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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ques Dec 05. 2020

<아라비아의 로렌스> (1962)

Lawrence of Arabia

1998년 12월. 초등학교 6학년 겨울. 단관극장이었던 대한극장이 멀티플렉스 재개관을 위해 잠시 문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상영했던 영화입니다. 신문에서 “닥터 지바고 감독의 또 다른 걸작. 70mm 필름 상영”이라고 쓰인 기사를 보고 아빠와 같이 보러 갔어요. 200분이 넘는 영화였음에도 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대서사시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스러져간 주인공의 이야기에 전혀 지루할 틈 없이 몰입해서 관람했습니다. 영화가 길어서 중간에 쉬는시간도 있었는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로렌스는 아라비아의 구원자가 아니라, 서구 제국주의 열강에 이용되어 오늘날 아랍-이스라엘 갈등의시초가 된 아랍 전쟁에 자의든 타의든 가담한 인물로, 전국에는 서구와 아랍 모두에게 버림받아 쓸쓸히 잊혀져간 인물로 기억됩니다. 이 영화에서도 초반에는 약간 영웅적인 모습으로 비추어져 살짝 갸우뚱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미쳐버리는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면서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푸른 눈의 전사를 연기한 피터 오툴의 얼굴과 아랍인 알리를 연기한 오마 샤리프의 강렬함이 영화의 카리스마를 좌우했어요.

<닥터 지바고>와 더불어 데이비드 린 감독과 함께한 작곡가 Maurice Jarre의 ost는 원대한 사막의 풍경과 어우러져 가슴 벅찬 순간을 자아냅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저 사막에 홀로 남겨진 채 이 음악을 들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보았어요.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사하라 사막을 직접 갔을 때의 감흥은 평생 잊을 수가 없는데, 언젠가 이 영화의 촬영지인 요르단의 와디럼도 꼭 방문하여 그 감흥을 다시 한 번 느껴지고 싶습니다.

https://youtu.be/HlUFxO0wxV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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