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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ques Dec 08. 2020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2004)

Diarios de Motocicleta

고등학교 졸업한 달에 개봉한 영화. 그 당시 체 게바라 평전이 화제가 많이 되었고 이 영화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갔습니다. 대학교 입학 직전이기도 했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설렘과 포부로 가득찬 영화였죠.  그런데 전, 이 영화를 최근에서야 봤습니다. 아껴두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개봉 때는 볼 타이밍을 놓쳤고, 이후에도 왠지 나중에 봐야 할 것 같아서 계속 미루고 있었어요.

예전보다 희망이 많이 사라지고 베네수엘라도 국가붕괴 직전에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이 영화를 보니, 에르네스토와 알베르토가 칠레 광산의 실상과 역사 속으로 사라진 안데스 문명, 나병 환자들의 모습을 지켜보았지만 적어도 저 시기에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은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어요.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실제 알베르토도 꽤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더라구요. 이루지 못한 꿈을 안고 스러져 갔던 체 게바라를 떠올리는 듯한 얼굴이었습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이념 등에 따라 엇갈릴 수밖에 없지만, 젊은 시절 가슴속의 열망 만큼은 순수하지 않았나 싶어요. 언젠가 꼭 일주하고 싶은 남미의 풍광은 볼 때마다 가슴이 뛰어오릅니다.

이 영화의 ost 하면, 단연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주제곡 Al otro lado del rio(강 건너편으로)가 떠오르죠. 우루과이의 뮤지션 Jorge Drexler의 노래로, 감미롭고 지적인 목소리로 우리가 모르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이야기합니다. 오스카상 주제가상 수상작이기도 하지요. 시상식에서는 Santana의 기타선율 위로 Antonio Banderas가 거친 목소리로 노래했고, Prince가 수상자를 호명했죠. 근데 뭔가 별로였어요. 영화 속에서 식민지로 인해 무너진 안데스 문명을 상상하는 대목이 등장하는데, 어쨌거나 지배국가였던 나라의 배우가 대신 노래를 불렀다는 것도 그렇고, 원곡의 담담한 감정이 훼손된거 같아서요. 그래도 좋은 노래임에는 분명하니 잠시 옛 추억에 빠져봅니다.

https://youtu.be/cg1wDc9JVB4

https://youtu.be/LC0ROEfEv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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