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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ques Jan 22. 2022

Rothko Chapel

Morton Feldman

미국의 작곡가 Morton Feldman은 존 케이지로부터 촉발된, 감상자에게 전적으로 해석과 느낌의 자유를 부여하는 indeterminate music를 이끈 선구자로 예측할 수 없는 리듬, 비대칭적인 화성, 침묵을내포란 전개를 음악에 담았습니다. 특히 그의 후반기 음악은 엄청난 길이의 작품들을 내놓음으오써, 음악이 구현할 수 있는 극도의 고요와 침묵, 무의 경지를 표현하고자 했는데요. 그의 말에 따르면, 모든 것을 씻어낼 수 있는 작품들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1971년에 작곡된 Rothko Chapel은,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라트비아계 미국 예술가인 Mark Rothko(마크 로스코)와, 그와 관련된 공간에 헌정하는 작품입니다.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Rothko Chapel은 Menil교파의 건물이라고는 하지만 특정 종교만을 위한 건물만은 아닌,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마크 로스코 본인은 종교에 깊은 사람은 아니었다고 하는데 이 공간을 통해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향유하는 느낌을 자아내고 싶었다고 전해졌구요. 이 공간을 위해 14점의 그림을 그렸는데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죠. 예배당에 가시면 14점의 그림이 벽에 걸려 있는 것을 보실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신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예배당이 개관되기 약 1년 전, 그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권총으로 자살하고 결국 자신이 꿈꿔왔던 공간이 완성된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1년후 개관식은 동시에 그의 봉헌식이 되었고, 작곡을 위촉받은 모튼 펠드만은 그를 추모하는 마음과 동시에, 이 공간에서 이 음악을 연주할 때 그 어느 곳에서도 들리지 않는, 고유하고 초월적인 정신을 부여하여 이 음악을 작곡하였습니다. 개관식에서 이 음악이 연주될 때, 분명 마크 로스코도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네요.


합창과 비올라, 타악기가 함께하는 Rothko Chapel은 5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질적인 화성과 선율 속에 모든 존재를 아우르는 자애로운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언젠가 휴스턴에 가서 이 음악을 들으며 예배당을 거닐고 마크 로스코의 검은색 그림을 말없이 바라보고 싶네요.


https://youtu.be/p2AbTftDaZQ

https://youtu.be/U2VQgGyVxcg

https://youtu.be/1ZZ0DYIkaP8



모튼 펠드만의 곡 중에는 기존의 길이를 초월하는 장시간의 감상을 요하는 작품들이 눈길을 끄는데요. 1983년에 작곡된 현악4중주 2번은 전악장을 연주하는 데 무려 5시간 반-6시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공연장에서 이 음악을 실제로 듣는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아래 영상을 들으면서 상상해 보세요.



https://youtu.be/QPMUHVz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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