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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소환된 과거의 명곡들

Resistire, Rumah Kita, Molitva

by Jacques

전대미문의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예술부문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부분중 하나로, 엄밀히 말하자면 가장 절실하거나 필수적인 재화가 아니기에 타격을 받은 만큼 회복은 다른 필수 분야에 비해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이 우리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 줄 수는 있기에 코로나19 시대에서 뮤지션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음악을 통해 이 위기 속에서 원동력을 이어 나가고 있다.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곡들중 코로나19시대에 재조명된 비영어권 대중음악 트랙 3곡을 소개한다.


1. 저항할거야! : Resistire 2020(스페인)

- 스페인인들은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도 낙천적이다. 90년대 Duo Dinamico가 발표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끈 노래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Atame!에도 삽입된 바 있다. "저항할거야"라는 뜻의 제목은 코로나19시대의 대응방식과도 맞물리는데, 스페인 정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공식 주제가로 선정, 매일 저녁 8시 스페인 전역의 도시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박수를 치며 "저항할거야"를 외쳤다. 본래 이 노래는 스페인의 문호 카밀로 호세 셀라(Camilo Jose Cela)의 "저항하는 자가 이긴다(el que resiste gana)"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고 전한다.



2020년, 스페인어권 지역의 유명 가수들이 한데 모여 이 노래를 다시 불렀다. 물론 각자의 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하나로 합치는 형식이다. 전례없는 위기속에서 힘있는 메시지로 난관을 헤쳐 나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가사를 보면 가정하는 상황, 즉 스페인어 "접속법" 문법들이 사용되고 있어 스페인어를 공부하시는 분들에게도 제격인 노래다.


모든 경기에서 질 떄

고독 속에 잠들 때

모든 출구가 닫혔을 떄

불안한 밤을 보낼 때


Cuando pierda todas las partidas
Cuando duerma con la soledad
Cuando se me cierren las salidas
Y la noche no me deje en paz


침묵으로 두려울 떄

서 있기 버거울 떄

기억들이 나를 괴롭힐 때

벽으로 나를 내몰때


Cuando sienta miedo del silencio

Cuando cueste mantenerse en pie

Cuando se rebelen los recuerdos

Y me pongan contra la pared


저항할거야, 모든 것 앞에 우뚝 서서

피부를 굳히기 위해 철로 변할 거야

아무리 바람이 강하게 불더라도

구부러진 갈대 같더라도 늘 서있을 거야.


저향할거야, 계속 살아가기 위해

타격을 받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게

꿈들이 나를 산산조각 내더라도

저항할거야, 저항할거야


https://youtu.be/hl3B4Ql8RtQ



2. 오늘은 안락한 우리 집에서 : Rumah Kita(우리집) - GodBless(인도네시아)

- 1973년 결성된 인도네시아 Rock 밴드 GodBless의 싱글로, 2009년 <롤링 스톤즈 인도네시아>에서 뽑은 Best Indonesian Song에서 22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1988년에 만들어진 이 노래는 밴드 기타리스트 Jusut Antono가, 지방에서 음악활동을 위해 자카르타로 이주했지만 고향에 대한 향수로 그리움에 시달린 그의 개인적 감정과도 맞닿아 있다. 그리고 약 30년 후, 이 노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봉쇄된 모든 인도네시아 인들에게, 자신의 집이 편안하다고, 더 이상 무엇을 바랄게 있겠냐는 위로의 메시지를 던지면서, 코로나19시대 인도네시아인들에게 다시 한 번 각인되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것이라네

즉, 이 모든 것이 우리 것이라네


Namun semua itu punya kita
Memang semua itu milik kita sendiri


도시로 터전을 옮겨야 할까 ,

질문들이 가득한 그 곳으로?


Haruskah kita beranjak ke kota
Yang penuh dengan tanya?


여기가 더 나아, 우리집 말야

신의 은총과 전지전능함이 가득하지

모든 것이 여기에 있어

우리 집에 말야


Lebih baik di sini, rumah kita sendiri
Segala nikmat dan anugerah Yang Kuasa
Semuanya ada di sini
Rumah kita


https://youtu.be/PQgCvnEZvqs


3. Molitva(기도) - Marija Šerifović (세르비아)

- 2007년 유로비전 우승곡으로, 세르비아가 몬테네그로와 분리된 후 단독국가로서 처음 참여한 대회에서 우승까지 달성하여 화제가 되었다. 기존 유로비전 무대와는 달리, 노래 자체에 집중하여 가수와 그녀를 둘러싼 5명의 코러스만이 무대에 등장하여 주목받았고, 역대 비영어권 유로비전 노래 중 뛰어난 곡 순위를 매길 때 항상 1, 2위를 다툴 만큼 명곡으로 기억되는 발라드이다. 1998년 대회 이후, 영어가 아닌 노래가 유로비전에서 우승한 첫 사례로서 그 의미도 더욱 남다르다.


2020년 코로나19로 연례행사인 유로비전도 취소되고 예전의 명곡을 다시 기억해 보는 시간이 마련되었는데, 올해 새로 공개된 Molitva의 뮤직비디오에는 코로나19로 텅빈 세르비아의 수도 벨그라드의 거리와 환자를 싣는 구급차, 그리고 일선에서 애쓰는 의료진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응시하여 뭉클함을 안긴다. 그리고 인적 하나 없는 고요한 밤, Marija Šerifović가 노래를 부른다. 노래의 제목처럼, 이 노래 속 사랑하는 대상은 신, 또는 절대적인 힘과 포용력을 가진 누군가라고도 볼 수 있겠다.


눈을 감을 수 없어

텅빈 침대가 잠을 쫓아내지

나의 삶이 녹아내리고 있어

찰나의 순간에 사라지고 있어


Ni oka da sklopim

Postelja prazna tera san

A život se topi

I nestaje brzo, k'o dlanom o dlan


의식을 잃어가는 것 같아

현실조차 자각할 수 없어

그래도 여전히 당신 사랑해

당신 맹목적으로 신뢰해


K'o razum da gubim

Jer stvarnost i ne primećujem

As I don't even notice reality

Još uvek te ljubim



나의 입술에 서린 열정처럼, 기도할게

말 대신, 당신의 이름만을, 기도할게

하늘은 알고 있을거야

얼마나 많은 기도를 반복했는지


Molitva, kao žar na mojim usnama je

Molitva, mesto reči samo ime tvoje

Nebo zna, kao ja

Koliko puta sam ponovila


https://youtu.be/Kbi08wfT7mA


먼 훗날 2020년을 돌이켜 볼 때, 어떤 시간으로 기억할까? 누군가는 사라진 시간이라고, 누군가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해라고, 또 누군가는 전례없는 상황으로 무기력했던 시간으로 남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 지금 이 시간은 그 동안 모르고 살았던 일상의 소중함과 함께 하는 것의 중요함을 마음 속에 새기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숙고했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순간들의 사이사이에, 음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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