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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정석 Oct 06. 2018

국화빵

추억 속의 그 국화빵집

초등학교 다닐 시절에 수업을 마치고 나면 나는 버스를 타고 시장 옆에 있는 외할머니댁에 가서는 저녁을 먹고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둘 다 같은 버스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버스를 계속 타고 집까지 왔다면 더 편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지만, 그때 그 시장에서 쌓은 추억들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저녁을 먹고는 버스 정거장까지는 늘 할아버지가 배웅해주셨는데(버스 정류장이 좀 멀었다) 그 길을 가다 보면 시장 구석 모퉁이에 국화빵 집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항상 내 손에 국화빵 이천 원어치를 들려 보내셨는데, 그 국화빵 할아버지는 항상 덤을 두 개씩 더 넣어주시고는 이 녀석, 할아버지 말씀 잘 들어라 하는 것이었다. 매일 먹다 보니 질릴 만도 한데 그 국화빵 맛은 계속 먹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내가 초등학교 입학해서부터 캐나다에 가기 전까지, 그렇게 할아버지는 매일 국화빵 이천 원어치를 내게 사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곳에서 같은 걸 사 먹는 것만으로 누군가의 기억에 남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할아버지는 매일 나에게 국화빵을 건네며 나의 유년에 기록되길 바라셨던 것은 아닐까.
지금도 나는 같은 버스를 타고 봉덕시장을 주말마다 지나간다. 봉덕시장역에 버스가 잠깐 멈춰 서면 시장 저편에 아직도 국화빵 간이 텐트가 보인다. 그때마다 나는 그때 먹었던 추억 속의 국화빵 봉지들을 마음속으로 저 멀리 보이는 그곳으로 하나씩 하나씩 던지고는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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