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les Trenet
오늘 바람이 요 며칠보다 쌀쌀했죠. 바람이 부니까 자연스레 이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프랑스 대중음악에 재즈, 스윙 등의 장르를 접목하여 세련미를 더하고 샹송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면서 샹송의 전성기를 장식했던 뮤지션, Charles Trenet(샤를 트레네)의 Que reste-t-il de nos amours?(우리의 사랑에 무엇이 남았나)입니다.
Charles Trenet는 1913년 태어나 2001년 86세의 나이로 숨을거둘 때까지 약 60년 이상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1,000곡에 가까운 노래를 작사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재치와 위트가 넘치는 가사를 쓰고 재즈, 스윙의 장르를 더해 더욱 세련되고 매력적인 샹송들이 그의 손을 통해 탄생하였구요. 2차세계대전 시기에는 독일군의 허락을 받아 독일감옥에 수감된 프랑스인 포로들을 위해 공연을 펼친 경력도 있다고 합니다. 훗날 전범재판에서 샤를 트레네의 유죄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데 결국 무혐의로 결론이 나고, 이후에 활발한 음악활동을 펼쳤습니다.
귀여운 중절모에 미소를 지을 때 두드러지는 양쪽의 볼살, 그리고 왼쪽 상단의 붉은색 카네이션이 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인데요. 오늘 선곡한 노래는 그의 다른 노래들과는 달리 다소 차분하지만 지극히 아름다운, 사랑이 떠난 후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노래를 골라 보았습니다. 한 번 들어보시면, 어디선가 멜로디를 많이 들어보셨다고 느낄거에요.
Ce soir le vent qui frappe à ma porte
Me parle d'amours mortes
Devant le feu qui s'éteint
오늘 밤 나의 집 문을 두드리는 바람이
죽어버린 사랑을 이야기하네요.
꺼져가는 불빛 앞에서요
Ce soir c'est une chanson d'automne
Dans la maison qui frissonne
Et je pense aux jours lointains
오늘 밤 몸서리치는 집에서
가을의 노래가 들려오고
지난 날들을 생각해요
Que reste-t-il de nos amours
Que reste-t-il de ces beaux jours
Une photo, vieille photo
De ma jeunesse
우리의 사랑에 무엇이 남았나요
아름다운 날들에 무엇이 남았나요
한 장의 사진, 나의 젊음을 담은
오래된 사진
Que reste-t-il des billets doux
Des mois d'avril, des rendez-vous
Un souvenir qui me poursuit
Sans cesse
달콤한 편지, 4월,
우리의 약속에 무엇이 남았나요
끊임없이 나를 따라오는 추억
Bonheur fané, cheveux au vent
Baisers volés, rêves mouvants
Que reste-t-il de tout cela
Dites-le-moi
빛바랜 행복,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
훔친 키스, 부유하는 꿈
이 모든 것들에 무엇이 남았나요
나에게 말해줘요
Un petit village, un vieux clocher
Un paysage si bien caché
Et dans un nuage le cher visage
De mon passé
작은 마을, 오래된 종탑
자취를 감춘 풍경
구름 속 내 지난날의 사랑하는 얼굴
Les mots les mots tendres qu’on murmure
Les caresses les plus pures
Les serments au fond des bois
Les fleurs qu’on retrouve dans un livre
Dont le parfum vous enivre
Se sont envolés pourquoi?
속삭있는 부드러운 단어들
가장 순수한 포옹
숲속 깊은 곳의 맹세
당신을 매료시킨 향기를 품은
책 속에 다시 등장하는 꽃들
이들은 왜 모두 사라져 버렸나요?
이 곡이 작곡된 1942년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으로 고통을 받던 시기였죠.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지난 날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노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녹음 버전보다 라이브버전이 좀 더 박자가 느리고 애잔한 느낌이 드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Btk5ERwGpSk
https://www.youtube.com/watch?v=DEmQSeNQrh4
가사 중간의 훔친 키스(Baisers volés)하면 생각나는 동명의 영화가 있죠?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작품으로, 1968년 발표된 영화에 이 노래가 처음으로 등장한 후, 여러차례 영화에 등장한 노래이기도 합니다. 아래 예고편을 보시면 후반부에 노래가 잠깐 등장해요. 트뤼포의 팬들이라면 모두 보셨을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CELURpFlrs&t=14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