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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ques Feb 28. 2022

The Hours

Philip Glass

미국 현대음악의 스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Philip Glass(필립 글래스)는 관현악, 독주곡, 오페라,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미니멀리즘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의 클래식 팬들에게 소개하고, 20세기의 가장 영향령 있는 작곡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다른 미니멀리즘 작곡가와 비교해도 그의 음악적 특징은 매우 선명해서, 작곡가를 모른채 그의 음악을 듣더라도 필립 글래스가 쓴 작품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줄리어드 음대에서 음악을 공부한 후 파리로 건너가 나디아 불랑제와 작업하고 1967년 뉴욕에 돌아와 필립 글래스 앙상블을 조직하며 본격적인 작업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들어봤던 인도의 라비 샹카와도 활발히 교류하면서, 작곡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안정적인 온음계 구조 내에서 수축되거나 확장되는 싱커페이션 리듬을 기반으로 구성된 미니멀리즘은 현대음악의 수준을 한차원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 아니 전세계의 미니멀리즘 음악의 신기원을 구축한 작곡가인 만큼 역시 소개하고 싶은 곡들이 많아 고민했는데요. 역시, 제가 필립 글래스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기억하게 됐던 작품을 함께 들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인생영화 중 한 편이기도 한 <The Hours>의 ost에 참여했죠.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선율 속에 세 주인공의 우울과 불안, 슬픔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담아내어, 영화 자체도 깊은 감동을 남겼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도 선율이 한동안 계속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기 즈음인 겨울 방학때 개봉했고, 지금은 사라진 서울극장에서 몇 안되는 관객들과 함께 숨을 죽이며 이 영화를 관람했었는데요. 당시 배우로서 한창 전성기를 보내던 니콜 키드먼이 버지니아 울프를 연기하고, 그것도 당시 1년전에 읽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 원작이라는 소식을 듣고 영화의 개봉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당시 제가 여러모로 우울한 나날들을 보냈던 지라, 이 영화를 보고 자리에 계속 일어나지 못할 만큼 깊은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각기 다른 시대를 사는 세 여자가 등장하기 때문에 이들을 하나로 아우룰 수 있으면서도 각 인물을 대변하는 세 개의 악상을 기반으로 유기적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자신의 삶을 살지 못했던, 그래서 더욱 절실하고 처절 했던 세 여성의 하루를 잘 묘사하는 반복적인 현악과 피아노 음색은 내재되어 있던 불안을 증폭시키면서 마지막에는 소멸과 가느다란 희망으로 귀결됩니다. 필립 글래스는 관현악과 오페라와 비교했을 때 영화음악 작업은 단순하면서도 배우의 목소리를 부각해야 하고 음악을 통해 영화 관람객 사이의 '거리'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요. 이러한 그의 생각이 가장 잘 반영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의 음악, 그리고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된 영화음악 전곡과 마지막 트랙 The Hours의 피아노 편곡 버전을 들으시면서 영화의 여운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시길 바랍니다. 




https://youtu.be/YlwmWfZVXqA





https://youtu.be/Ca91YbKWgCA






https://youtu.be/heu9tD0dzkY

https://youtu.be/O6aHfsBh7ek


부록으로, 금번 동계올림픽 남자피겨 금메달리스트 네이선 첸의 공연 영상을 준비했는데요. 필립 글래스의 곡들로  프리 프로그램을 구성한 적이 있습니다. 트루먼 쇼의 ost도 들어가 있는 것 같네요. 


https://youtu.be/5Si8bylMw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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