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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em of Ecstasy

Alexander Scriabin

by Jacques

러시아의 작곡가 알렉산더 스크랴빈(Alexander Scriabin)은 그의 생애에 걸쳐 피아노곡과 관현악곡만을 작곡하였습니다. 시기적으로는 후기낭만에 속하지만, 라흐마니노프와는 전혀 다른 본인만의 독특한 작법을 도입하였는데요. 초기의 작품들은 그가 쇼팽의 음악들을 추종했기에 쇼팽의 낭만주의를 그대로 계승하였지만, 피아노 소나타 5번을 기점으로 전환점을 이루게 되는데요. 1904~9년 서구여행과 브라바츠키의 신지학(theosophy) (신의 예지를 내적 직관으로 인식하는 법)의 영향을 받아 신비주의적 화법을 도입한 것이죠. 화상업법이 극도로 변형된 속7/9계의 화음으로 변형되고, 조성보다는 특정한 화법을 계통적으로 이용하는 화음선법을 도입함였고, 이념적으로는 하나의 작품을 하나의 신비로 인식하여, 신과의 합일을 추구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는 러시아의 상징주의 및 신비주의와도 연계가 되는데요. 이처럼 초기의 작품들과는 확연히 차별되는, 감상하기엔 쉽지 않지만 오히려 스크랴빈의 작곡가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되었습니다. 스크랴빈의 피아노 작품들은 피아노 레퍼토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죠. 러시아 모스크바를 여행했을 때, 아르바트 거리 뒤편에 고요히 자리한 스크랴빈 박물관(생가)를 방문했었는데요. 방문객이 저밖에 없어서 차분히 관람했던 기억이 문득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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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레퍼토리만큼이나 놓쳐서는 안 되는 스크랴빈의 관현악작품들 중, <법열의 서(The Poem of Ecstasy)>는 "교향곡 제4번"으로도 분류되는 작품으로, 교향시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1908년 초연된 이 작품은 스크랴빈이 고안안 "신비주의 화음"을 조옮김 등의 방식으로 본격적으로 차용한 작품으로, C, F♯, B♭, E, A, D.의 여섯개 음으로 이루어진 화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듭니다. 처음에 플룻을 통해 '이념 뒤의 투쟁'와 클라리넷을 통해 '자아'가 표현되어, 점차 영혼에 눈을 뜬 후 '인간의 사랑'과 '금욕의 사상'을 나타내는 제2주제가 바이올린과 잉글리시호른으로 이야기되고 마지막으로는 호른 트럼펫이 제3주제를 연주하는데요. '의지의 발생'을 표현함으로써 일종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이 곡의 두번째 클라이맥스에서는 저음의 종소리와 오르간 소리도 들을 수가 있어요.


이 곡을 작곡하기 위해, 스크랴빈은 자신의 사상이 담긴 300줄이 넘는 시를 쓰기도 하는 등 실혐을 기울인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 시는 정신이 의식으로 편입, 상승되는 과정을 묘사함으로써 "밝은 리듬"으로의 도달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3인칭으로 전개되던 시가 1인칭의 "나"로 변모되는 점도 중요한 지점이구요. <피아노 소나타 5번>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쇼팽을 연상시키는 그의 전반부의 작품에 익숙해젼 관객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이 작품. 다가가기 쉬운 화성은 아니지만 반복해서 듣다보면 빛깔을 드러내는 듯한 섬세하고도 웅장한 화성에 매료될 것입니다.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서동시집 오케스트라의 연주입니다.

https://youtu.be/pA6loeG5ATA


피아노 소나타 5번도 같이 들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Alexander Gavrylyuk의 연주입니다. ALEvrylXANDER GAVRYLYUK

https://youtu.be/Axngik7hp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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