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의 '웃는 남자'와 상수동 골목길
그런데 그 밤에 그가 내 등을 두드리며 너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을 때
나는 진심으로 놀랐고 그 말에 고리를 걸듯 매달렸다.
이 사람이 나를 이해할 수 있다면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저날의 나를 내가 이해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을 할 수 있으려면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
내가 이제 무엇이 되는 게 좋을까.
단순해지자.
가급적 단순한 것이 되자고 나는 생각했다.
- 황정은, '웃는 남자' 에서
폭풍같은 토요일을 지내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조용한 집이 오히려 이상했다. 청소를 하고 빨래를 널고, 간단히 밥을 먹고 산책을 나섰다. 가보지 않은 새로운 골목이 나타났다. 이 근처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매번 가보지 않은 길이 나타난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고. 맑지만 기온이 낮은 날, 낡은 건물들이 늘어선 골목길을 지나다닐 때 생각나는 황정은의 소설. 딱히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기 보다는 황정은의 건조한 목소리와 그의 소설들을 읽을 때 느껴졌던 느낌들만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마침 <아무도 아닌>을 펼쳤는데, 문예지에서 이미 읽은 '웃는 남자'가 펼쳐졌다. 나에게 말을 거는 문장들.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저 문장이 들어있는 페이지의 귀퉁이를 접었을까.
갈까 말까를 정해야 하는 12월의 1/3을 보내고.
2016년 12월 11일, 상수동 골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