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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작가 Mar 07. 2024

대리님, 밥 반 공기 드릴까요?

대리 둘, 사원 하나, 인턴 하나.

점심시간에 직원들끼리 밥 먹으러 나왔다.

원래 가기로 했던 식당이 네이버 지도에는 안 뜨고, 카카오지도에는 뜨길래

갸우뚱했는데 역시나, 폐업했다. 그래서 그냥 눈에 보이는 갈비집에 들어갔다.

고기 구워 먹을 시간은 부족해서, 점심 특선 메뉴로 나오는 갈비탕, 된장찌개, 고등어조림 같은 걸 시켜 먹었는데 특이하게 고등어조림은 숯불에 올려줬다.

큰 식당에는 이른 아침이나, 점심시간 직전에 들어가면 가게가 조용하고 휑한 느낌에 공기가 차가운데 숯불 덕분에 따뜻했다.


갈비탕이 나왔는데 마치 만화 고기처럼 갈비대가 엄청 커서 보자마자

이건 최소 밥 두 공기짜리다 싶어 바로 밥 한 공기를 더 시켰다.

내 앞자리에 앉은 우리 막내 여직원은 갈비탕을 받고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말했다.


‘대리님, 제꺼 밥 반공기만 더 드실래요?’


‘오.. 왜요 왜요 오늘 속이 좀 안 좋아요?’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어제 몸무게 재고 충격 먹어서요...‘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해야겠단다.

나는 주저 않고 냉큼 받아 갈비탕에 말아 넣고

우걱우걱 쑤셔 넣으면서 말했다.


'근데 다이어트하는데 왜 밥을 적게 먹어요? 그냥 잔득 먹고 운동도 두 배로 하면 되죠~너무 신나지 않아요?'

무심코 뱉어 버렸다.

양옆 앞, 직원들이 흐린 눈으로 내 얼굴을 한 번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건... 대리님이나 그런 거라며 핀잔을 줬다.


점심에 결국, 갈비탕에 밥 두 공기 반, 옆 직원이 양이 많다며 짬밥으로 던져준 숯불 고등어조림까지 야무지게 먹어버렸다.

배가 잔득 부른 상태로 차로 사무실로 복귀하는 길에 창밖을 보다가 생각에 잠겼다.

‘이런 젠장, 난 천잰가?’


난 먹는 걸 좋아한다.

운동도 엄청 좋아한다.

많이 먹으면 그만큼 운동도 더 많이 할 수 있다.

많이 먹고 운동도 많이 하면 더 건강하고 강해질 수 있다.

완벽해.


대학생 때 한창 보디빌딩에 빠져 체지방을 조절하던 시기에도 식단으로는 크게 힘든 게 없었는데 이런 마음이 기저에 깔려 있어서 그랬나 보다.


사람들은 원래 먹던 양보다 적게 먹으면서, 자신이 싫어하는 운동은 해야 되니까 다이어트를 싫어하는 것 같다.

싫어하는 거(적게먹기) + 싫어하는 거(운동하기) = 다이어트 너무 싫어.


그럼, 그냥 원래 먹던 대로 먹거나 아니면 더 먹으면서, 좋아하는 운동을 하나 찾아서 신나게 미친 듯이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당연히 아직 내가 어떤 운동을 좋아하는지 모를 수도 있겠다만,

어치피 빼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질환 때문이 든 외형적인 이유가 됐든 빼야 될 사유가 있다면

좋아하는 운동을 하나쯤 찾아보는 게 어떨까.

내 스스로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데, 하물며 좋아하는 걸 찾으려는 행동조차 하지 않는 건...

그럴 땐 매가 약이다.


클라이밍, 스노우보드, 스키, 웨이크 보드, 서핑, 보디빌딩, 등산, 러닝, 크로스핏, 테니스, 볼링, 복싱.. 등

생각해 보니 나도 참 이것저것 부지런히도 많이 해본 것 같다. 솔직히 다 재밌었다. 비용이나 시간 때문에 자주 할 수 있는 운동이냐 아니냐만 나뉠 뿐이지, 맘 같아선 매일 다 하고 싶다.

운동 자체를 좋아하는 것도 복인 것 같다. 복이다 복.

세상엔 왜 이렇게 재밌는 게 많은지, 하루가 48시간이면 소원이 없겠다.


노년의 나는 허벅지 꽉 찬 스포츠 반바지에 흰 티 멋지게 입은 계좌 두둑한 근육질 무병장수 할배가 돼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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