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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OB Apr 27. 2017

Catch Your Moment.

여행에서 만난 결정적 순간. 

나는 사진 찍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전업 사진가이다.

사진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사진이 너무 좋아서 매달리다가 보니까

어느새 사진을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그 말이 사진을 오직 밥벌이로서만 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사진은 여전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취미이다. 


수년 전 워킹비자로 호주에서 지내는 동안

혼자 다니는게 너무 외로워 카메라 한 대를 샀다.

누군가가 '왜 너는 그렇게 혼자 여행을 다녀?' 라고 말했을때 

출사를 나간다고 나름 생색을 내기 위해서, 

낯선 곳을 혼자다니는것이 외롭고 초라해 보이지 않기 위해서,

사진을 취미로 삼았다.


그렇게 점차 사진에 빠져가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는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은 사진기를 꼭 옆에 끼고 다녔다.

특별히 여행을 갈때는 여러대의 카메라와 여러개의 렌즈,

삼각대와, 조명까지 챙길정도로 사진을 담는 일에 열을 내고 있다. 


사진가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하루에도 많게는 수천컷 이상의 사진을 찍고

잘생기고 예쁜 모델들,

그림 같은 풍경들을 많이 담았지만.

여전히 내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들은

멋지고 완벽하게 연출된 장면이 아니다. 


절대로 연출될 수 없는 일상의 시간.

그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결정적순간'이

내게는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도처에 널려있는,

연출되지않은,

'좋은 이야기'에 끌린다.


해질녘 붉게 물든 바닷가에서 속삭이는 연인들,

몸이 불편한 남편과 휠체어를 끌고 마실을 나온 늙은 아내,

첫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와 두팔을 벌리고 기다리는 부모.


대개는 '사랑이나 우정', '동심과 익살', '사라져가는 것' 에 관한 이야기를

프레임 안에 담는 것이 즐겁다. 


음악이나 다른 어떠한 예술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사진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사진가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담으며 행복하고

그 사진을 보는 사람은 사진가와 공감하며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 많이,

세상에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실어다 나르고 싶다 .



_

*사진 설명:

 2016년 4월 초, 오키나와에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일몰이 아름다워서 '선셋 비치' 라고 이름 붙여진 곳엘 갔다. 

 당초엔 일몰을 담을 생각으로만 갔는데, 마침 사진가들에게 '골든 아워'라고 불리는 절정의 시간대에 한 커플이 

 나타났다. 그리고 방파제 끝에 앉아 은밀하게 둘만의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숨을 죽인체 그들에게 가까이 접근했고 50mm렌즈를 이용해 그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한 참 뒤에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날때쯤

 다가가서는 한국에서 온 사진가이고, 둘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몰래 사진을 한 장 남겼는데 혹시 허락을 받고

사용해도 되겠는지 물었다. 나는 흔쾌히 허락을 받았고, 이번에는 인위적으로 연출을 해서  몇 장의 사진을 더 찍고 이메일로 보내줬다. 그러나 역시 가장 맘에 드는 사진은 내가 몰래 담았던 바로 그 첫번째 사진이었다. 여행을 다니며 많은 결정적 순간을 담았지만, 이사 진은 내가 가장 아끼는 사진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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