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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May 15. 2018

<기획자학교>2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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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하고 있는 <외롭지 않은 기획자학교> 2기를 시작했다. 시작 전에 할 일이 많았고, 시작하는 날 오전에도 마음이 분주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잘 준비해놓고 시작 직전에 덜컥 겁이 나는데, 첫날도 역시 그랬다. 덥고 미세먼지가 많은 날씨도 기분 나쁘고, 후원금이 들어있는 카드사는 예고도 없이 시스템 점검에 들어갔다. 한낮인데 대체 왜? 수습할 일들을 수습하고 강의 장소인 용산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막상 시작했는데 잘 안되면 어떡하지. 내가 뭔가 빼먹은 게 있으면 어떡하지.


물론, 이런 감정은 행사가 시작되고 나면 없어진다. 그리고 하길 잘했어,라는 마음이 들고. 어쩌면 이 마음 때문에 겁이 나고 도망가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걸 알면서도 뭐든 시작해버리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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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간은 오리엔테이션이었다. 기획자학교를 소개하고, 앞으로 3주 간 함께 할 사람들을 알아가는 시간. 비슷한 나이대에,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어색할까봐 걱정했던 것이 그냥 기우가 되었다. 서로 대화도 잘하고. 그리고 이미 자기가 가진 것을 옆 사람, 또는 앞에 있는 사람에게 나누고 있었다. "제가 이런 걸 아는데, 말씀하신 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이따 링크 보내드릴게요.", "제가 잡지를 만들고 있어서 출판하실거면 도움을 드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경계를 넘지 않으면서 도움이 될 것들을 나누고, 또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얘기하는 이 우아한 태도를 다들 어디서 배웠을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들과 3주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기대되기도 했다. 


***

1기였던 주하님이 2기 기획자학교의 스태프가 되어 함께 한다. 이전 기수가 이후 기수로 계속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는데, 주하님과 함께 하면서 그 방법이 무엇일지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든든하다. 수업이 그냥 수업으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같은 기수 내에서도 단단한 유대가 필요하고, 또 각 기수들이 서로 연결되는 것도 필요하다. 2기는 1기에서 하지 않았던 그 연결에 관한 실험을 해볼 수 있겠지.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면서 <외롭지 않은 기획자 학교> 5기까지 진행이 되고 나면 만들어질 커뮤니티를 생각했다. 일과 맞닿아있는 커뮤니티, 그리고 비빌 언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끌어줄 수 있는 여성들이 일하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그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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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가진 야심은 내 주변의 여성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려면 내가 잘 되어야 한다. 이까짓게 뭐 그리 대단한 야심이냐고 할 수 있지만, 내 주변 여성들이 잘 되려면 단단한 커뮤니티도 필요하고, 오염된 판도 변화되어야 한다. 그 일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마다하지 않고 잘 해내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어제 마무리를 하면서 2기 기획자들에게도 같은 얘기를 했다. 나는 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기획을 하고 가진 재능을 쓰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판을 만들어 볼 거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 역시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희원님이 얼마 전 보낸 메일에서 '타인을 착취하지 않고도 야심을 가진 개인이 되는 것'에 대한 얘기를 했다. 이것은 '타인의 꿈에 나의 미래를 희생 없이 걸어보는 것'이라는 방식으로 수행된다고. 그 말이 생각나는 밤이었다. 나의 기획을 통해 뭔가 해보겠다며 강의장을 찾아온 이들에게 나는 나의 미래를 희생 없이 걸어볼 수 있게 되었고, 꽤나 멋진 거래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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