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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ques Dec 02. 2020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2017)

Sueño en otro Idioma

언어만큼 세계의 권력 격차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이 있을까요. 어딜가나 영어로 소통할  있고, 내가 방문하는 곳의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일까요. 서구 열강의 식민지배로 인해 서구 언어들이 피지배국의 공용어가 되고 원주민들의 언어는 사라져 갔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영어방송이 흘러나오고 영어공부에 열중인 멕시코의 작은 동네.  언어학자가 이제는 사라져가는, 유일한 시크릴(Zikril) 구사자를 만나기 위해 방문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고, 계획과 다른 상황에 막막해 하던 ,  노인이 시크릴어를  구사할  알지만 이전의 어떤 일로 인해 두번다시  언어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알게 됩니다.

  노인의 젊은 시절.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것이 교양인으로 여겨졌던 시절. 서로에게 둘도 없던 친구였지만 사랑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사이에  여인이 끼어들면서 돌이킬  없는 강을 건넙니다. 스페인계의 가톨릭이 지배하는 보수적인 사회에서 동성애는 상상조차   없는 죄악이었고, 엇나간 표현에 50년동안 말도  하는 사이가돠었죠. 원주민과 동성애자라는 소수자의 위치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언어의 운명은 필연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누군가의 영혼이 말하는 시크릴어는 낯설기에 신비하고 아름답습니다.

시크릴어는  영화를 위해 언어학자가 직접 자문을 하면서 탄생시킨 언어인데요. 마치 고대 원주민의 토속 언어를 듣는 듯한 투박하고 강건한 발음이 인상적입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 시크릴어 가사로 들려오는 Canción Zikril 자취를 감추는 언어들에게 보내는 하나의 진혼곡처럼 들입니다. 꿈속에서나 나타날  같은 아득한 언어의 운율이 느껴지네요.

https://youtu.be/J-fEFDbVu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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