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 scott cambell의 작업과 그의 친구들
World Wide Feminism : 세상 멋진 언니들의 프로젝트로 지금, 우리의 페미니즘을 보다
친구들끼리 페미니즘 스터디를 시작했다. 페미니스트이고, 또 페미니스트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들이 각자 관심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 나는 동시대 페미니스트들의 무브먼트, 그리고 이와 관련된 문화나 조직에 관해 공부하기로 했다. 이름하여, <월드 와이드 페미니즘>. 좀 거창하지만, 이름이라는 게 원래 거창해야 하는 거 아닌지.
우리끼리 본 스터디 자료를 앞으로 브런치에도 공유할 생각이다. 아주 조금의 수정이 있겠지만, 이건 온전히 스터디를 위한 자료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포스팅을 위한 글이라기엔 좀 부족할 수도, 가끔은 오류가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미리 알린다.
우리에게 영감을 줄 동시대의 페미니스트들을 만나다
내가 페미니즘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가장 큰 목표로 삼은 것은 단 하나, “나의 언어로 페미니즘을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선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도 ‘페미니즘이 뭐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내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만의 언어로 페미니즘을 말하기 위해서 어떤 공부를 해야할까. 페미니즘 이론과 역사, 사회 문화적인 배경들을 알아야 할 것이다. 혼자하기 힘든 것들인데, 다행히 스터디를 통해 다른 멤버들이 공부한 것의 열매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럼 나는 어떤 열매를 나눠야 할까, 생각하다 내린 결론은 ‘지금 내 삶에 영감을 줄 수 있는 동시대 여성들을 찾아보자.’ 하는 것이었다. 나에게 페미니즘은 이념이나 이론이라기 보다는 ‘행동’에 가깝다. 일상의 노력이든, 함께 할 수 있는 누군가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든, 페미니즘이라는 것은 알면 그렇게 살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우리의 선배들 말고, 지금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고 영감을 얻고 싶었다. 이 자극이 스터디의 날줄로 작용해서 씨줄과 날줄이 잘 엮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잘 엮인 옷감을 통해 내가 입게 될 옷, 곧 나의 언어로 말하게 될 페미니즘을 기대해본다.
I Have a Math Brain : ‘여자는 수학적 머리가 없어’라는 말에 대한 세상 최고 힙한 반박
<I have a math brain>은 수학에 대한 두려움이나 좌절감을 가지고 있는 여성 어린이 및 청소년을 위한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공익광고 페이지이다. ‘수학적 머리’를 파는 홈쇼핑 영상처럼 구성된 이 공익광고는 “여자들은 수학적 머리가 없어”라는 관념을 풍자적으로 다루면서 ‘수학적 머리를 살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너한테 이미 있으니까’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수학적 머리가 없어 수학 앞에서 늘 움츠러들었던 영상 속 청소년들에게 ‘그림 속 피사체의 비율과 거리감을 표현해 낼 수 있니? 그렇다면 수학적 머리가 있는 거야.’ ‘자전거를 탈 수 있니? 그렇다면 수학적 머리가 있는 거야.’ ‘유머를 던질 수 있니? 그렇다면 수학적 머리가 있는 거야.’ 와 같은 말을 재치있게 던진다. 1980년대 디스코패션을 재현한 의상이나 오브제들, 능청스러운 배우들의 연기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공익광고’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재미있고, 트렌디하다.
▲ 프로젝트 페이지 역시 예쁘다
수학덕후인 예술가가 만드는 수학/과학, 그리고 여성에 관한 무브먼트
이 프로젝트의 핵심에는 Cate Scott Cambell 이라는 예술가가 있다. 작가이자 배우, 영상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과거 경험과 연결되기도 하는 ‘여성들이 가지는 수학/과학에 대한 두려움’을 다루고, 수학은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학문이라는 것을 알리는데 주력한다. 영상제작과 글쓰기를 통해 활동을 이어나가는데, 11betties라는 비영리 단체를 만들기도 했고, 작년에는 Forbes의 컨트리뷰터로 선발되어 STEM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을 초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화려한 색채, 레트로한 의상/오브제, 과장된 듯한 연기가 Cate의 작품에 주로 드러나고, 때문에 그녀의 무브먼트와 관련된 영상 뿐만 아니라 밀레니얼을 타깃으로 한 제품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기도 한다.
인상적인 것은 그녀의 전문분야, 예술적 감각들이 페미니즘 관련 이슈를 다루는데 오롯이 사용되고, 그것을 통해 임팩트를 낸다는 것이다. 활동가만, 여성학자만 페미니즘을 일로 해야 하나? 라는 질문에 그녀의 활동들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다음은 Cate의 활동들.
Cate Scott Cambell http://www.catescottcampbell.com
: Cate의 홈페이지. 포트폴리오를 볼 수 있다.
11betties https://www.11betties.org
: Cate가 만든 비영리단체로 수학에 대한 여성들의 생각과 감정을 인터뷰 한 ‘How I do math’라는 영상을 제작했다. 미국의 텀블벅인 ‘인디고고’를 통해 모금을 진행했다.
The limit does not exist http://www.humanvenndiagram.com/
: “Why limit yourself to one side of your brain, or one career path? Here's the thing: the limit does not exist.” Forbes가 지원하는 팟캐스트. STEM 업계에 존재하는 편견을 깨고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여성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ArtHerstory http://www.catescottcampbell.com/#/tumblr/
페미니즘 역사에 기록되어야 할 여성들을 찾아 인터뷰하고 아트워크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 미국 최초의 아프리칸-아메리칸 하원의원이자 상원의원이었던 카말라 해리스, 부모재단의 대표이자 여성들의 건강을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는 세실 리처드 등을 인터뷰 했다.
이외에도 자신의 수학과외 선생님과의 추억을 참고로 해서 만든 웹드라마 <Tutored>를 만들기도 하고, 밀레니얼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Cate Scott Cambell의 프로젝트들이 알려준 것 : ‘내가 하고 싶은 걸 나만의 방법으로’, ‘함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페미니즘과 관련한 공익적인 일, 또한 최근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수학/과학 교육’과 관련해서 진중하게만 접근하거나, 교육자로서의 태도로만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이 있다면 그것을 내가 잘하는 어떤 것에 녹일 수 있다는 것. 기획자라면 관련된 기획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연구자라면 관련된 주제로 연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페미니즘은 ‘어떻게’가 정해져있지 않다. 내가 하는 일과 잇대어 질 수 밖에 없는 공간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퀄리티 있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당연한 말이지만, 공익적인 부분에는 잘 적용이 되지 않고 있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공익’에 대한 편견(우아하고, 진지해야 한다는 시선)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최근 ‘닷페이스’나 ‘알트’ 등의 영상들을 보면 이러한 시선들도 점차 불식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뉴스성 영상이 아니라 공이 들어야 하는(곧 돈이 들어야 하는) 공익광고/캠페인 역시도 이런 시도들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
또 하나 깨달은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모으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Cate의 필모그라피를 따라가다보면 그녀 뿐만 아니라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면서 일을 해나가고 있는 다양한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들, 기업가들을 알게 된다. 팟캐스트는 Christina Wallace라는 여성기업가와 함께 하고 있는데, 그녀는 STEM과 관련해서 여자 어린이들/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ArtHerstory의 경우는 여성을 주제로 작업하는 아티스트 Sarah Won과 함께 한 작업이다. ‘I have a math brain’의 경우, 영상작업을 ‘Scheme Machine Studio’라는 곳에서 했는데, 이곳은 엄청난 필모그래피를 가진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말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을 Wife-wife team이라고 소개하는) 2명이 운영하고 있는 스튜디오이다. 또한 이 프로젝트를 지원한 곳은 Harnish Foundation으로, 내쉬빌주에서 여성 최초로 저녁뉴스앵커가 되었던(1970년대) Ruth Ann Harnish가 세웠다(1998). 커뮤니케이션이나 교육과 관련한 프로젝트에 지원을 하고 있으며, 특히 독립영화 제작, 여성작가들을 위한 컨퍼런스, 학교 내 여성영화 동아리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이렇게 멋진 프로젝트가 진행되려면 혼자가 아니라 ‘함께’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늘 ‘내가 함께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를 알려고 노력하고 또 찾으려 하는 것이 페미니즘을 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형도를 만들어보거나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는 동료들을 알아가는 것, 또는 함께 하고 싶은 누군가를 설득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지. 그렇게 하다보면 내가 가지고 싶은 나만의 페미니즘 언어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다음 달에는 여성들을 돕는 여성 재단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이번 달에 공부를 하면서 ‘자원’의 중요성에 대해 한 번 더 깨달았는데, 미국과 유럽에는 여성들을 위한 재단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어떤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또 동시대 여성들의 힙한 무브먼트들을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 이왕 매거진을 만들었으니, 페미니즘 무브먼트 관련 짧은 소식들을 정리해서 올려볼까 한다. 물론, 아주 비정기적으로, 내 상황과 기분에 따라 운영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