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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다음에 간다면 꼭 3월에

Aguas de Marco - Elis Regina&Tom Jobim

by Jacques


여름이 끝나가니, 문득 이 노래가 떠오른다. 3월이 될 때마다 플레이리스트에서 놓치지 않는 곡이 바로 . <3월의 비> 또는 <3월의 물>의제목이기에 매년 3월에 이 노래를 듣는 것이 하나의 작은 습관이다. 엘리스 헤지나의 목소리는 이 노래에서 유독 청량하게 다가오고, 이를 받추어주는 Jobim의 목소리 역시 따뜻하다. 특히 노래의 후반부에서 한 마디씩 단어를 주고받을 때는 마치 즉흥적인 스캣을 전개하는 것 같고, 이들이 녹음하면서 느꼈을 즐거움과 들뜬 감정은 스튜디오의 녹음장면을 촬영한 뮤직비디오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노래를 비롯해서, 브라질 음악은 워낙 우리에게 익숙하고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아 왔기에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삼바와 보사노바 리듬이 대중음악에 접목되어 소개되기도 하고, 세계 유수의 뮤지션들이 Jobim의 가사와 Vinicius de Moraes의 선율이 만난 브라질 클래식 넘버들을 리메이크하면서 월드뮤직 시장을 주도하였다. Aguas de Marco는 Jobim이 작사와 작곡을 모두 도 맡은 노래로 1972년에 세상에 태어났다. 노래 가사는 특정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닌, 지구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구성물을 하나하나 열거하는데, 문장이 아닌 단어들만으로 하나의 가사가 탄생한 것이다. 3월에 유난히 비와 폭풍이 잦아드는 리우데자네이루에 착안하여, 그 어느 것도 거스를수 없는 자연의 순환과 이치를 노래한다.


"막대기, 돌, 길 끚자락, 유리조각, 인생, 태양, 밤, 죽음, 달팽이, 바람의 나무 하늘의 새, 땅 위의 새 하천, 분수, 빵조각. 비가 오고 강이 말하네 3월의 비로 피로함이 사라지네. 여름이 끝나가네. 당신 마음 속의 생의 약속"


브라질은 지구 반대편 남반구의 나라이기에, 3월의 우기가 마무리 되고 추운 계절로 접어드는 계절의 흐름을 담았고, garrafa da cana, perpba de campo, Matita Pereira 등 브라질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동식물들을 등장시킴으로써 브라질 고유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Jobim은 같은 노래의 영어 가사 작업에도 참여하였는데,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 진출을 감안, "빗물"을 "해빙의 물"로 대체하여 북반구의 자연의 질서를 반영하고자 하였다. 워낙 유명한 노래이기에, 언제 처음 이 노래를 들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만큼 익숙한 선율을 가지고 있는데, 작년 7월 이 노래와 관련된 하나의 추억이 생겼다. 업무 차 파라과이로 출장갈 일이 생겼는데 서울에서 파리, 상파울로를 거쳐 아순시온에 다다르는 편도 30시간의 기나긴 여정이었지만, 비록 출장이었지만, 처음으로 남아메리카를 방문한다는 설렘이 가득했고, 경유지이긴 하지만 그토록 즐겨 듣던 브라질 음악의 땅에 잠시나마 발을 딛는다는 것 조차 기대가 되었다. 물론 그 공항이 상파울루가 아닌 리우데자네이루였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리우데자네이루 공항 이름은 Jobim 공항으로, 그에 대한 존경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비행기에서 지루한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채널 덕분에, 마침 음악에 Tom Jobim과 Elis Regina의 앨범도 수록되어 있었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잠시나마 머무르는 브라질을 기억하고 싶어, 비행기가 상파울루에 착륙하고, 그리고 상파울루에서 파리로 비행기가 이륙할 때 비행기의 굉음과 함께 "Aguas de Marco"를 재생트랙으로 선택했다. 나에게 는 이 노래가 곧 브라질이나 마찬가지이고 2019년 7월에 몇시간이나마 브라질에 있었다는 것을 작게나마 기념하는 나만의 방식이었다. 이제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새벽에 상파울루에 도착하고, 저녁에 상파울루를 떠나던 순간, 그리고 상파울루 공항을 거닐며 언젠가 실제로 발을 딛게 될 브라질에 대해 상상하던 그 순간이 저절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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