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this Waltz
미셸 윌리엄스는 잔잔한 평화 속에 균열이 찾아올 때, 미처 숨길 수 없는 불안과 권태를 가장 잘 연기하는 배우입니다. 처음 이 배우를 알게 된 <브로크백 마운틴>을 비롯해서, <블루 발렌타인>,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 <맨채스터 바이더 씨> 등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캐릭터들이 모두 일관성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이러한 불안의 캐릭터 연기의 정점에 있는 영화가 바로 사라 폴리 감독의 <우리도 사랑일까>입니다. 자상한 남편과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던 마고에게,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의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마침 건너편에 산다는 것을 알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리죠.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땐 세스 로건이 연기한 루에 감정이입해서 마고를 비난한 한편, 영화의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니 누구나 한번쯤 맞딱드리게 되는 감정의 흔들림에 대해 제3자가 함부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너무나도 뻔한 영화속 대사이지만, "New things get old"라는 진리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음에도 항상 새로운 사랑, 새로운 것에 끌리다가 또 다른 새로운 대상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게 우리의 모습이니까요. 붉은색과 푸른색, 녹색 등 원색의 색채와 핸드헬드 기법, 불안한 시선처리 등 여러가지 기법을 통해 마고의 불안함, 죄책감 등을 표현하여 관객들의 공감도를 더욱 높인 영화였습니다.
이러한 공감도를 높인 데에는 영화속 음악들의 역할을 빼놓을 수가 없겠죠.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꼭 거론해야 할 세 가지 곡을 떠올려봅니다. 영화의 첫장면, 붉은 햇살이 가득한 집에서 요리를 하다가 갑자기 무언가 불안한 듯 주저앉는 마고를 비추면 흐르는 Corinna Rose & The Rusty Horse Band의 Green Mountain State는, "We've reached a borderline"이라는 가사처럼, 무언가 경계선에 다다른 듯 아슬아슬한 주인공의 감정상태를 대변하고 있구요. 영화의 제목과 동일한, Leonard Cohen의 노래 <Take this Waltz>는 마고가 루를 떠나고 대니얼과 본격적인 관계를 시작할 때, 이들의 사랑이 전개되는 과정을 360도 회전으로 보여주면서 등장하는 음악인데요. 마치 오르골 위의 두 인물이 춤을 추는 듯한 연출이 돋보입니다. 이 노래가 영화의 제목으로 이어진 이유를 알 수 있는 장면과 감정선이었어요. 그리고, 대니얼과의 관계 초반 데이트 때, 마지막 장면에서 옆에 아무도 없이 혼자서 놀이기구를 탈 때 등장하는 The 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은 직접적으로 마고에게 버려진 남자와 새로 찾아온 남자를 비유하는 노래들로 등장합니다. 마지막에 놀이기구를 타면서 이 노래가 흘렀을 때, 마고는 다시 새로운 사랑이 나타나길 기대했을까요. 아니면, 지금까지 자신의 감정들이 덧없음을 깨닫고 혼자서 살아나가기로 결정했을까요. 글쎄요. 영화 속 마고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녀에게 있어 앞으로의 다짐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