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óhann Jóhannsson
추운 기후와 신비스러운 자연환경 덕분인지, 아이슬란드에는 장르불문 매혹적이고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뮤지션들이 참 많은데요. 영화음악가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2018년, 48세라는 젊은 나이에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나 충격과 안타까움을 주었던 Jóhann Jóhannsson(요한 요한슨)은 오케스트라 편성에 전자음악적 요소를 곁들인 음악을 중심으로, 영화와 연극, 무용, TV 등 방송 및 극음악 뿐 아니라 정규 스튜디오 앨범을 통해 미니멀리즘 클래식 스타일의 음악세계를 구축한 작곡가였습니다. 영화 <Theory of Everything(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골든 글로브 음악상을 수상하고, 드니 빌뇌브 감독과 특히 인연이 깊어 시카리오와 콘택트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하였죠. 1980년대 후반부터 인디밴드를 통해 음악생활을 시작, 1999년에는 Kitchen Motors 를 설립하여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과 교류하면서 작곡가로서의 기틀을 형성하였습니다. 그리고 2002년부터 솔로앨범을 꾸준히 발매해 왔고 2016년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을 체결한 이후, 그의 10번째이자 마지막 솔로앨범인 Orphée를 발표했습니다.
장 콕토의 동명의 영화이자 그리스 신화인 오르페우와 유리데체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이 앨범의 첫 트랙은 Flight from the City로, 피아노가 특정한 선율을 반복하다보면 어느 새 현악이 조용히 합류하여 고요하고도 슬픈 명상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요한 요한슨은 이 앨범을 통해 변화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레이캬비크에서 태어나 코펜하겐에서 살고 다시 베르린으로 옮기면서, 끊어지고 새로 맺어지는 관계들과 죽음, 탄생 등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변화들을 오르페오의 이야기를 통해 미니멀리즘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앨범은 그가 6년만에 발매했던 솔로 앨범으로서 더욱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의 부재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났던 2월, 겨울이 가기 전에 그의 음악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아 이 곡을 골라 보았는데요. 뮤직비디오에서는 마치 모녀의 관계를 연상시키는 두 여인이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며 유영하고 있습니다. 아이슬랜드의 뮤지션이 마지막으로 남긴 선물을 들으시며 유독 혹독했던 이 겨울에도 서서히 안녕을 고하시길 바랄게요.
요한슨이 세상을 떠난 지 한달 후, 아이슬란드의 스타 피아니스트 Vikingur Ólafsson은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 뮤지션을 기리는 마음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더해 이 곡을 재해석했는데요. 폴란드의 Błędów 사막에서 촬영된 댄서의 몸짓이 요한슨의 혼을 위로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가 생전 직접 연주했던 피아노 영상 및 다른 라이브 영상들로도 감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