건 너무 뿌듯하잖아!'
장비 자체는 연식이 오래되고 이제는 시장에서 찾기 힘든 브랜드가 대부분이지만 시설 관리가 아주 잘 되어 있어서 이용하는 데는 전혀 문제없었다. 오히려 어렸을 때 다니던 헬스장이 생각나서 좋았다.
유일한 단점은 수건을 챙겨가야 샤워시설 이용이 가능한 점이다.
그래도 '삼천 원인데 이 정도야 쯤이야 뭐' 하고 말았다.
어차피 여행 갈 때 늘 가방에 여유 수건을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이 센터는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좀 있어서 그런지 오전 시간엔 어르신들이 꾀나 있었다.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은 곳곳에 직원들의 세심한 센스를 찾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큰 글씨로 되어 있는 안내문, 모퉁이마다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도 있다. '음 이 정도면 샤워실에도 건식 사우나까지 있겠는 걸?' 싶었는데 역시나 있었다.
이 정도는 해놓아야 어르신들의 이쁨을 받을 수 있다. 오랜만에 나이대가 높은 곳에서 운동을 하니 20대 초반에 헬스장에서 알바하던 때가 송골송골 머리에 떠올랐다. 시골 헬스장엔 헬스장이 생길 때부터 수십 년간 다니던 분들이 있고, 반드시 정수기 앞에는 원탁 의자와 조간신문이 비치되어 있어야 한다. 오전 6시가 땡 하면 들어오셔서 두어 시간쯤 시간을 보내시면서 신문도 읽고 믹스커피도 한 잔 하시고,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시다가 점심을 드시러 집에 가신다. 어르신들은 칭찬에 아주 후하다. 가감 없다. 그냥 시원하게 내뱉으신다. 샤워할 때면 늘 몸 좋다며 얼마나 운동했냐며 엄지를 척척 해주시기에 자존감이 절로 올라갔다.
여기도 처음 뵙는데도 오래 알고 지낸 것처럼 방긋방긋 웃으시며 “몸이 아주 실하네 실해 선수냐"며 칭찬해 주셨다. 덩달아 현지 맛집도 알려주셨다. 기가 막혔다. 역시 어딜 가나 로컬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방파제 낚시 할 때도 먼저 하고 있는 조사님께 물어보면 군대에서 작전과장이 대대장에게 브리핑하듯 파도와 바람, 어종, 수심에 물속 지형 특징까지 세세히 알려준다.
운동하다가 어떤 여성분이 다가와서 운동 보조를 해달라고 요청하셨다. 잠깐 얘기를 해보니 자기도 여행 중에 잠시 들렸다고 했다. 여행 와서까지 운동화부터 스포츠 양말, 레깅스, 각종 보호대 풀세팅으로 작정하고 운동하는 걸 보니 운동에 상당히 진심인 듯했다.
'여행 와서 이렇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 하고 거울을 봤더니 하나 더 있었다.
2. 여담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거주지를 잠시 떠날 때면 늘 '운동은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한다. 이동 자체가 삶의 루틴을 깨는 거니까.
여행을 가기로 계획하면 호텔 숙소에 딸려있는 헬스 시설과 운영시간부터 확인하곤 한다. 대게 좋은 호텔도 헬스장 시설은 몇 평 안 되는 협소한 공간에 머신 몇 개에 여러 운동기구가 붙어있는 게 전부다. 프리 웨이트를 위한 벤치프레스와 스쿼트 렉도 없다.
아마 상시로 안전을 책임질 담당자를 둘 수 없으니 부상 위험이 큰 기구는 빼지 않았을까 싶다. 시설을 기획한 담당자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본 적 없는 사람인 게 분명하다며 괜한 아쉬움에 "헬스 인구가 얼만데! 이렇게 홀대하면 안 된다고! 고객 지향적 마케팅이 영 안 되는 구만!" 하며 혀를 차곤 한다.
호텔에 묵지 않을 때는 숙소 인근 공원을 찾는다. 반경 2KM 내에 로드뷰를 훑으며 ‘철봉이 어디 있나~’하며 찾아본다.
캐나다와 호주에 몇 년간 있을 때는 공원이 참 많아서 좋았다. 어딜 가나 공원이 있었고 철봉이 있었다. 특히 밴쿠버의 스텐리 파크와 호주 골드코스트 해변에 있는 철봉이 기가 막혔다. 철봉을 빡하고 내려와서 뒤돌면 푸른 바다와 모래사장이 있다. 끝내주는 자연환경이 주는 뽕이 보통이 아니다.
비즈니스로 해외를 나갈 때는 구글링으로 일일권 결제가 가능한 현지 피트니스 센터를 찾곤 한다. 나라마다 헬스장 운영 방식도 마케팅도 다르다. 운동 기구도 달라서 재밌다. (해외 이곳저곳 다니며 가봤던 피트니스 센터에 대해서는 언젠가 다뤄봐야겠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여행사 직원이 있다면, 부디 피트니스 트립 상품을 만들어 주십사 요청드린다.
각국의 유명 피트니스 센터, 대회, 교육 세미나, 전시회 등을 연계해 주면 좋겠다. 나아가, 마치 전지훈련처럼 여행 상품에 담당 코치가 붙어서 복싱이면 현지 복싱 체육관에서 스파링도 연계해 주고, 등산 코스에서 체력훈련도 시켜주면 참 좋겠다. 엘리트 선수들만 그런 걸 원하는 건 아닐 거다.
해외 현지 유명 피트니스 센터를 순회하면서 훈련도 시켜주고, 저녁엔 다운타운 관광도 시켜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