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alan Jira / Jirra - Hachalu Hundessa
어제 모리셔스의 1999년 봉기에 대한 글을 쓰면서, 지난 6월에 매우 흡사한 일이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20년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종족차별, 폭력, 불신은 세계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운 와중에, 코로나19로 앞으로 몇년간 더욱 상황이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원래, 에티오피아를 이야기할 때 이야기하고 싶은 다른 뮤지션이 있었다. 현재 본 매거진에서는, 가급적 한 나라에 한 뮤지션, 한 곡씩은 꼭 차례대로 소개하려 하고 한 번쯤 거의 모든 나라들을 다루었다 싶었을 때 이전에 소개했던 나라의 다른 음악에 대한 글을 쓰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내가 너무 좋아하는 나라의 음악이라면 예외가 있을 순 있겠다.) 그런데, 지난 모리셔스의 봉기가 그랬듯이, 뮤지션의 죽음으로 현재 에티오피아 사회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수면위에 떠오른 순간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작년, 회의 참석 출장으로 아디스아바바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아프리카에서는 언어와 인종, 문화 등 다른 국가들과 차별화된 고유의 문화를 보존하고 있어 예전부터 관심이 가던 국가이다. 회의는 각국 정부 대표들이 모이는 자리라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회의 마지막 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로 들어오는 한 인사를 맞이했다. 그는 바로 현재 에티오피아의 총리인 아비 아리(Abid Ali)였다.
그는 '18년 에티오피아의 총리로 부임, 에리트리아와의 20년 간의 전쟁을 종식시키고 경제발전을 통해 젊은 층의 큰 지지를 받고 있었다. 택시 운전사와 잠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아비 총리에 대한 젊은 층의 지지는 대단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에티오피아 민족 중 35%를 차지하지만 종족 갈등에서 열위에 있었던 오로모(Oromo) 족 출신으로, 에티오피아 최초의 오로모 출신 총리로 주목을 받았다.
에티오피아의 종족갈등은 1567년 종교를 둘러싼 갈등을부터 비롯된다. 현재 80개 부족이 살고 있는 에티오피아는, 오랜 내전이후 1992년부터 2017년까지 티그리족이 집권하면서 오로모 족을 비롯한 다른 종족은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고, 오로모 족이 주도한 반정부 시위가 2015년부터 약 3년간 끊임없이 발생하고, 이러한 소요 끝에 '18년 오로모 족의 총리가 당선됨으로써 새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안겼다.
지난 6월 의문의 죽음을 당한 뮤지션 하찰루 훈데사(Hachalu Hundessa) 역시 오로모 족 출신으로, 지난 반정부 시위 때 그의 노래가 주로 불러져 에티오피아 사회 내의 종족차별을 비판하고, 오로모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화하는 데 기여하였다. 워낙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기에 생전에 남긴 노래는 많지 않지만, '15년에 발표된 Maalan Jira? (나의 존재는 무엇인가?) 와 '17년 발표된 Jirra (우리는 존재한다)는 오로모 족 시위의 공식 투쟁가로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의 정신을 대변했다.
오로모족은 오로모어를 구사하고 에티오피아의 다른 종족이 이들 언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제약으로 그의 노래는 반정부 시위 이전에는 오로모 족 이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15년 싱글 Maalan Jira는, 우리는 삶을 통해 세상을 일구어 나갈 수 있기에 죽음이 결코 삶과 동등하다고 볼수는 없다고 노래하는데 에티오피아의 북서부 지역 음악에서 주요 차용되는 6/8박자 리듬에 1현 악기인 Massenqo를 활용하여 토속적인 느낌을 주고, 에티오피아의 공용어인 암하릭어에 등장하는, 이들이 신성시 여기는 "밀초와 금(Wax and Gold)"을 가사에 활용하여 에티오피아 인으로서의 자부심도 표현하고자 하였다. 노래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이것이 나의 존재이다. 그러나 두려움도 역시 존재한다.(Maalan jiraa, caccabsee na nyaatee jiraa)"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앞으로 벌어지게 될 불안감도 동시에 암시하고 있다.
2년 후에 발표된 Jirra는 "우리는 존재한다"고 함으로써, 오로모 족으로서의 '우리'의 정체성을 더욱 강렬히 인식한다.
"외부로부터 도움으로 구하지 말아라, 그것은 실현될 수 없는 꿈이다.
일어나자, 너의 말을 일으켜 싸우자. 이제 궁에 가까이 왔다."
오로모족이 아니기에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그의 노래를 통해 음악, 노래라는 것이 정치적인 표현을 하는데 가장 효과적이고 위력적인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비록 언어가 아니더라도 지금 어딘가에서 언제나 울려 퍼질수 있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작년 출장에서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티오피아의 한 지역에서 쿠데타가 발생하여 며칠만에 진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출장기간 동안 호텔을 제외한 모든 곳의 인터넷이 차단되었듯이, 현지 사무소에 연락을 해야하는데 역시 인터넷이 전 국가적으로 차단되었다. 그리고 그해 연말에는, 그 동안의 평화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아비 총리가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되었고, 그로부터 약 6개월 후, 역시 오로모 족의 희망이었던 한 뮤지션이 의문을 죽음을 당했다. 아직 아비 총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평화의 꿈은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