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nglish Patient
2년전 이맘 때, 튀니지로 휴가를 떠났어요. 순전히 이 영화를 보고난 후 튀니지는 가장 가고 싶은 나라 중 하나로 자리잡았고 마침 저렴한 비행기표를 발견하여 앞뒤 재지 않고 질렀습니다. 그리고, 약 열흘간의 일정은 제 인생여행이 되었어요.
시대를 머금은 거대한 사랑이야기인 <잉글리쉬 페이션트>. 근데 이는 영화에 해당되는 말인것같아요. 영화 후에 읽었던 Michael Ondaatje 의 원작소설은 로맨스보다는 전쟁 자체가 남긴 피폐한 인간의 영혼에 초점을 맞추었고 알마시가 회상하는 지난 날이 영화에서는 중심이 되는 반면, 소설에서는 주변적인 이야기로 등장할 뿐더러 다소 냉소적인 필체로 묘사하기 때문이지요. 제가 작가라면 이 각색을 좋아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엔 더더욱 보기 힘든 사랑의 대서사시에 너무나도 멋진 배우들이 등장하여 항상 마음을 설레게 하는 영화임에 분명하고, 영화 속 사막의 촬영지인 튀니지의 사하라 사막을 직접 걸었을 때의 느낌은 지금도 벅차오릅니다.
이 영화의 ost는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를 졸라서 구입했어요. 역시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였어서 대학생이 되어서야 보게 되었고 그 전에 ost만 수차례 들었죠. Gabriel Yared의 먹먹한 선율에, 마치 아랍 음악을 듣는 것 같은 헝가리 민속음악 가수 Martá Sebestyen의 음성이 더해져 펼쳐지는 사하라 사막의 오프닝은 가끔씩 삶이 무기력해질 때마다 마법처럼 설렘을 불어넣습니다. (아마 주인공 알마시가 헝가리인으로 설정되어 있어 헝가리 뮤지션이 참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여행을 갔다온 지 1년 후, 그러니까 작년 이맘때는 예상치 못한 출장 건으로 튀니지를 다시 방문했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런 설렘의 순간이 자주 찾아오면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 같아요.