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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OB Apr 08. 2018

비비안 마이어와 17만장의 필름들

'사진함' 자체를 사랑한 비운의 천재작가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진집 한 권에 단숨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것은 바로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집 '나는 카메라다.' 였다.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앉은 자리에서 사진집을 다 보고, 구매까지하여 나오는 길에 이 낯선 작가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다.

 


Vivian Maier, 1926-2009
'평생을 보모와 가정부일을 하며 살았던
무명의 거리 사진가.'



 2007년 '존 말루프' 에 의해 17만장에 이르는 그녀의 미공개 필름이 처음 공개 되었다. 존 말루프에 따르면 17만장의 필름들은 경매장에서 우연히 필름이 담긴 상자를 발견하고 낙찰 받으면서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낙찰가는 겨우 380$.


  그는 사진의 일부를 현상스캔해서 자신의 SNS에 올렸고, 반응은 뜨거웠다. 놀랍다는, 천재적이다는 피드백으로 넘쳐났던 것.

  이후 1년도 채 안되어 덴마크에서 첫 전시가 열렸고, 그녀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나 로버트 프랭크 같은 작가들에 견줄만한 천재 사진작가라는 평을 얻게 되었다.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던, 생전에는 단 한 점의 그림 밖에 팔지 못했던, 비운의 천재화가 반 고흐. 그녀의 사진과 생애는 반 고흐를 연상시킨다.

  어두운 미래와 궁핍한 현실도 사진에 대한 그녀의 예술혼을 막을 수 없던 것이다. 그렇다면 사진에 있는 무엇이 그녀의 영혼을 사로 잡은 것일까?


  오늘날, 대개 '좋은 사진'이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등에서 많은 좋아요와 공유수를 얻은 것으로 대변된다. 사진하는 사람들 중 많은 경우가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그려나가는 일이나, 사진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만족 보다는, 사진을 SNS에 올림으로 인해 돌아오는 피드백들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이것은 누구보다도 내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비안 마이어의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언제 어디서든 항상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녔다고 말한다. 생전에 위대한 사진작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 받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사진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사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


어쩌면 그것은 '천재작가' 라는 호칭보다 그녀 자신에게 더 영광스러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처음에 취미로 사진을 접했다. 그리고 우연히 생긴 몇 번의 기회를 통해 상업사진가의 길에 접어들게 되었다. 사진을 돈벌이로만 생각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때로는 사진 자체에 대한 순수한 열정 보다는 사진을 통해 얻고 싶은 것들에 눈이 갈때가 있다.


 그런면에서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과 생애는 다시 한 번 내게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사진을 하는' 그 행위 본연에서 얻는 기쁨을 잃지 말것.

 '사진작가'라고 함부로 불리는 일을 두려워 할것.

알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도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일에 더욱 힘쓸것.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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