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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OB Mar 21. 2018

기차에서 만난 노시인

가슴뛰는 일을 하는 사람이 청춘이다

  

 별을 보며 집에서 나와, 졸린 눈을 비비며 첫 기차에 올랐다. 첫 행선지는 목포였지만, 얼마나 머물건지 이후 행선지는 어디가 될지는 아무것도 정한 것이 없었다.

 






 대학생들의 방학이 시작된 이후라서 그랬을까 기차에는 수 많은 '내일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간단한 요기라도 할 참에 들린 카페칸은 그야 말로 인산인해. 결국 잠시 기차안에서 책을 읽다가 목적지에 다 와 갈쯤에 다시 찾았다. 그런데 옆자석을 보니, 어떤 노신사 한분이 시집을 읽고 계신게 눈에 띄었다.  가끔 필요 이상으로 붙임성이 좋은 나는, 벌떡 일어나 그분의 옆으로 가까이 갔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혹시 어떤 시집 읽고 계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도 시를 참 좋아해서요."
  "아, 학생 잠깐 여기 앉아봐요. 내가 속한 의왕시 문인협회에서 출간한건데..."



  알고보니 할아버지는 나름 한국문인협회 의왕지부에 소속된 시인이셨다. 읽고 계셨던 시집에는 할아버지의 시도 한 편 실려 있었고, 기념이라며 A4에 인쇄되어있는 새로 쓰신 시 한편을 선물로 주셨다.

  공직생활에 40년간 몸담으셨다가 은퇴하셨다는 김할아버지는 이제 남은 여생을 혼자 여행다니고 글을 쓰시며 보내실 계획이라고 한다.


   프랑스와 이집트, 두바이와 플로리다 등 할아버지의 여행담을 듣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니 여행다니며  찍은 사진을 평가해달라고도 하셨다. 사진은 물론, 물론 좋았다. 노년의 감성과 열정이 가득담긴 사진들이 어떻게 좋지 않을수가. 기술적인면은 하나도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목적지인 논산이 다가오자, 할아버지는 아쉽다는 말을 연거푸 하셨다. 나를 따라 오고  싶으시다는 말씀을 하실 정도로(내가 태백산에 설경을 찍으러 갈지도 모른다 했더니 포기하셨지만 말이다.) 우리는 결국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고  할아버지가 서로가 사는 곳에 들르게 되면 한번 꼭 뵙기로했다.


  청춘이 따로 있나? 가슴뛰는 일을 하는 사람이  청춘이다. 세월을 아끼라는 말은, 어느곳에도 선뜻 뛰어들지 못하고 망설이라는 뜻이 아니다. 도리어 가슴뛰고 열정이 샘솟는 그 일에  풍덩 빠져보라는 뜻.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JACOB'S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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