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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ques Oct 03. 2020

<정사>(1998)

An Affair

초등학교 6학년 때 개봉했던지라 당연히 성인이 되고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상영할 때 보았지만, 그 당시 이 영화가 강렬히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Manha de Carnival”이 ost에 수록되었다는 것 하나였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주말의 영화>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었어서, 괜히 호기심이 생겼어요.

나이가 들어서 이 영화를 보니까, 동요가 없는 어항속의 삶을 살고 있던 서현이 우인을 통해 점차 테두리 밖의 삶을 궁금해하고, 리우 행 비행기 창가에서 햇빛을 바라보는 엔딩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도 삶에 안정감을 가지게 되면 그 안온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미련이나 후회만 쌓아다는데,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는 어떻게 생길 수 있을까 고민하곤 합니다. 우연찮게 몇 자리 떨어진 곳에 우인도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리우에서 다시 마주치게 될까요.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IMF의 직격탄을 받고 조금씩 회복의 길에 발을 다디던 시기였고, 그 동안 절대적으로 여겨왔던 가치들이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이 영화가 나온 건 어쩌면 필연적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가는 리우, 우인이 어렸을 때 살았다던 마나우스에 언젠가 가고 싶어졌어요. 작년 출장 때 상파울루를 경유하고 다른 곳으로 향했을 때, 잠깐 머무른 그 순간마저 얼마나 설렜던지요.

“카니발의 아침”으로 처음 기억된 영화지만, 오늘 제가 고른 곡은 Mercedes Sosa와 Francis Cabrel이 부른 Yo vengo a ofrecer mi corazón 입니다. (“카니발의 아침”은 영화 <흑인 오르페>을 이야기할 때 떠올리는 게 더 맞겠지요). Fito Paez의 원곡을 메르세데스벤츠 소사가 곡진한 목소리로 그려내고 있는데요. 우인이 약혼녀이자 서현의 동생인 지현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던 카페에서 잠깐 흘렀던 노래입니다. 서현만큼이나 지현에게도 마음이 갈수밖에 없기에, 이 노래가 좀 더 오래 마음에 고이는 것 같습니다. 이 노래는 약 2년 후, 김수현 작가와 이영애 주연의 드라마 <불꽃>에도 등장하였습니다.

https://youtu.be/H9gbsxkVn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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