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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ques Jan 12. 2022

히로시마 희생자에 바치는 애가

Krzysztof Penderecki

2020년 세상을 떠난 폴란드의 현대음악 작곡가

Krzysztof Penderecki(크쥐시토프 펜데레츠키)는 폴란드 아방가르드 음악을 선도하며 4군음의 음악, 소노리즘 등 서구 음악과는 다른 음악적 영역을 구축하였습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어서 교향곡 5번 <한국>을 작곡하기도 했고, 서울국제음악제를 통해 그의 레퍼토리가 주기적으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1960년에 작곡된 전위음악인 <Threnody to the Victims of Hiroshima(히로시마 희생자에 바치는 애가)>는 스탈린 집권의 소련으로 인해 형식적 실험을 할 수 없었던 펜데레츠키가, 그의 사후 다시 음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취한 끝에 탄생한 작품입니다. 52개의 현악기들이 글리산도를 따라 자신만의 방향으로 찣겨 나가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이 음악은 폴란드 음악가들을 중심으로 발전된 Sonorism, 즉 악기들을 새롭게 배합한으로써 기존과는 다른 음색, 강약, 동력을 구형하는 작법을 취하고 연주자들에게 비브라토의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당시 유럽 현대음악을 지배하던 음렬주의(Serialism)으로부터 탈피, 아방가르드 음악의 신기원을 이룩한 작품입니다. 현악기의 브릿지 뒤를 활로 긁는 등 듣기 불편한 소리들이 가득해서 처음에는 매우 낯설게 느껴질텐데요. 제목과 관련해서는, 이 곡을 처음 구상할 때부터 히로시마 희생자들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곡을 들은 하에 문득 원폭 희생자들이 떠올라 이 곡을 희생자들에게 헌정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 곡은 저에게 현대음악이라는 새로운 바다에 눈을 뜨게 해 전 작품입니다.KBS 교향악단 정기연주회 때 이 음악을 들었었는데요. 제가 실연으로 들었던 최초의 현대음악 작품이었고 그 당시에는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도 생경하던 시절이었는데 도저히 전개를 알 수 없고 반복해서 들어고 멜로디가 떠오르지 않는 이 음악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죠. 아직도 전문적으로 현대음악의 작법을 꿰뚫고 있진 않지만, 적어도 이 작품을 들은지 한참 지난 요즘에는 스스로 현대음악을 찾아서 들어보고는 있으니, 각자의 시기에 맞는 음악, 귀에 들어오는 음악이 있는 것 같습니다.


펜데레츠키의 8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공연으로

Krzysztof Urbánski가 지휘하는 바르샤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입니다.


https://youtu.be/BQuFP7sLzfc


펜데레츠키의 음악은 영화 <셔터 아일랜드>에도 등장하여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을 고조시켰죠. 교향곡 3번 일부입니다.


https://youtu.be/I1ehLA7mZ_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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