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cques Dec 28. 2021

La Valse

Maurice Ravel

드뷔시와 함께 프랑스 근현대, 인상주의 음악의 거대한 획을 그은 작곡가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드뷔시를 존경하면서도, 어떤 곡들에서는 드뷔시를 이미 앞서나가는 혁신적인 기법을 보여주기도 하였는데요. 제 개인적인 인상을 덧붙이자면, 드뷔시의 음악이 선율과 화성을 모두 헤쳐 놓는 느낌이라면, 라벨의 음악들은 어느 정도의 규범과 절제를 갖춘 상태에서 음들에게 자유로움을 부여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역시나, 그의 음악에 대한 설명을 보면 규칙적인 프레이즈, 고전적인 형식의 활용 면에서 드뷔시와 차이를 보인다고 되어 있네요. 피아노 모음곡인 <쿠프랭의 무덤>이라든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등만 봐도, 그가 과거의 음악을 현대적으로 차용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관현악, 피아노, 피아노3중주 등 훌륭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아서 이 중에 단 한곡을 고르는 게 정말 쉽지 않았는데요. 특히 1900년대가 도래하고 1914년 전쟁이 발발할 시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걸작들을 남겼기에 라벨의 작품들은, 모든 작곡가들이 그렇지만, 특히 제가 좋아하는 작곡가인 데다가 많은 분들이 그의 작품들의 매력을 느껴보셨으면 해서, 하나하나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처음 들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후에 피아노 독주용 편곡을 듣고 다시 한 번 멍해졌던 라벨 식의 왈츠, La Valse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왈츠의 고향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죠. 이 곡은 빈 왈츠의 라벨식, 프랑스식 해석이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요.

1906년 당시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를 존경하던 라벨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외심을 표현하고 싶어작업에 착수하지만 오랫동안 완성되지 못하고, 1914년 다시 노선을 바꿔 "교향시 빈"이라 명명하였으나 완성하지 못하다가 마침내 1920년, <La Valse>의 제목으로 완성하였습니다. 도입부에는 '빈 왈츠의 템포'라고 악보에 명시가 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단편적인 왈츠 리듬과 선율이 들리다가 점차적으로 고조되고, 방향을 알수 없지만 매혹적이기에 빠져들수밖에 없는 음과 리듬의 향연이 펼쳐지다가 급작스레 마무리됩니다. 현악기에서 타악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악기들이 이 짧은 유희의 순간을 위해 기꺼이 소용돌이에 몸을 맡기는 듯한 느낌이에요. 특히 마지막에 곡이 끝날 때, 5개의 강한 파열음은 다시 현실로의 귀환을 외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마저 듭니다.


이 곡은 관현악곡으로 1920년 초연 후 후에 발레 음악으로 초연되었다고 하는데요. 니진스키가 안무를 맡아서 더욱 화제가 되었죠. 라디오 프랑스 교향악단의 연주입니다. 프랑스 교향악단의 연주를 들을 때 그 맛이 더 사는 듯한 건 기분 탓일까요.


https://youtu.be/qOSoCyuqDJo


영상의 질이 아쉽지만 조지 발란신이 안무를 맡은 발레 버전이구요.


https://youtu.be/OQx7egjInhU




이 곡은 솔로 및 두 대의 피아노 연주용으로도 편곡이 되었는데요. 악보를 보기만 해도 두통이 몰려오는 난곡중의 난곡이죠. 피아노 독주는 임동혁, 두 대의 피아노는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올해 우리 곁을 떠난 닐슨 프레이리의 연주입니다.




https://youtu.be/hvqes0X_Ji0



https://youtu.be/hkVrhll9VBA


라벨의 음악은 그 독특한 개성과 매력 때문에 영화에서도 정말 많이 등장하는데요. 그 중에서 세 편을 골라봤습니다. “볼레로”가 등장하는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피아노 3중주 A단조”가 등장하는 <겨울의 심장>, 피아노모음곡 거울 중 3번 “바다위의 작은 배”가 등장하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입니다. 특히 <겨울의 심장>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영화입니다.


https://youtu.be/hTMiWdgPBrQ

https://youtu.be/20CxzzwBMs4

https://youtu.be/7NaM8T2gtPc


매거진의 이전글 Zorba’s Danc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