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많이 출마해야 해

여성들의 정치참여를 독려하는 비영리단체 <She Should Run>

by 진아

지난 20일, 전세계에서 Women's March가 있었다. 작년 같은 날 열렸던 것에 이은 두 번째 행진이었다.지난 해의 행진이 여성들의 존재를 보여주었다면, 올해의 행진은 더 구체적인 주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선언했다. 이번 행진은 "We are the leaders we have been waiting for."를 슬로건으로 두고 올해 있을 미국 중간선거를 겨냥했고, 이것은 Women's March로 시작될 전국적이고 조직적인 무브먼트에 대한 예고이기도 하다. 작년 워싱턴에 이어 이번 해에는 라스베가스가 중심이 되었는데 이유는 이렇다. 라스베가스가 위치한 네바다주는 현재 공화당 의원이 의석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써, 2016년 힐러리클린턴이 트럼프를 2% 포인트로 이긴 곳이기도 하고, 11월 중간선거의 격전지가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사가 열린다는 것은 흔들리는 표심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오바마케어나 여성의 재생산권 등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현 의원에게 압박을 주는 수단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한 전략을 제대로 세우고 힘을 모아내는 과정, 하나의 큰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속 활동이 제대로 이어질 것임을 제시함으로써 행진에 참여한 사람들을 독려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에 맞춰 타임지는 2017년 한 해 동안 일어난 정치적 변화를 짚었다. 정치적 변화 중에서도 선출직 공무원 선거에 출마한 여성들의 이야기. 이미 정치권에 진출한 소수의 여성 의원들의 이야기. 그러니까 정치지형도의 변화를 예고하는 기사였다. 국회의원부터 지역 교육위원회 선거까지 자기 정치를 직접 하기로 결심한 여성들의 이야기. 전영역에 걸쳐 일어나야 할 변화라면, 그 변화는 정치/행정의 영역에서도 필수적인 것이고 어쩌면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법과 정책이 함께 변화해야하니까. 벽을 넘는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출마하고, 선거를 준비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기도 하고 영감을 주기도 했다.


물론 기사에 언급되어 있듯이 이 변화는 워싱턴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알 수 없다. 미국 전역을 놓고 봤을 때 그 크기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꼼꼼하게 기록해놓은 타임지의 노력 역시 (내가) 기록해두고 싶었다. 기사 말미에 "30년 뒤에 우리 아이가 그 때 엄마는 뭐했어?"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여성들이 움직여야 한다는 한 출마자의 말을 인용했는데, 타임지 역시 이 질문이 곧 유효해질 것을 알고, 그 때 할 수 있는 대답을 만들어두기 위해 이 기사를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They will be able to say they did."


아래는 기사의 링크.



SHE SHOULD RUN


관련된 자료들을 찾다가 알게된 <She should run>. 처음에는 여성의 건강과 관련된 캠페인 사이트인 줄 알았다. 하지만 "2030년까지 선출직 공무원 선거에 출마하는 여성이 25만명이 되도록"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비영리단체다. 2011년에 시작된 단체이고, 단순히 국회의원 선거만이 아니라 선출직 공무원이 필요한 자리와 선거에 더 많은 여성들이 출마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리더십/정부의 모습이 바뀌는 것(Change the face of leadership&Government)이다. 더 많은 여성 출마자들이 생기면 더 많은 당선자들이 생길 것이고 그것은 곧 좀 더 다양한 소리를 대표하는 정부 구성을 뜻한다고 보고 있다(is building a more effective and representative government that can meet the challenges of the 21st century). 메시지도 활동 내용도 자신들만의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심플한 메시지, 직관적인 참여방법. 캠페인이 가져야 할 기본을 잘 갖춘 이들의 활동 방식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봤다.


http://www.sheshouldrun.org/


How to engage the change

She Should Run(이하 SSR)의 타깃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된다. 곧 출마할 사람이거나, 앞으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거나, 출마할 여성들을 응원하는 사람. SSR은 이 세 영역의 여성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일을 한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세 부류의 사람들이 각자 할 수 있는 명확한 일이 제시된다.


가장 기본적으로 후원금으로 SSR을 도울 수 있는데, 이 단체의 캠페인과 메시지가 굉장히 확실하기 때문에(캠페인 영역도 명확하다) '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제대로 알고 후원할 수 있다. 후원금은 1)자기추천/타인추천 후보가 출마를 준비하는 것 돕고, 2)20대 여성들이 리더십을 배우고 잠재적 출마자가 될 수 있도록 교육을 하는데 쓰인다. 메시지가 명확하면 그만큼 펀드레이징을 할 때도 후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설 수 있다. 교육개혁, 환경보호, 정치개혁 이라는 커버리지가 넓은 주제로 많은 사람을 모으는 것도 좋지만, 내 기여를 확인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뾰족하게 다듬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얘기.


SSR 플랫폼에서는 후원 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로 참여가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이래의 세가지 방법으로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1. Ask a Woman to run


내 주변에 선거에 출마하면 좋겠을 여성을 추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줄라이님이 뉴욕시 교육위원회 선거에 나갔으면 좋겠어요!" 라는 내용을 미리 마련된 폼에 입력을 하면, SSR 측에서 그를 찾아가 출마할 것을 설득한다. 출마에 필요한 법적인 절차를 돕는다거나 전략을 고민하는 것도 SSR이 함께 하는 일이다. 평소에 일을 하다보면 능력있는 여성들을 많이 만나고, 특히 정치를 하면 너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는데, SSR이 있다면 그를 직접 설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나보다 더 안전하고 전문적인 방법으로 그를 도울 수 있는 지원군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추천을 하는 것이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지. 추천이 곧 출마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SSR 측에는 누군가의 추천을 받은 여성리더들의 데이터가 생기는 것이다. 나는 이것만으로도 굉장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권력이나 자본이 부여한 리더십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시작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리더들의 존재는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득, 이 리스트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궁금해졌다.


한가지 더 궁금한 것은 추천받은 모두에게 출마를 권하지 않을 것 같은데, 출마를 권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것. 이 기준을 알면, 어쩌면 높다고 생각한 출마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리더십과 관련한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2. I'm in


스스로 출마하겠다고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출마할 각오가 되어있는 누구든 신청을 할 수 있다. 신청을 하면 일정 절차를 거쳐 멘토링이 붙고, 아직 나이가 어리다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최근 여성과 청년을 대표해 구의원 선거에 나간 분의 이야기를 페이스북에서 보고 있는데,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알아보고 준비하는 과정에 드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준비를 하면서 에너지를 쓰다가 출마를 포기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장치. 또한 출마를 결심하고 선거에 뛰어든 사람들의 네트워크 안에 들어갈 수 있어 외롭지 않은 레이스가 가능하다. 이 역시 출마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 She should run incubator


SSR은 정치 직접 참여를 원하는 20대 여성들을 위한 아카데미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여성들은 리더십 아카데미를 통해 네트워크와 리더십 관련 수업을 듣고, 또 캠페인을 직접 해보기도 한다. 여기서 진짜 정치인/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한 여성들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출마할 수도 있다.


문제의 해결을 다음 세대로 넘기지 않고 지금 당장 해결을 시작해보는 것, 하지만 지금 당장 시도하면서 겪은 어려움들을 다음 세대가 겪지 않을 수 있도록 노하우를 축적하고 사람을 길러내는 과정을 놓치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를 일종의 순환구조로 만들어서 목표가 이루어질 때까지 홀로 외롭게 싸우지 않을 수 있도록 설계를 해놓은 부분도 메모해두고 싶은 부분.


이외에도


여성리더십(특히 정치) 관련 미디어 아카이브(신문기사/영상)를 제공하는 것(이 카테고리를 Warm Up 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단순한 아카이브가 아니라 출마를 위해 시동 거는 절차로 생각하는 목적지향적 태도가 마음에 든다), 바비인형을 만드는 바비사와 여성 리더 인형 시리즈를 만든 것, See Joan Run이라는 스토리텔링북, 중간선거를 위해 시작된 캠페인 모두 인상적이다.


다만, 플랫폼에서 다양한 인종을 만날 수 없는 것은 아쉬운 지점.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아시안이 많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 같은데, 어쨌든 '더 다양한 목소리'를 위한 무브먼트라면 이 부분도 고려하고 반영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법이 아니라’ 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힘’"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더 동의가 된다. 전에는 '법도 없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요즘엔 '있는 법'이 누구의 편인가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자들에게 내려지는 구형, 말도 안되는 여성정책들. 어제는 검찰 내에서 성추행을 경험한 여성 검사가 내부고발을 했다. 이 일은 성추행과 관련한 법이 없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법이 있지만 그 법이 누구를 위해 적용되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지켜보겠다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고, 이 소리가 잦아들지 않아야 법이 제 역할을 다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 많은 여성들이 출마하고, 리더의 자리에 서고, 힘을 갖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곧 우리도 지방선거가 있고, 2014년과 다른 2018년이 되리라는 기대를 가진다. 그냥 앉아서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리더십과 목소리가 우리를 대표할 수 있도록, 나도 힘을 보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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